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예식과 연도-old

올바른 유교제사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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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9-28 ㅣ No.7

제례(祭禮)-유일한 제사인 예수 그리스도의 미사

 

 미사는 예수그리스도의 완전한 희생제사이며 죽음에서 부활하신 살아있는 대사제의 현존하는 완전한 의식이다. 따라서 천주교회의 제사는 단하나이다. 따라서"천주교에서는 유교식 제사도 인정한다. 유교식 제사를 지낸다."는 말은 전적으로 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 전례의 중심이 되는 미사는 그 안에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에의 참여와 산 이와 죽은 이 모두를 포함한 통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미사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사제이시며 동시에 흠없는 제물이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부께 봉헌되는 가장 완전한 제사이다. 따라서 천주교인 모두는 미사라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희생제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성장한다.

  조상신의 개념으로서가 아닌 우리 미풍양속의 개념에서 조상을 기억하고 가족, 친척과 함께 가족애를 다지는 전통적인 한국의 제사의식은 현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산업화와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애의 저하를 막고 진정한 가족애를 느끼는 목적으로서의 제사는 바람직한 것이다. "제사의 근본정신은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에 따라 진실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데 있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러한 정신을 이해하고 가톨릭 신자들에게 제례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한 사도좌의 결정을 재확인 한다."

 근본적으로 전통적 유교개념안에서의 제(祭)의 의미는 죽은 조상을 산자(生子)안에 효로서 내재화하는 효의 표현양식이다. 유교의 제사는 따라서 부모애 대한 보은(報恩)의 마음을 고취시키고 그러한 정신을 계승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풍수지리설에 기반 둔 무속의 제례는 유교의 조상숭배처럼 효와 같은 윤리적 의무를 강조한 것이 아니라 후손의 현세의 삶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상신에 대한 공경을 강조한다. 따라서 무속의 제례에 있어서 조상은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상신으로서 굿의 대상이 된다. 이는 교회가 이단시하는 샤머니즘적 요소이다.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제례의 문화는 박해의 원인이 되었다. 그 박해의 원인이란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을 보고 임금도 모르고 부모의 은덕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사는 만물의 창조자이시며 우주의 주권자이신 성부께 드리는 구세주 예수그리스도의 희생제사였고 그 미사 안에는 모든 이들을 위한 통공과 구원의 힘인 구세주의 몸과 피가 재현되는 살아있는 제사였다. 성 정하상 바오로는 천주교를 박해하는 임금에게 보낸 상서인 상재상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천주께서 천지 만물을 만드신 목적은 우리에게 당신의 복을 내려주시고 당신의 착하심을 드러내시기 위해서입니다. .... 모태에서 태어나 장성할 때까지 가지가지 은혜가 이와 같이 한이 없으니 인간의 마땅한 본분은 과연 어떠해야겠습니까? ..아들이 그 집에 살며 그 살림을 이용하면서도 제가 잘난 체하고 부모를 섬기며 그 은덕에 보답할 도리와 근본을 모른다면 어찌 효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불효가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티끌에 이르기까지 모두 천주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를 내시고 기르시고 돌보심 인도하십니다."

성 정하상 바오로는 유교의 근본이념인 자신의 근본인 조상의 은혜를 알고 효를 행하는 것이 마땅한 윤리적 의무임을 강조하고 천주교의 교리가 이에 대치되지 않음을 역설하였다.

 유교의 제사예식이 생명의 원천에 대한 보답인 보본반시(報本反始)의 정신인 효의 실현이며 무속의 기복적 신앙관과 조상신관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유교의 제사는 천주교와 근본적으로 다른 제사의 대상인 신관을 갖고 있다. 이 신관에 대한 신학적 해석은 현재로서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신관에 대한 전적인 동의는 천주교의 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천주교는 천주(天主)만이 이 세상과 만물을 주재하는 존재이며 제사를 받을 수 있는 유일의 신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모든 자연물 등은 신이 아니며 아무리 위대한 인간의 사후 존재도 신이 될 수 없고 다만 영혼이란 이름으로 불리울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유교에서는 천(上帝)의 지고신적 지위를 전제하면서 모든 자연대상과 사후 인간영혼의 기능신적 역할과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인간 생존의 근원인 천, 대지를 비롯하여 인간생존의 공간과 시간을 규정하는 천체인 일(日)월(月)성(星)신(辰)

