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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18.150.170.*]

2016-01-01 ㅣ No.11058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저는 갓 두돌된 아기 엄마이자 약 유아 세례 받고 약 30년 동안 성당에 다닌 신자입니다.

중간 중간 신앙이 모자라 냉담도 길었지만 아기를 갖고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 하느님이 계심이 가슴 깊이 받아들여지고

세상 천지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 그 날 이후 열심히 성당에 다니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살아 계시고 삶의 모든 순간이 기적임을 믿습니다.


그러나 또한 분심이 드는 일이 있어 가슴이 너무나 답답하여 상담 받고자 글을 적습니다.


오늘 의무미사인지라 미사를 보러 성당에 갔습니다.

저는 지금 집을 구하는 도중이라 잠깐 친정에 얹혀 살며 기다리는 중인데요.

본당이 이곳과 거리가 좀 있어 차로 20여분 가야 하고, 미사는 10시 반 미사 한대입니다.

가급적 그쪽으로 가려고 하지만 아기가 재운다고 자는 아기가 아니라 가끔은 시간에 닿을 수 없어서

여기서 10분 거리에 있는 성지 성당에 서너번 갔었습니다. 그곳 미사는 11시 반이어서 시간적으로 넉넉했던 탓입니다.


아이는 바로 며칠 전에 2돌 생일을 맞았고, 여자아이지만 활달한 편입니다.

이제 슬슬 말문이 트여 말을 하기 시작하고 말귀 알아 듣기 시작해서 이젠 조금 수월합니다만

아직도 기저귀도 못뗀 아기인지라 가만히 있으라, 조용히 하라고 해도 잘은 못합니다.

그나마 본당에서는 긴 의자에서 나가지 못하게 가르친 터라 돌아다니진 않는데

성지 성당은 마루바닥에 앉아 미사를 보는 곳이라 가만히 붙들어 놓는 것도 만만치는 않네요.

그래도 제대에 뛰쳐 나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도망가면 안아 오고 앉혀두고

먹을 것 손에 쥐어줘 가며 조용히 시키려 애를 썼습니다.

오늘은 장난감도 하나 새로 사서 그거 가지고 얌전히 놀길 기대하며 쥐어주었습니다.

떠들려 하고 돌아다니려 하면 딸기우유 한팩 쥐어주고, 평소 안주는 초콜렛도 입에 넣어주며 조용히

시키려 정말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근데 오늘 신부님이 그러시네요.

다른 신자분들 분심 드니까 아기데리고 오지 말고 본당으로 가라고요.

죄송하다 말씀 드리고 오늘은 미사 시간을 맞추지 못해 어쩔수 없이 왔다 말씀드려도

그냥 본당으로 가라시네요....

그럼 시간 맞추지 못하면 주일 미사 보지 말라 하시는 말씀이신건지 한마리 말대꾸라도 했으면

지금 좀 덜 답답할 것 같은데 그 순간 너무 서운하고 민망해 알겠습니다 하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바로 얼마전까지 유럽에 살다 왔습니다.

아기는 2돌까지 그곳에서 살았으니 한국에서 산 기간보다 외국에서 산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말도 잘 못알아 듣지만 한인 미사 열심히 다니고, 한인 미사가 없는 주에는 현지 성당도 빠짐없이 다녔습니다.

아기가 지금이야 그나마 말을 좀 알아 듣고 크게 떠들지 않습니다만 6개월, 1돌 무렵에는

소리도 빽빽 지르고 못 돌아다니게 하면 울고 불고 난리였습니다.

그쪽 성당은 유아실이 없고 고딕식 성당들이라 애기가 울고 짜증내면 성당 안이 쩌렁쩌렁 울립니다.

굉장한 민폐죠.

그치만 다들 유모차에 신생아 시절부터 뉘여 데려옵니다. 당연히 말귀 잘 모르는 아기들은 성당에서 울고 소리지르고요

그보다 조금 큰 아이들은 앉아 있다 좀이 쑤시면 일어나서 돌아다닙니다.

그러면 부모들이 열심히 옆에서 말리고, 가르치고 주의를 줍니다.

다른 사람들이 물론 주변에서 미사를 보는데 방해가 될테지만 보통은 아기와 눈을 마주치면 웃어주는 분위기입니다.

그렇게 어른들 사이에서 미사를 보다보면 조금 더 크면 떠들면 되는 곳과 안되는 곳을 구분하게 됩니다.

공연 예절도 알고, 식사시간에 떠들지 않는 착해 보이는 아이들은 긴 시간 그런 민폐를 끼치며

한참 울어도 안된다는 걸 배우고, 소리질러도 들어주지 않는다는걸 배운 후에 그런 아이가 되는겁니다.

처음부터 말 잘 듣고 조용한 아기는 아마 별로 없을겁니다.


한국에서는 노키즈존이 유행이라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외국에서 볼때 여러 민폐 엄마들 이야길 들으며 그럴만 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저는 그런 엄마 되지 않겠다 생각하고 아기 여태 크도록 식당도 애기 유모차에서 잘 때나 살짝 들러

먹고 나왔습니다. 저희 애기는 하이체어에 얌전히 앉아 기다리는 걸 아직 잘 못하거든요.

그치만 성당도 그래야 하는겁니까.....

그럼 아기 클 때까지는 여의치 않으면 민폐끼치지 않도록 성당에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요?


