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내힘들다.

인쇄

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5-06-04 ㅣ No.176

 

제목: 내 힘들다!


나는 일기를 매일 쓴다. 가끔 지난 날의 일기를 돌아보면 “아! 정말 그랬구나! 내가 정말 그랬구나!”라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수 없는 감탄사가 나온다. 기쁨과 슬픔, 허무와 외로움, 교만과 성취! 정말과 용기!

수년전 일기에 난 이런 내용을 썼다.

“난 그날 정말 일기를 쓰기 싫었다. 너무 힘든날이었다. 사제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그래서 한줄을 썼던 것 같다. “내 힘들다!” 그리고 불편하고 정말 불안스런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잠을 많이 설쳤던것같다.”


그런데 다음날 피곤하게 미사를 집전하고 미사를 보는데 영성체때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영성체하러 나오셨다. 부축을 받으며 더운 여름날 이마에 땀이 송송메치신 그 할머니는 어렵게 어렵게 힘겹게 힘겹게 예수님의 몸을 영하러 나오셨다.

순간 내가 고민하고 좌절하던 나의 십자가는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미사가 끝나고 방에 와보니 나의 일기장이 떨어져 있었다.

일기장을 주워 바로 놓았는데 글씨가 거꾸로 써졌다. 어제 피곤하고 짜증나긴 났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일기장의 글씨를 제대로 읽어보니 거꾸로 읽어졌다.

“내힘들다!”라는 글자가 “다들힘내!”로 읽혀졌다.


순간 난 눈물이 핑돌았다. 하느님의 문장이 나의 나약한 문장안에서 나를 바꾸시는 것이었다. 난 이 한줄의 일기를 늘 바라보면서 그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할머니 본당을 떠날 때 나에게 영양제 한통을 내 손에 주시며 “젊은 신부님 등좀펴고 걸으셔 늘 힘내고 사셔!”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내힘들다”는 말과 “다들힘네”는 같은 글자들의 다른 방향성인가?


“내힘들때” 우리 모두가 “다들힘네” 라고 기도하라는 말씀인 듯 보인다.






37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