이나 양식을 취하는 장소인 산(山)임(林)천(天)곡(谷)등 이고 자기 생명을 출산해 준 조상과 더불어 생명의 원천이 되는 신존재로 인식하고 제사를 드리는 것이다. 신을 생명의 원천으로 보고 원천에 대한 보답으로서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사실에서 보이는 신에 대한 유교적 인간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감사와 보답이다. 이러한 제사의 대상이 되는 신존재를 크게 유헝화하면 천신(天神),지지(地祗),인혼(人魂)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신들의 세게는 병렬적으로 열거되거나 혼란되는 것이 아니라 기능과 위계에 의한 구조적 질서를 갖는다. 곧 천(天) 혹은 상재(上梓)는 신의 기능을 유일하게 장악하는 자가 아니라 제한된 기능의 역할을 하는 군신(群神)들이 충돌됨이 없이 이 모든 군신위에 군림하고 있다. 유교의 신들은 제사를 통하여 인간과 관계를 심화시키는데 이 신들의 세계도 인간사회의 조직이나 봉건계급질서에 상응하여 관련하는 범위가 한정되었다. 천에 대한 제사는 천자의 고유한 제사 대상이고, 토지신과 곡물신에 대한 사직(社稷)은 제후까지 제사드릴 수 있었다. 공자와 선현은 국가적으로 학교에서 제사되고 조상신은 모든 인간의 일반적인 제사 대상으로 가정에서 가묘(家廟)마다 제사된다. 천주교가 조선사회에서는 왕실이나 국가기구를 통해 전파된 것이 아니라, 다만 민간에서 개인이나 가족단위로 전교 되었던 만큼, 일차적으로 가정의 조상제사를 거부하였다.

 유교적 신관에 대해 정하상은 상소를 통해 유교의 신관을 천주교의 신관을 토대로 비판하였다. "죽은 사람의 앞에 술과 음식을 드리는 것은 천주교에서 금하는 것입니다. ... 비록 지극한 효자라도 맛좋은 것이라고 해서 부모가 잠들어 있는 앞에 차려 드릴 수 없는 것은, 잠들었을 동안은 먹고 마시는 때가 아닌 까닭입니다. 잠시 잠들었을 때도 그렇거늘 하물며 영원히 잠들어 버렸을 때는 어떻겠습니까? 이는 거짓된 일입니다. 사람의 자식이 되어서 허위와 가식의 예로써 어찌 이미 돌아가신 부모를 섬기겠습니까?... 바른 이치의 근거가 없고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그리스도의 희생제사인 미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올바른 제례문화의 토착화의 관건이다. 기일(期日)에 음식을 죽은 이를 위해 차리고 나누는 예식은 초대 로마 교회의 예식에도 지방의 풍습으로 토착화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식은 죽은이들에 대한 정성과 추모를 위한 것이지 조상신에 대한 신관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제사를 일년에 몇 차례 어떤 음식으로 어떤 형식으로 차리고 거행하는가보다는 내 자신이 어떤 죽음관과 내세관을 갖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 천주교 가정의 명절과 기일의 제사는 유일한 제사인 미사의 정신인 사랑과 통공의 의미를 고유한 미풍양속안에서 발견하는 효와 기도의 신심예식으로서 이해하여야 한다. 한국 천주교회는 제의논쟁 금지법령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큰 시련을 겪었고 순교의 길을 걸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제사공인’으로 말미암아 유교의 제사를 지내게 했다고 알아들어서도 안 될 것이다. 1939년의 교서로는 1742년에 금지하고 제의 논쟁을 못하도록 서약시킨 규정을 취소시킨 것이다. 왜냐하면 "시대의 변천과 사상의 변화"로 인해서 사람들은 제사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듣게 되었으며 비록 미신과 같은 동기에서 시작된 풍습일지라도 현재에 와서는 미신의 요소나 위험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교황청의 교서로 우리의 제사를 공인받은 것이 아니고 천주교의 교리에 부합되지 않는 신관이나 미신적 요소를 가려내야 할 사명을 받은 것이다. 즉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교의 올바른 죽음관과 부활관으로 복음화되어 전통문화를 올바로 수용할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개방적 취지에 따라 연구하고 활동하는 것이 시급하다. 금지와 허락의 차원에서가 아니고 제례문화에 있어서 참된 예배와 문화적 종교적인 연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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