다 떠나서, 어린 아이의 허물을 곱게 봐주시지 않은 신부님이.. 미워서.... 마음이 너무 괴롭네요.

하느님께서 세워주신 사제를 미워하면 안되는거잖아요.


제 냉담은 몇번이나 그랬네요. 성탄 판공성사 보러 들어갔는데 그간 냉담했다 고해드렸더니

청년 활동 안하냐고 하셔서 성격이 소심해 남과 어울리기 저어해 학생 때는 성가대도 좀 다녔으나

못하여 자신 없다 했더니 성당에 안맞나보네 하셔서 사죄경도 안받고 박차고 나와

5년간 성당에 발을 끊었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자꾸 불편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 몇번 다시 나가고, 그 와중에 성소 모임도 다니다

결국 성소에는 들지 못했지만 결혼식도 성당에서 올리고 개신교를 다니던 신랑도 저희 부모님 뜻에 따라

어려운 와중에 외국에서 교리 받고 세례 받았습니다.

근데 그 외국 나가기 전에 아기 세례 받고 가고 싶어 준비하다 대모가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사실을

바로 그 전날 알고 당황해서 그러면 대모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무라도 세워 세례를 빨리 받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좀더 천천히 준비해서 좋은 대모님 모시고 천천히 세례를 받는게 좋은 것인지 혼란스러워져

신부님께 여쭤보았다가 "그렇게 마음대로 통보하면 됩니까?"라고 면박만 받고 세례 받는거 포기 하고

출국했습니다.


아마.. 아기 낳으며 얻은 그 감사와 기적을 몰랐더라면.. 저는 아마 또 신부님이 미워서, 냉담을 했을겁니다.


동생 혼배미사 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물론 너무 좋으신 신부님들도 언제나 계셨습니다. 그분들 도움과 사랑으로 결혼식에 모셔 예수님 앞에서

결혼생활 시작했고, 신랑도 세례 받고, 아기도 늦었지만 좋은 대모님 모시고 세례 받았습니다.


근데 한번씩 이렇게.. 이해하기 어렵고, 상처되는 말 하시는 신부님이 계시면 밉고 원망스러운 마음을

어찌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마음 지니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힘이 들어요.

이제는 마음 한가운데 예수님이 계시니 이런 일로 성당에 안나가고 그렇진 않아요.

그리고 냉정한 머리 한켠으로는 신부님은 결혼 안해보셨으니까, 아기 안 가져보셨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시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도 뜨거워진 머리가 식질 않아 이렇게 글이라도 쓰며 하소연하고 다독여달라 적습니다.


신부님들은.. 목자시잖아요...

양떼를 불러 모으시지는 않더라도 서툴게라도 찾아간 양을 막대기로 쳐서 내몰으셔야 하십니까.

영어로 신부님은 father라고 부르죠. 아버지라고요.

청년 활동 안하면 성당에 안어울리는 사람이라 하시고

아기있으면 분심드니까 성당 오지 말라 하시고

세례 문제로 고민하다 상담드리면 다 듣지도 않으시고 통보라고 혼만 내시고

무슨 아버지가 그런가요!!

신부님은 자기 수도 생활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저희가 신앙적으로 기댈 수 있는 어버이여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래서 神父에 아비라는 글자가 들어가고, 프리스트로 부르기보다는 파더라 부르는게 아니었던가요!!!

눈물이 계속 나고 미운 마음이 들어 견딜수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개신교 목사님들은 그런 말씀 안하시죠. 신자 수가 자신의 업적과 직결되니까 좋은 말 달래는 말 하며

하나라도 더 데려오려 노력하시죠.

신부님들은 그런거 아니시니까, 신자가 적건 많건 그다지 상관 없으니 이런다고 제가 성당 안나가봐야

저만 손해인거지 하고 생각하시며 쉽게 상처되는 말 던지시고 그러시나보다.......



제가 속상해서 너무 제 억울한 것만 생각한 걸까요?

하지만 제 주변에서도 신부님들께 상처받고 냉담하시는 분들 많았습니다.

제 신랑은 목회자가 그런 말을 하는 걸 아예 이해를 못하며 그냥 "지나가던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라며

어깨를 툭툭 두드립니다.


저는 많은 좋은 신부님들 사이에서 운 나쁘게 몇몇 분을 미워하게 된 것 뿐인걸까요?





....이 글 써놓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마 그때 청년 활동 안하니 성당에 안어울린다고 했던 그분이라면 분명히

"그럼 교회 가세요" 라고 하셨겠군요........



그런 말씀은 말아주세요.

제가 가톨릭을 포기했으면 이런 글 안쓰겠죠. 여태껏 이런거 적어본 적도 없습니다.

좀더 제가 한국 가톨릭을 걱정했다면, 저는 이게 교황청에 적어 보냈어야 했을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럴 깜냥도 없는 사람입니다. 평범하고, 초라하고, 나약한 사람일 뿐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성당 다닐겁니다.

이 성당은 오지 말라했으니 어떻게든 애기 울려서라도 깨워서 읍내 성당에 주일미사 나갈겁니다.

못나가면 어쩔수 없겠지만 그러면 그 다음주에 고해성사 봐야겠지요.

성직자를 미워하고 있으니 이 또한 고해성사 보아야 할 일인데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나야 고해를 할 것을

어찌해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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