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93. 순례하는 교회5-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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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12-11 ㅣ No.146

 

 

 

  어떤 어려움이

 

 

 

  93. 순례하는 교회5-갈등

 

 

 

  복음을 따르는 제자와 사도로서의 갈등은 복음 앞에 선 인간이 그 복음을 자신의 삶에서 구현하게 됨으로써 자연히 부닺치게 되는 과정이다. 왜냐하면 복음을 산다는 것은 자기가 지금까지 누리고 생각해왔던 세상살이를 바꾼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갈등은 자신의 가치관과 생활습관이 복음과 다르기에 생기는 갈등이다. 이 갈등은 믿음이 생겨나는 시기에 생긴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후에 유다인들을 주님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기적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요한 6, 26)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사회의 가치관과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은 인간의 내면적이고 영원한 미래에 대한 관심을 포기하도록 하고 오직 그들에게 물질적이고 현세적인 풍요만을 추구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현세주의적인 가치관은 오히려 육적이며 물질적인 관심사로 인해 인간의 인격과 정신 그리고 내면세계와 영적인 실재, 그리고 그 가치를 향한 그들의 눈을 가리게 하고 질시와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내어 줄 수 있단 말인가?"(52절)

 

  일부의 제자들조차 주님이 너무하신다고 느낀다. '내가 따르기엔 너무나 고차원적이야. 내가 몸담기엔 현세적인 부담이 너무 커.'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60절) 그래서 "이 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물러갔으며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았다."(66절)

 

  그러나 베드로는 역시 베드로이다.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67절)고 묻는다. '이제 내게서 더 나올 것도 없고, 네가 지금 보듯이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해서 너에게 아무런 현세적인 이해상 이득을 줄 수 없는 나에게서 꾸물대지 말고, 아예 지금 그냥 떠나지 그래?'하는 주님의 질문에 베드로는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68절)라고 대답한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 빵으로 육신의 허기를 채워주셨듯이, 말씀으로 인생의 갈증과 바램을 채워주시고 완성시켜 주시는 주님. 우리가 따르는 분은 바로 이분이며, 그러기에 갈등을 가져오는 현세적이고도 물질적인 관심사를 아예 버리고 떠나서, 주님의 발치에 와 앉아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뜻에 따라 생명의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 생명의 나라는 주님을 믿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받아 누림으로써 시작되는 나라이다.

 

  두 번째 갈등은 복음을 듣고 주님을 따라 자신을 희생해야 할 때이다. 어떻게 보면 신앙을 갖는다는 것, 시간도 뺏기고 돈도 뺏기(?)는 일이다. 그러므로 주님을 믿는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그리고 진리는 그 자체로 실행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희생한다는 것은 진정 힘겨워 보인다.

 

  세 번째 갈등은 사회의 현실을 거스르는 신앙 앞에서의 갈등이다. 세상과 갈라서야 하는 갈등이다.

 

  네 번째 갈등은 진리를 담고 있는 교회와 진실하지 않은 교회의 현실에서 생기는 갈등이다. 교회가 온전히 주님의 뜻을 따르지 못할 때 그리고 교인들끼리의 각기 다른 의견과 입장차이로 분열될 때의 갈등이다. 아니 내가 믿는 복음을 내가 이룸으로써 교회가 복음화되고 세상이 비로소 복음의 하느님 나라가 될 수 있다.

 

  이 성서 구절과 연관하여 예레 15, 10-21(예레미야가 다시 부르심을 받다)과 17, 14-18(예레미야의 기도), 18, 19-23(죽음 앞에선 예레미야의 탄원), 마태 19, 16-26(부자 청년; 낙타와 바늘귀)를 보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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