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할아버지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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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선 [nonoreta] 쪽지 캡슐

2000-01-26 ㅣ No.1091

추기경님, 안녕하세요?

추기경님께서 직접 써주신 글들에서 건강하신 모습을

뵙는 것 같아 손녀는 기쁘답니다.

방황했더랬어요.

올해로 서른이 되었으니,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일(=직장)을 찾고 싶고,

시집도 가야하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 못만나면 독립도 해야할 것 같고,

이것저것 다 버리고 예수님처럼

멀리 떠나 복음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일한만큼

먹고 지내는 삶을 살아보고도싶고......

생각을 거듭 할수록 더 늘어나는 짐의 무게를 나눠서

지어주십사고 추기경님께 편지를 쓰다가

스스로 만들어서 고민하는 계획일 뿐이구나라는 것을

알아들었어요.

하느님께 의지하고

지금 여기에 충분히 머무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조금 와닿았구요.

노력하는 중이지만 많이 힘이 들어요.

왜 가끔 분간없이 말하는 사람들때문에

괜히 싫은 소리를 듣는 것도 너무 싫고,

언젠가부터는 싫고 좋은 것 얼굴에 표정으로 다

담아내는데, 똑 부러지게 얘기 못하는 제자신도

부담스럽고 그렇네요.

하지만 한편으론 주어지는 상황들에 저를 다

내어놓으면 하느님의 사랑을 더 많이 체험해서

그런 것쯤 별것 아니라고 너그러이 헤아려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은

하느님 사랑을 많이 느끼며 살고 싶다는 기도중에

얻은 응답이랍니다. "맡겨보렴." 뭐 꼭 신비한

음성이 들려왔던 것은 아니고, 왜 마음으로 듣고

느끼게 되는... 그런거 있잖아요. *^^*)

가슴속에 울림이 있는 얘기들을 나누고 싶어하더니

많이 털어놓았네요.

 

성당다니지 않는 직장후배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가 많이 힘들때 제게 전화를 해서 이런저런

하소연, 험담들을 하거든요.

어떨땐 ’내가 왜 이런 얘길 듣고 있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같이 가야하는 사람으로서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 기운낼 수 있는 얘기들을 이메일로

보내주거든요.

아마도 그 친구를 많이 아끼나봐요.

덕분에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아듣게도 되고,

추기경님께도 부담드리기 싫어서 울림이 없는

얘기들만 썼던 저를 발견하게도 되었어요.

 

많이 길어졌네요.

제가 이 글을 쓸때는 늘 회사거든요. 좀 전에

과장님이 와서 보더니, 설마 추기경님께서 직접

쓰시겠냐며 의심하는 거있죠. 직접 써주신다고

얘기했더니, 제 말을 안믿겠다는 눈치예요.

의심많은 김태훈과장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

 

그럼 또 뵈어요~!

 

2000년 1월 26일

김윤선헬레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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