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94. 순례하는 교회6-장담, 그러나 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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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12-20 ㅣ No.147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94. 순례하는 교회6-장담, 그러나 배반

 

 

 

  세례를 받을 때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죄를 짖지 않고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기회만 되면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겠다고 서약했다.

 

  베드로는 "주님께서 하느님이 보내신 거룩하신 분이심을 믿고 또 압니다."(요한 6, 69)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요한 6, 68)라고 서약한다. 그리고 수난 앞에서 "비록 모든 사람이 주님을 버릴지라도 저는 결코 주님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26, 33)라고 선언한다.

 

  그런데 베드로의 이 신앙수준은 마치 온실 속의 화초라고나 할까? 순수하고 강인해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온실이라는 조건과 보호막 안에 서 있을 때뿐이다. 장담은 했건만 결국 배반자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나약한 인간 베드로. 우리는 어떤가?

 

  결국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잡혀간 대사제의 집 안 뜰에서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마태 26, 72. 74)하고 잡아떼었다. 물론 복음서가는 베드로가 명확한 의지의 배교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나약성으로 인해 배반했음을 암시한다(74. 75절 참조).

 

  주님은 마태오 복음서에서 참된 행복을 한마디로 종합해서 말씀하시면서 이 수난 장면을 예고하신 바 있다.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받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받을 큰 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옛 예언자들도 너희에 앞서 같은 박해를 받았다."(5,11)

 

  우리는 주님의 이 말씀을 염두에 두고 기꺼이 주님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하지만 주님의 모습을 따르는 그 모습이 어설프기도 하다. 우리는 주님을 따르려는 마음만 가득하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결심하고 다짐했던 모든 고백과 봉헌, 서약들이 드러나야할 순간에 우리가 온전히 채우지 못하리라는 것을 주님은 이미 알고 계신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좌절하거나 파멸되지 않고 다시 주님께 돌아올 수 있도록 말씀하신다. "나는 네가 믿음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였다. 그러니 네가 나에게 다시 돌아오거든 형제들에게 힘이 되어 다오."(루가 22, 32)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 아래에서 그 사랑에 감흡할 뿐이다. 주님은 우리와 꼭 같은 인간이 되어 오셨고, 당신 생애를 다 바쳐 하늘나라를 알려 주셨다. 그리고 우리 배반의 십자가 위에서 마저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루가 23, 34) 하시며 우리를 위해 대신 용서를 청해 주셨다. 그리고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가게 될 것"(루가 23, 43)이라는 희망마저 안겨 주셨다.

 

  그리고 연약하면서도 목이 뻣뻣한 우리에게 당신 부활과 하늘나라의 승리를 알려 주기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루가 24, 1ㄱ "안식일 다음 날 아직 동이 채 트기도 전에") 저녁 늦게까지(29절 "이젠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수고해 주셨다.

 

  그리고 승천 후에도 우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성령을 보내 주셔서, 언제 어디서나 당신을 몰말라하는 이들에게 오늘도 찾아오신다. 끊임없이, 아낌없이, 제한없이, 찾아오신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주님의 사랑 앞에서 요나처럼 도망칠 곳조차 없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따뜻이 돌보시나이까?"(시편 8, 4)

 

  이 성서 구절과 연관하여 시편 8편(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는가), 이사 43, 1-7(야훼께서 이스라엘을 되찾으신다.), 1고린 13장(사랑)을 보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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