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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묵상4 마리아 엘리사벳 방문(루가 1, 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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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3-12-19 ㅣ No.166

 

 

대림4  마리아 엘리사벳 방문(루가 1, 39-56)

 

 

 

1. 장소와 시간, 자세 준비(일을 멈추고 조용한 시간에 한적한 곳을 잡아 마음을 가라앉힌다)

 

2. 성령청원(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성령께서 오시도록 청한다)

 

3. 복음 낭독(성서 말씀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소리내어 말씀을 읽고, 귀로 말씀을 듣는다)

 

  며칠 뒤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걸음을 서둘러 유다 산골에 있는 한 동네를 찾아가서 즈가리야의 집에 들어 가 엘리사벳에게 문안을 드렸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에 그의 뱃속에 든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을 가득히 받아 큰 소리로 외쳤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에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며 뛰놀았습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이 말을 듣고 마리아는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로다 이제로부터 과연 만세가 나를 복되다 일컬으리니,

  능하신 분이 큰일을 내게 하셨음이요 그 이름은 '거룩하신 분'이시로다.

  그 인자하심은 세세 대대로 당신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미치시리라.

  당신 팔의 큰 힘을 떨쳐 보이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도다.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미천한 이를 끌어올리셨도다.

  주리는 이를 은혜로 채워 주시고 부요한 자를 빈손으로 보내셨도다.

  자비하심을 아니 잊으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으니,

  이미 아브라함과 그 후손을 위하여 영원히 우리 조상들에게 언약하신 바로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집에서 석 달 가량 함께 지내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 이 방법은 이냐시오의 로욜라 성인의 '오관 묵상'을 이용하시면 좋습니다.

   - 첫번째 읽을 때는 복음에 나오는 장면을 마음 속으로 그린다(석녀였다가 임신하여 기뻐하는 엘리사벳)

   - 두번째는 복음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마음 속으로 그린다(마리아를 반갑게 맞이하는 엘리사벳)

   - 세번째는 복음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대화와 활동을 바라본다(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대화와 움직임)

   - 네번째는 복음에 나오는 등장인물 사이에 끼어 나도 참여한다(주님을 찬미하는 내 노래)

 

 

4. 관상안내(분심이 들거나 엉뚱한 곳으로 흐르면, 다시 성서 본문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계속한다)

  되도 걱정이고 안돼도 걱정이었던 마리아의 처지를 바라보십시오. 아기 못 낳는 석녀라고 하던 아니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던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마리아의 입장을 헤아려 보십시오. 그리고 그녀의 감정 처리를.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지지 않았다면, 자신에게 왔던 천사는 아니 그 사건은 그냥 허깨비를 본 것으로 그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 동안 그가 고민하고 방황하면서도 애써 재다짐하고 신앙 안에서 받아들이려고 했던 그의 행위는 어처구니없게도 모두 우스운 꼴로 그쳐 버린 것이었을 게고.

 

  그러나 그것은 아무 문제도 안됩니다. 아니 문제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만삭인 엘리사벳의 배를 보는 순간, '아이고, 정말이었구나! 이젠 다른 방도도 없구나.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진정 하느님께서 하신 일이었구나.' 이제 막 드러날 하느님의 사랑과 신비에 대한 기대와 그 신비 안에 자기가 참여하게 된다는 그 기쁨에 설레기도 했던 마리아.

 

  그러나 다른 한편 의구심처럼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제어할 수 없는 두려움. 곧 현실에서 그가 당하게 될지도 모를 수모와 단절이라는 인간적인 처지. 그가 상상하고 두려워했던 사건들, 부모님과 요셉과의 관계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가 자기 생애의 마감에까지 이를 수 있는 파국으로, 한 순간에 치닫게 될 것 같은 불안감과 절망감이 이제 곧 현실로 드러나게 된다는 절박함 속에 신음하듯 하는 마리아.

 

  이러한 마리아의 처지를 너무나도 잘 안다는 듯이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거의 추켜세운다 싶을 정도로 띄워주고 있습니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에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며 뛰놀았습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그런데 다행이 이는 성령의 인도로 알게 된 구세주 탄생 신비와 자기도 모르게 열려진 입에서 나온 찬미니라.

 

  그렇다. '어떻게 해!' 하며 고개와 함께 온 몸의 기를 떨구는 마리아에게 엘리사벳을 통해 들려주신 성령의 말씀은,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이 순간 엘리사벳은 마리아 일생의 최대의 보호자요 담보자가 되었습니다. 마리아의 조심스러움과 두려움을 무색케 하는 엘리사벳의 격려와 마리아의 인간적인 근심과 고뇌를 일시에 제압하는 성령의 이끄심.

 

  "내 영혼이 주를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 마리아의 노래는 시작합니다. 그 옛날부터 '미리암의 노래'와도 같이 민요처럼 불려왔던 이 노래가 마리아에게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 채 마리아의 가슴 속에서부터 마리아 자신의 노래로 울려 퍼지기 시작합니다. 주님을 두려워하며 주님의 구원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기다리던 이스라엘 선인들에게 주님께서 드디어 오시어 자비를 베푸시리라는, 세상이 모두 제 것인 양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양 떠벌리던 이들이 쥐구멍을 찾고 사라지리라는, 가졌다고 으쓱대거나 갖지 못했다고 위축되는 것만 같았던 모든 물질과 현세 세상의 노예살이에서 해방되어 새 인간이 되리라는 기쁜 소식이 역사 안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합니다.

 

(이 기도를 마치시고 원하시면, 요셉에게 예고된 예수 아기의 탄생 이야기를 마태오 복음 1, 18-25을 통해 묵상하실 수 있습니다.)

 

 

5. 부칙

  마리아는 석녀였던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졌다던 천사의 말이 사실로 확인되고 엘리사벳에게서 격려와 축복을 받는 순간 기쁨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가톨릭 성가 269번 마리아의 노래(마니피깟)'를 노래로 불러 보시고, 주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시는 것을 느낄 때마다 "내 영혼이 주를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라고 노래한 마리아를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이 설렘과 기쁨으로 주님께 한 층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마음을 경건히 하시고, 주님의 소명이 여러분 안에 이루어지도록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그리하여 정말 주님의 소명을 기쁨에 넘쳐 받아들이고, 그 일이 현실적으로 여러분에게 실제적으로 주어졌을 때 기꺼이 여러분 자신을 헌신할 수 있도록 준비하십시오.

 

 

6. 감사기도(기도 중에 함께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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