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신의무덤에서 나는 눈뜬 어둠이 되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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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무덤에서 나는 눈뜬 어둠이 되었네.
허윤석 신부 관상 시
당신의 무덤에 들어갔다.
그것을 결정하기도 힘들었지만
난 동면을 위해 내살을 불리지도 못했던 터라.......
그저 마늘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람이 되고파 동굴로 들어간 곰처럼 나는 새로
무엇으로 거듭나야한다고 내자신에게 욕구하였다.
그곳엔 오직 당신의 시신과 차디찬 어둠만이 있을 줄 알았다.
무작정 들어온 나는 예상대로 짙은 어둠에 내 눈을 한참 크게 떴다.
눈을 크게 떠도 칠흙과 같은 어둠이기에 눈을 차라리 감는 것이 덜 불안했다.
누가 그랬지 눈감은 것보다 더 어둠이라면 차라리 눈을 감는 게 낫다고.
이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것은 종유석에서 어둠속을 뚫고 떨어지는 물방울소리인줄
처음 알았다.
차라리 장관의 나이아가라 폭포 소리는 경외감과 웅장함으로 그를 찬미하지만
어둠 속에서의 물방울소리는 시나브로 내 골수를 마르게 한다.
스산한 고통이 교감된다.
그분은 그런 모습과 소리로 천천히 죽었다. 십자가형...............
고통을 폭포처럼 느끼지 못하고 천천히 고통을 곱씹고 또 곱씹어서 삼켜서 또
그것을 반추해야만 하는 그 죽음의 한 방울 한 방울의 피!
그분이 돌아가실 때 갑자기 하늘이 닫히고 칠흙과 같은 어둠이 깔렸다고 한다.
나는 동굴에서 아직도 떨어지는 그분의 1그람의 피의 비명을 나의 골수로 보담아
느꼈다.
나의 피의 심저에서 공명이 들린다. 나의 피마저 떨리는 이 어둠이여.
차라리 내가 이 어둠같은 어둠이었다면 적어도 이 어둠과 대화라도 나누었을 텐데!
이 어둠! 나의 님과 함께 누워있는 어둠이 부러웠다.
동굴에 온지 꽤 된 것 같은 데 나는 내님의 몸을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제 세상에는 빛이 없었고 오직하나 내님과 내가 있는 이무덤을 지키는
로마병사들의 장작불이 무덤 동굴밖에 있다.
빛이라고 나는 다 좋아하지 않는다.
베드로라는 작자가 내님을 배반했던 곳도 저 불빛아래였다.
그 작은 추위를 모면하고자 비참한 그 자존감과 그 두려움을 모면하고자 그는
빛앞에서
빛을 증언하지 못하였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를 모르오."
빛 앞에서 그의 그 말한마디가 빛이신 내님의 가슴을 칠흙과 같은 어둠의 멍을 들게
하였다.
그 색깔이 선명하지 못할까봐 그는 세 번이나 그를 모른다고 멍질를 했다.
그래서 이 무덤이 검었다 못해 시퍼렇게 되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눈물의 요정이었지만 이 곳에서는 울수도 없다.
눈물을 흘리려면 눈을 떠야하거늘 늘 어둠이고 어둠뿐이라 눈을 뜰필요가 없다.
나는 알았다. 진정한 사랑은 그를 위해 울어주는 것이아니라 눈을 감는 것이라고
내 님과 나와 어둠이 삼각관계가 되었다.
그러나 생각을 돌이켜 내가 진정한 어둠이 된다면 내 님의 곁에 함께 누울 수
있겠다.
빈 동굴이라도 내님과 함께라면 빛인줄알았는데
그분은 나에게 어둠이 되라고 이곳에 부르셨다.
당신의 짝하고 손잡고 눕고 싶은 나의 남편의 마음을 이제껏 몰랐다.
편히 쉬소서. 내 당신을 위한 어둠이 되리라. 겨우 3일 밖에 못주무시고 또 빛으로 부활하셔야 하나니 내 깨워드리리니 편히 묻혀 사지 모두 느려뜨리시고 쉬소서.
이 어둠 때문에 누가 보리있까?
빛이신 그대가 그렇게 어둠을 사랑하셨는지..........
나는 눈을 감아도 감지 않아도 되는 어둠이 되었다.
나는 그 분과 3일 뒤에 나아가
울어도 또 울지 않아도 되는 눈뜬 어둠이 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