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92. 순례하는 교회4-사도-십자가의 길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12-05 ㅣ No.144

 

 

 

  이렇게 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92. 순례하는 교회4-사도-십자가의 길

 

 

 

  신자들이 가끔 "신부님이 알아서 하세요. 저희는 신부님이 하시는 대로 하죠. 저희는 다만 신부님이 하시는 대로 따를 뿐입니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는 하지만 신자들은 속으로 "신부님이 이렇게 하시겠지"하면서 자신 나름대로의 결정을 이미 짓고서 그대로 해주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예수님의 수난 예고 장면(마태 16, 21-23)에는 하느님의 일과 대비되는 사람의 일이 나온다. 사람의 일 때문에 지연되고 연기되는 하느님의 계획. 더 나아가서 사람 때문에 포기되고 무시당하는 하느님, 사람에게 비는 하느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베드로는 자기를 사랑해 주시고 자기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맡겨 주셨을 뿐 아니라 자기 미래를 책임져 주셔야 할 분이 이렇게 갑자기 죽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주님, 안됩니다.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22절)

 

  그에게는 그러한 죽음이 하느님의 구원 방법이고,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날 기회라는 것을 깨닫기엔 아직 믿음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에겐 선하신 분이 왜 악인처럼 죽어야 하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도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 주실 분이라고 믿고 기대왔던 베드로에게는 아예 자신에게 떨어지는 날벼락이었으리라.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를 지탱하고 있는 인간의 의식구조와 인간세계의 가치관과 행동방식에 대해 쐐기를 박는다. 세상의 가치관과 세상의 움직임, 또 세상에서 생각하는 가치관을 주님에게 적용하지 말라. 그리고 한술 더 떠서 그것과 연관하여 주님을 거기에 따르라고 말하지 말라.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장애물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는구나!"(23절) 네 입장에서, 너와의 이해관계에서 보지 말라.

 

  "하느님의 일은 곧 하느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다."(요한 6,29)

 

  하느님의 일은 현실적이고도 물질적인 어떠한 보상도 보장도 없다. 오히려 십자가와 죽음만이 기다린다는 표현이 더 현실적이리라. 애초부터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을 통해서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이기"(로마 14, 17) 때문이다.

 

  그리고 하늘 나라는 어느 누구 한 개인의 것이 아니기에 혼자 들어갈 수도 또 어느 누구 한 사람의 계획과 구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느 누구 하나가 하느님 백성을 구원한다고 나서기 시작하면 그는 사탄이 될 것이다.

 

  하늘 나라는 주님의 것이고 주님께서 통치하는 나라다. 그러므로 하늘 나라를 만들고 또 거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과 가치관 등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의식구조와 사고방식 및 행동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그리고 주님의 뜻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주님을 따른다고 하지만 자기의 일처리 방식대로 하거나 또는 자기의 생각대로 풀려고 하고 자기의 방식대로 하려고 하면, 그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걸림돌이 되고 결국은 자기라는 장애물 앞에서 부딪치게 된다.

 

  이러한 버림이 곧 자신의 십자가일 수 있다. 자기를 버리고 형제들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 공동체 안에서는 자기 생각을 버리고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을 듣고 또 그리스도 우리 주님 안에 모아야 한다. 그리고 직책과 관계없이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써, 봉사하고 희생하면서 자신을 바쳐 기여해야 할 역할, 그것이 바로 자기의 십자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성서 구절과 연관하여 예레 12, 1-6(예레미야의 탄원과 그 질문에 답하시는 주님), 루가 9, 57-62(예수를 따르려면), 로마서 8, 35-39(하느님의 사랑)을 보충할 수 있다.

 



9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