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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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AngelaPark] 쪽지 캡슐

2000-01-26 ㅣ No.1094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라 약간 송구스럽네요. 이렇게 편지를 띄엄 띄엄 드리다가는 이 site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저어기 걱정스럽습니다. 참, 할아버지께서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의 우두머리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할아버지께 편지 띄엄 띄엄 올리기' 운동의 장은 제가 맡으면 어떨까요? 행적을 살펴보면 제가 딱 적임자인 것 같은데, 헤헤헤... 어이쿠! 편지가 천통이 넘었네요. 얼마나 좋으세요,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으시니. 다만 손수 답장하시느라 힘드실까 걱정이 됩니다만 사랑은 아무리 퍼줘도 모자라지 않듯이 기쁨을 나누는 것도 즐겁기만 해서 피로하시지 않을 거라 마음대로 생각하렵니다!! 언니랑 저랑은 2월 중순쯤 Florida에 갑니다. 언니는 seminar때문이고 저야 뭐 그냥 유람이죠. NewYork에도 가야 하고 또 할일이 아주 많은데 별로 하고 싶지가 않네요. 미국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아, 요새 EBS에서 한창 boom을 일으키는 도올의 강의를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책을 보시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르겠어요. '도라는 것은 도 자체를 넘어서는 것이다' 라는 노자의 사상을 신은 인간이 생각하고 정의를 내리는 신을 넘어서시는 분이 아닐까로 전이시켜 생각해 봅니다. 제가 생각하고 정의를 내리는 저의 주님은 물론 '온갖 좋은 것을 다 주시는' 완벽한 신뢰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서양적(=계약을 맺기를 원하시는)'이란 한계를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비록 영미 문학을 전공하고 International Studies를 공부하는 탓에 서양 문화와 관습에 별 거부감이 없는 편에 속하긴 해도 여전히 우리나라말과 동양의 유구하고 고고한 사상과 문화를 깊이 사랑하고 또 거기에 드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끔씩 느끼는 이 이질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지, 제 미약한 신앙에 무거운 걸림돌로 작용하는 이 말할 수 없는 거부감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요즈음입니다. 고민에 싸여 있는 안젤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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