자유 게시판

2001년 1월 주일 어린이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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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0-12-29 ㅣ No.212

주님 공현 대축일(마태 2,1-12)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이 있어요. 찾는 것을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미련함을 말하죠. 그래서 이런 얘기도 있어요. 어떤 엄마가 아기가 갑자기 보이지 않자 놀라 이곳저곳으로 아기를 찾아 다녔어요. 그 엄마는 결국 아기를 찾았는데, 그 아기는 바로 자기 등에 업혀 있었답니다. 사람들은 정말 보아야 할 것은 보지 못하고 엉뚱한 것만 볼 때가 많아요.

 

멀리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별빛을 보고 "아, 저 별빛은 이 세상을 구원하실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 분명해!" 하며, 온갖 고생 끝에 동방박사 세 사람은 헤로데왕이 살고 있는 궁전으로 갔어요. 세상을 구원할 위대한 분이시니까 분명히 궁전에서 왕자님으로 태어나셨으리라 생각했던 거예요.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둡다고 헤로데왕과 다른 모든 대신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어요. 늘 자기들만이 하느님께서 특별히 뽑으신 백성이라고 자랑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참 우습죠?

 

결국 오랫동안 기다리고 준비했던 동방박사들은, 비록 유대인들이 싫어하는 이방인이었지만 먼저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 준비한 값진 선물을 드리며 축하할 수 있었어요.

 

오늘도 아기 예수님은 "나(우리)만 이것을 할 수 있어! 너(너희)는 못해!" 하며 아주 거만하게 친구들을 왕따시키는 어린이에게는 당신의 아름다운 별빛을 못 보게 하실 지도 몰라요. 오히려 친구들로부터 무시당하고 미움받던 친구에게 먼저 기쁜 소식을 전해 주실거예요. 자, 지금 가장 가까운 곳을 보세요. 그곳에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답니다.

 

 

연중 제 2주일(요한 2,1-11)

 

가나라는 마을에서 혼인잔치가 열렸어요. 잔치집에는 먹을 것도 많겠죠? 유대인들은 무려 일주일 동안이나 혼인잔치를 했어요. 많은 손님들이 와서 맛있는 음식과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하고 춤추며 신랑 신부를 마음껏 축하해 주었어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배부르면 그 맛을 잘 모르는 것처럼, 포도주도 많이 먹으면 그 맛을 잘 모른답니다. 그래서 잔치집에서는 보통 처음에는 좋은 포도주를 손님에게 주고, 다음에는 약간 덜 좋은 포도주를 주었어요. 왜냐하면 손님은 많은데 좋은 포도주가 그렇게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오늘은 더 큰일이 생겼어요. 손님들이 너무 많이 와서 아예 포도주 항아리가 텅 비어 버렸어요. 그래서 성모님은 예수님께 잔치집의 어려운 사정을 말씀드렸고, 예수님께서는 물로써 포도주를 만드시는 기적을 행하셨어요. 그리고 손님들에게 나눠주라고 하셨지요.

 

손님들은 모두 깜짝 놀랐어요. 혼인잔치에 한 두 번 가본 것도 아닌데, 점점 더 좋은 포도주가 나오니까 "어, 이 집은 다르네. 보통 처음에만 좋은 포도주를 주고 나중에는 덜 좋은 포도주를 주는데 …."

 

예수님께서는 자주 하느님 나라는 혼인잔치와 같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하느님 나라는 이 세상과는 같지 않다고 하셨어요. 무슨 뜻일까요? 바로 가나의 혼인잔치처럼 즐겁고 기쁜 나라, 그리고 점점 더 행복해지는 나라가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누가 만들까요? 예수님을 닮은 우리가 만들어야 해요. 방법은 예수님께서 다 가르쳐 주셨어요. 나를 통해 친구들이 즐거워하고, 나를 통해 친구들의 기쁨이 점점 커진다면 하느님 나라는 이미 우리 손으로 만들고 있는 거예요.

 

 

연중 제 3주일(루가 1,1-4; 4,14-21)

 

옛날에 가난하지만 모두 행복한 마음으로 살던 마을이 있었어요. 어느 날 두 명의 어부가 고기를 잡다가 값비싼 진주가 가득 들어 있는 궤짝을 건졌어요. 어부들은 고민했어요. 진주는 마을 사람 모두에게 나눠줘도 될 만큼 아주 많았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마을 어른에게 여쭈어보았어요.

 

그런데 마을 어른께서 그 진주를 모두 바다에 갖다 버리라고 했어요. 어부들은 깜짝 놀랐지만, 마을 어른의 말씀을 듣고 정말 갖다 버렸어요. 마을 어른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요?

 

"부자가 꼭 행복한 것은 아니라네. 지금 마을 사람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서로를 아끼고 나누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만약 진주로 인해 마을이 부자가 되면 더 많은 진주를 갖기 위해 서로 싸우고 빼앗고, 그래서 더 불행해질 수도 있다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가장 먼저 고향인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마을로 가셨어요. 갈릴래아는 이스라엘에서 제일 가난한 곳이었어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사셨던 그 가난한 곳에서 참된 기쁨과 자유를 가져다주시는 멋진 선언을 하셨어요.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

 

예수님께서는 참된 기쁨과 행복은 더 많이 가지려고 욕심내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에게 사랑으로 베풀 줄 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음을 가르쳐 주셨어요. 그리고 그런 기쁨과 행복이 당신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곳에서 시작되었다는 복음을 전해주셨죠. 친구들은 혹시 더 많이 갖고자 욕심을 부리다가 기쁨보다는 슬픔을 느꼈던 일은 없었나요?

 

 

연중 제 4주일(루가 4,21-30)

 

콩나물과 소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친구 있어요? 없죠. 콩나물은 일명 롱다리를 가지고 있지요. 소나무는 이리 삐뚤 저리 삐뚤 하면서도 늘 푸른 잎을 굉장히 많이 달고 있어요. 그런데 콩나물과 소나무의 어린 시절은 아주 비슷하데요. 그런데 왜 다 자라고 나면 이렇게 달라질까요?

 

소나무는 좋은 땅이든 나쁜 땅이든 심지어는 절벽 틈새에서도 자라는 것을 봤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모두 이겨내고 튼튼하게 자라지요. 하지만 콩나물은 달라요. 혹시라도 춥거나 다칠까봐 따뜻한 통 속에 잘 넣어두고, 조금이라도 배고플까봐 끊임없이 먹을 물을 줘요. 절벽에서도 소나무가 자랄 수 있는 것은 어려운 환경이지만 뿌리를 길게 뻗어 꽉 매달려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콩나물은 사는 데 조금도 어려운 일이 없기 때문에 실뿌리조차 뻗을 노력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길고 휘청거리는 다리 하나밖에 없는 아주 작고 약한 모습이 되었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어렵고 힘들더라도 꾸준히 노력하고, 또 내가 듣기 싫은 소리라도 나를 위한 충고라면 기꺼이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운 처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소나무처럼 튼튼하게 자란답니다. 하지만 남의 충고는 전혀 듣지 않고, 자기를 칭찬하는 소리만 좋아하면 콩나물처럼 나약한 사람이 되고 말아요.

 

예수님 마을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시자, "어,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목수가 아닌가?" 하며 아주 깔보았어요. 그리고 예수님의 충고를 듣기가 싫어서 예수님을 멀리 내쫓았어요.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하지요? 지금 당장은 써서 먹기 힘들지만, 그래도 참고 먹어야만 금새 병이 낳는다는 것을 우리 친구들은 모두 알고 있죠?

 

<이 글은 소년 2001년 1월호에 "주일마다 기쁜 소식"이란 주제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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