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다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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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4-10-12 ㅣ No.62

 

다시 가을


-도종환-



구름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덜 관심을 보이며


높은 하늘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가을은 온다


차고 맑아진 첫새벽을


미리 보내놓고 가을은 온다




코스모스 여린 얼굴 사이에 숨어 있다가


갸웃이 고개를 들면서


가을은 온다


오래 못 만난 이들이 문득 그리워지면서


스님들 독경소리가 한결 청아해지면서


가을은 온다




흔들리는 억새풀의 몸짓을 따라


꼭 그 만큼씩 흔들리면서............


너도 잘 견디고 있는 거지


혼자 그렇게 물으며



가을은 온다




이 시의 제목처럼 또 다시 가을이 왔습니다.

어느새 왔습니다.

자연은 정말 고요한 위대함으로

느린 성실함으로 겸손되이 자신의 모습을 완성합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느림이 결코 뒤쳐짐이 아님을 가르쳐 주는 스승입니다.


하느님의 섭리와 은총역시 가을이 오는 모습에서 볼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좁은 식견으로는 순간순간 알아채릴수 없는 그 작은 부드러운 느림으로 결코 늦쳐짐이 없이 그분은 당신의 결실을 완성하십니다.


제가 가을에 태어나서인지 저는 가을을 제마음의 고향인 계절이라 부릅니다.

사제성소를 받아 사제직을 향한 마음의 씨을 놓은 것도 저 푸른 물이 떨어지는 가을 하늘의 푸른 하늘 밭을 바라보면서 입니다.

그래서 이제껏 길지 않은 사제생활을 하면서 힘든일이 있으면 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나 봅니다.


아버지를 천국으로 보내드리고 혼자 신학교로 돌아온 그날의 하늘!

그 하늘도 가을하늘이었습니다.


얼마전 로마로 유학간 저의 동창 신부 한분이 저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 성당 밴치에 수단을 입고 누웠다가 그냥 어느새 잠들었다고 ..... 왠지 모를 행복감에 하늘과 하나가 된듯했다고......

그래서 깨달았다고 하늘에 우리가 죽어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하나되는 곳이라고 하늘은 오르는 곳이 아니라 하나되는 곳이라고.....


그친구는 편지에서 옛날 어린 꼬마시절 미사 복사를 하고 나오면서 가을하늘을 바라보고 풍성한 천국 구름을 보고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예수님과 천사들 성모님과 천국을 그려보았는데 이제는 사제가 돠었는데 뭐가 그리 땅만을 바라보고 살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그래서 고백성사 보속으로 그사제는 신자들에게 가을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내주었다고 합니다.


그 친구 사제의 편지를 읽으면서 예수님은 가을하늘로 승천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을에는 하늘이 그렇게도 예뻐서인지 기구를 띄운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없었을때 최초로 하늘여행을 가능케한 기구의 원리는 너무나도 인상적인 것이었습니다.

유럽에서는 기구대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표어를 매년 내건다고 합니다.


“부푼꿈을 가슴에 가득 품어라!

하늘을 바라보며  미련 없이 버려라!

바람에 자신을 맡겨라!

드높은 천국과 하나되리라!“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은 모든 것을 버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이 버리라고 사용하신 이 말씀의 희랍어는

더럽고 쓸모없고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버림이 아니라 씨앗이 썩어 새로운 거목으로 성장하기 위한 희생이나 누에가 나비가 되기위해 자신의 허물을 벗는 다는것과 같이  더 나은 가치와 결과를 위한 도약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낙엽이 썩지 않으면 다음해에 자연의 결실을 맺을 수 없듯이 우리의 십자가 없이는 부활


p[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순교성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순교자들이야말고 기구의 표어처럼 가을 하늘과 같은 하느님의 품에 잠기기 위해 승천하시 참 가치의 소유자들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믿음을 통한 부푼가슴으로 그분을 향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고 자신을 버리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김으로서 하느님의 풍요로움안에 살아가야겠습니다.


끝으로 순교어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날은 너무나 푸르른 가을하늘이었다. 박해자들과 휘광이들은 오히려 두려움과 증오심에 땅을 바라보았다. 피를 원하는 그들이었지만 그들역시 저땅에 묻힐것이다. 그러나 순교자들은 하늘을 향해 지극히 행복하고 감사하는 마음에 그들의 얼굴에는 빛이났다. 얼마뒤 그들이 목이 떨어졌고 그들은 붉은 꽃을 신앙의 씨앗으로 심고 푸른 성모님의 하늘색 천국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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