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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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현 [hyun25] 쪽지 캡슐

2000-01-28 ㅣ No.1106

안녕하셨어요? 추기경님! 소현이에요.

추운데 잘 지내세요? 저는 잘 지내다가 오늘 갑자기 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히히~~~ 무릎이 안 아프니 이제 감기에 걸리네요.

 

지난주 토요일에 부산에 갔었거든요.

친동생이랑 사촌동생이랑 가기로 해서 표를 석장 끊었는데

사촌이 갑자기 배탈이 나는 바람에 둘이서 가게 되었답니다.

근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남은 표 한장을 환불할수 없게 되었지요.

기차에 올라 자리를 찾으니 어떤 군인이 저의 자리에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더군요.

자리를 잡고 앉고 보니 주말이어서 그런지 입석을 끊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군인에게 표를 주고 사촌애의 자리에 앉으라고 하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기차가 출발하자 30대 초반의 아저씨가 사촌동생의 자리에 앉으시데요.

그러다가 그 아저씨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저는 군인에게 남은 표 한장을 줘버렸습니다.

나중에 온 아저씨는 자기가 앉았던 자리에 군인이 앉아있는 바람에 계속 서서 가게 되었어요.

 

청도인가, 기차가 잠시 섰다가 출발하는데 동생이 화장실 간다고 늦게 왔거든요.

그러자 그 아저씨가 옆에 자리 비었냐고 물어 오시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자리가 있다고 했죠.

그러고 나니 그 아저씨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거에요.

첨부터 그 아저씨가 앉았을때 표를 줄껄,하는 후회가 되는 거에요.

아마 내가 표를 준 군인이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안한 것도

아저씨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게 한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요.

아무튼 계속 서서가는 아저씨를 보면서 정말 죄송했어요.

혹시라도 이 곳의 식구라면 이 글을 보시고 저를 용서해주세요.

 

이렇게 추기경님께 이야기를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네요.

괜히 잘생긴 군인한테 잘 보일려다가 마음만 불편해지고 말았네요.

그래도 그 군인이라도 편하게 앉아 갔으니 다행이죠?

 

대구는 많이 추워요. 서울도 만만찮겠죠?

감기 조심하세요, 추기경님!

그럼 다음에 또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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