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95. 순례하는 교회7-재회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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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12-24 ㅣ No.148

 

 

 

  와서 아침을 들어라

 

 

 

  95. 순례하는 교회7-재회의 기쁨

 

 

 

  베드로와 유다의 차이를 거론한다면, 유다는 주님을 직접적으로 배반했다는 것이고 베드로는 주님이 잡혀갈 때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하고 도망쳐버렸기에 간접적인 배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는 배반한 후에 나타난다.

 

  유다는 예수를 배반한 후 스스로 목매달아 죽었다(마태 27, 3-5 참조). 유다는 이렇게 주님을 따르고자 했지만 악의 유혹과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인생을 포기함으로써 악의 힘 속에서 파멸되어 버렸다.

 

  그러나 베드로는 악에게 사로잡히고 넘어졌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회개하였다(마태 26, 75 참조). 베드로는 주님을 세 번 배반한 후 참으로 주님 앞에 설 수도 없을 정도로 부끄럽고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도 그저 주님이라는 동료의 말 한마디를 듣자마자 자기가 잘못했으면서도 그렇게 보고 싶고, 그리워했던 그 마음이 확 터지면서 단지 그분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물 속에 텀벙 뛰어들어 예수님께로 달려간다(요한 21, 7 참조). 그 베드로의 순수함. 비록 약하고 부족한 인간이지만 그분을 향한 열망이 변함없음을 베드로의 행동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좌절하고 거부하고 때로는 순명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주님께 가까이 가지 못할 때도 있지만, 또 그것이 자기 탓인지 알면서도, 주님께서 계속해서 자기를 부르고 계실 뿐 아니라 늘 사랑해 주신다는 것을 잊지 않고 알기에 그리고 주님께 돌아가면 다시 살게 해 주시리라는 것을 믿기에 달려가는 베드로. 또 그분께로 가서 다시 살고자 하는 베드로의 끊임없는 회개.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고 오히려 주님께로 향한 신앙이 커 가면 커갈 수록 점점 더 많은 실수와 어려움을 겪게 되고 나락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 안에서도 다시 일어나서 주님께 가고자 하는 끝없는 충실성과 항구한 믿음을 가졌다.

 

  욥 성인은 아무 죄 없이 당하는 시련 앞에서도 주님께 더욱 가까이 가고 충실히 주님을 따름으로써, 주님 앞에서 의로운 사람으로 인정받고, 주님 앞에서 의화되어 그전보다 더 많은 축복을 받으면서 주님 앞에 섰다. 베드로는 그처럼 오늘 주님 앞에 나아간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시몬 베드로는 몸에 겉옷을 두르고 그냥 물 속에 뛰어들었다."(요한 21, 7ㄴ)

 

  이러한 충실성과 항구한 믿음을 가진 베드로는 결국 주님이 부활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다.

 

  "그들이 육지에 올라와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생선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빵도 있었다."(9절) 주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마태 7, 32ㄱ)시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모든 준비를 다 마치시고 우리를 초대하신다. 우리는 단지 그 잔치에 참석하기만 하면 된다. 시편 작가의 노래가 나를 주님께 실어간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시편 23)

 

  그리고 "와서 아침을 들어라."(요한 21, 12ㄱ) 그런데 바로 이 장면은 루가 복음 5장의 첫 번째 소명과 응답을 재현하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들 중에는 감히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없었"(12절ㄴ)고, 또 오히려 주님께 다가갔을 때 주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의 양식을 주시고 더 키워주신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가까이 오셔서 빵을 집어 주시고 또 생선도 집어 주셨다."(3절)

 

  사람 낚는 어부에게 주어지는 주님 생명의 양식. 은혜로운 주인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바로 그 분이시다.

 

  이 성서 구절과 연관하여 시편 23편(야훼는 나의 목자), 로마서 8장(성령이 주시는 생명, 고통에서 영광으로, 하느님의 사랑), 1요한 4, 7-21(하느님은 사랑이시다)을 보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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