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한가위 루카 12,15-21; ’23/09/29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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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9-15 ㅣ No.5525

한가위 루카 12,15-21; ’23/09/29 금요일

 

  

 

 

 

 

 

 

 

안녕하십니까?

교우 여러분, 한가위 명절을 축하드립니다.

 

코로나19의 감염상황에 대한 긴장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명절의 한가로움과 가족과의 단란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휴식이라 더 소중하게 여겨지면서도 다시 또 빼앗길까 두렵습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이 한가위 추수시기에 우리에게 새 곡식과 새 결실들을 주셨습니다. 그나마 이 결실이 기쁘면서도,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이 결실에 비해 나갈 곳은 하도 많아, 들어 온 것이 들어온 것인지조차 불투명하고 불안정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탐욕에 빠져들지 않도록, 이런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어떤 부자가 많은 소출을 거두고 나서, 더 큰 창고를 지어 새 곡식과 모든 재물을 모아 두고, 스스로에게 ,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하고 위로했답니다.

 

그러자 주 하느님께서 이 부자를 바라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루카 12,20-21)

 

우리 중에 누가 부자입니까? 무엇을 얼마만큼 가지고 있으면 부자입니까? 어쩌면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아무도 부자라는 생각을 가질 수 없게 된 듯싶습니다.

오늘 한가위를 맞아 스스로 자문해 봅니다.

내가 어떤 결실을 거두었는가?

내가 지금 무엇을 가졌는가?

내 인생에 무엇을 다지고 모아 놓았는가?

 

한가위 이 명절에 오늘 복음과 관련하여 참으로 되새기고 싶은 글이 하나 있어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매일 세수하고 목욕하고 양치질하고 멋을 내어보는 이 몸뚱이를 "나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갈 뿐입니다.

우리는 살아 가면서 이 육신을 위해 돈과 시간, 열정, 정성을 쏟아 붓습니다. 예뻐져라, 멋져라, 섹시해져라, 날씬해져라, 병들지 마라, 늙지 마라, 제발 죽지 마라......!

하지만 이 몸은 내 의지와 내 간절한 바램과는 전혀 다르게 살찌고, 야위고, 병이 들락 거리고 노쇠화되고 암에 노출되고 기억이 점점 상실되고 언젠가는 죽게 마련입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내가 내 것인가? 자녀가 내 것인가? 친구들이 내 것인가? 내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닐진대...!

누구를 내 것이라 하고 어느 것을 내 것이라고 하던가?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인 것을 미워도 내 인연 고와도 내 인연.

이 세상에서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고통인 것을...!

피할 수 없으면 껴안아서 내 체온으로 다 녹입시다.

누가 해도 할 일이라면 내가 합시다.

스스로 나서서 기쁘게 일합시다.

언제 해도 할 일이라면 미적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에 합시다.

오늘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 쏟읍시다.

운다고 모든 일이 풀린다면 하루 종일 울기라도 하겠습니다.

짜증부려 일이 해결된다면 하루 종일 얼굴 찌푸리고라도 있겠습니다.

싸워서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면 누구와도 미친 듯이 싸우기라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일은 풀려가는 순서가 있고 순리가 있지 않습니까?

내가 조금 양보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배려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낮춰 놓은 눈높이

내가 조금 덜 챙긴 그 공간

이런 여유와 촉촉한 인심이 나 보다 더 불우한 이웃은 물론 다른 생명체들의 희망 공간이 됩니다.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이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은 정말 고마움과 감사함의 연속입니다.

여러분이 이미 다 들어 알고 있듯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입니다.

 

한가위 여러분의 축제에 진정한 보화를 쌓으시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대자연의 축복과 결실의 명절인 한가위에,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요청하신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를 다 같이 바치며 이 명절을 지냅시다.

 

아버지,

전능하신 아버지의 손으로 빚으신

모든 피조물과 함께 찬미하나이다.

모든 피조물은 아버지의 것이고

아버지의 현존과 온유로 충만하나이다.

찬미받으소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

주님에게서 만물이 창조되었나이다.

주님께서는 성모 마리아께 잉태되시어

이 땅에 속하시며

인간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셨나이다.

주님께서는 오늘날에도 부활하신 분의 영광으로

모든 피조물 안에 살아 계시나이다.

찬미받으소서!

 

성령님, 성령님께서는 당신의 빛으로

이 세상을 아버지의 사랑으로 이끄시며

고통 가운데 신음하는 피조물과 함께하시나이다.

또한 성령님께서는 저희 마음 안에 머무르시며

저희를 선으로 이끄시나이다.

찬미받으소서!

 

삼위일체이신 주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한없는

사랑의 놀라운 친교를 이루는 분이시니

모든 것이 하느님을 이야기하는 세계의 아름다움 안에서

저희가 하느님을 바라보도록 가르쳐 주소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존재에 대하여

저희가 찬미와 감사를 드리도록 일깨워 주소서.

저희가 존재하는 모든 것과 내적 일치를 느끼도록

저희에게 은총을 내려 주소서.

 

사랑의 하느님,

이 세상에 저희에게 맞갖은 자리를 보여 주시어

저희가 이 땅에 있는 모든 것을 위한

하느님 사랑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하느님께서 기억하지 않으시는 존재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나이다.

권력과 재물을 소유한 이들을 깨우쳐 주시어

무관심의 죄를 짓지 않게 하시고

공동선에 호의적이며 약한 이들을 도와주고

저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돌보게 하소서.

가난한 이들과 이 땅이 절규하고 있나이다.

 

주님,

주님의 힘과 빛으로 저희를 붙잡아 주시어

저희가 모든 생명을 보호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마련하여

정의와 평화와 사랑과 아름다움의

하느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찬미받으소서!

아멘.

 

 

가족과 함께 모처럼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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