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내가사랑하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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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4-10-08 ㅣ No.57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구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입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방물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복음에서 베드로는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하는 질문에 나서서

“당신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대답합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가장 아름다운 분 그리스도!


하느님의 향기이며 능력인 기름으로 축성된 사람!


나의 전부였던 그물을 버리고 당신을 사랑하는 길을 걸었던 어부인 베드로와 목수인당신!

그분이라면 물속에까지 뛰어들었던 나의 임!


하지만 그렇게 기대하고 사랑하는 나의 임이 이런 그늘어린 말씀을 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죽었다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날것이다.” 베드르로 이말씀에 가슴이 덜컥 무더납니다.


우리의 하느님 우리의 그리스도께서는 영광만을 가지고 사신분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가신 분이십니다



신학교 시절 저는 전례부를 잠시하였습니다. 전례부에서 제가 한 일은 제대를 차리고 초를 깍는일이었습니다.


제대를 환히 밝히는 초는 거룩하고 아름다워보였습니다. 하루 하루 신학교 생활을 하면서

저 아름다운 초가 밝히는 제단에서 언젠가 초처럼 환하고 거룩한 모습으로 사제가 되어 미사를 봉헌할 것을 상상하며 초를 정성껏 깍았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저는 시나브로 커다란 발견을 하였습니다.


촛불에도 그림자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제대의 빛인 촛불에도 아주 작은 그늘이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모두 자기만의 그늘이 있나봅니다. 자기만의 십자가가 있나봅니다.


빛에도 그늘이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알고 난 이후 무엇보다 나 자신과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도움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아주 가까운 사람들의 그늘과 십자가를 바라보면 안따까움과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런 그늘과 십자가 싫습니다. 이젠 지겹기 까지 합니다. 왜 사랑하는 그이가 사랑하는 우리의 자식이 사랑하는 우리의 부모가 그런 그늘과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돈걱정에 시달려야 하며 왜우리는 병고에 시달려야하는가?


어떻때는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나에게 이해받고 사랑받고 위로 받아야할 그 그늘이 있는 나의 사랑하는 이를 책망하고 상처줍니다. 그래서 그늘이 있는 나무를 미움과 짜증어린 말로 서로 상처를 내기도 합니다.


당신은 왜 그것밖에 못한는가? 왜 그 모양 그꼴인가?


또한 내자신을 나무라는 깊은 상처내기의 어두운 밤을 보내기 까지 합니다.


세월을 살아가면서 늘 새로워 지기 보다는 일상안에서 지치고 자포자기 하며 평화를 잃어가는 자신을 보면서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한 것은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의 수난이라는 영화의 장면중에서 성모님은 예수님이 그 수난을 당하신고 십자가에 짖눌려 넘어지시는 몸을 받아안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괜찮다 아가야 괞찮다!”


빛을 밝히는 초 역시 그늘이 있지만 자신을 태우며 세상을 비춥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하늘로 이사간다고 합니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이세상을 떠날 여행객입니다. 이세상은 잠시 사랑하기위한 아름다운 콘서트장입니다.


여행객은 모두 짐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하루의 삶안에서 그늘없는 사람을 만나기 보다는 짐이 없는 여행객을 만나기도다는 넘어져 울고 있는 한 아기를 안아질수 있는 사랑을 실천하고 힘겨운 짐을 들고 가시는 할머니의 가방을 슬며시 웃으며 들어 드릴 수 있는 미소로 살아갑시다.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살 것이다.”


우리 모두의 그늘의 터널의 그늘입니다. 터널의 그늘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며 그 시련과 어둠이 지나면 넓고 밝은 희망의 대로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그곳에는 하느님의 축복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의 지혜입니다. 터널의 어둠을 기다리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저 어둠의 끝에 빛나는 해방과 구원의 출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구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입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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