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91. 순례하는 교회2-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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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11-26 ㅣ No.143

 

 

 

  전 자격이 없어요

 

 

 

  91. 순례하는 교회2-수임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 그는 누구인가? 어려운 일을 대신 풀어줄 해결사? 사업 부도를 막아 줄 은행장? 또는 건강을 책임져 주는 의사?

 

  베드로는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 16)라고 고백한다. 사람들의 머리나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그려져 있는 하느님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나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희망 속에 함께하시는 하느님. 나와 함께 사시는 하느님. 바로 그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 우리를 찾아와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우리 앞에 서 계신 인간 예수. 그분은 하느님의 약속대로 우리를 구원하실 그리스도이시다.

 

  베드로는 선생님께서 가르쳐 준 대로 또 자기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사람들에게 들었던 대로, 그리고 자기 민족이 그렇게도 기대해왔던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라고 고백한다. 어떻게 그분이 그리스도라고, 그렇게 명확하게 지명하여 말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예수님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어도 신앙인들로부터 그리고 교회의 교리시간에 듣고, 신앙공동체의 분위기 안에서 어렴풋이 느껴 "그분이 주님이다." "예수님이 구세주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리라.

 

  그러나 베드로의 고백은 확실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온전전 인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 고백을 부정하지 않고 대신 이렇게 말씀하신다. "시몬 바르요나, 너에게 그것을 알려 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 너는 복이 있다."(17절)-그저 그냥 듣기 좋으라고 사람들이 하는 말대로가 아니라, 하느님이 너를 통해서 이야기하시도록 너에게 계시하고 심어주신 것이다. 이렇게 베드로는 예수께서 인간에게 신앙을 주시는 주님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모든 어려움, 능력, 자격 등을 우리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이 하느님 앞에서는 결코 장애가 될 수 없다. 한낱 핑계일 뿐!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일을 직접 하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령 나에게 분에 넘치고, 또 실제로 할 수 없는 일인데도 사람들이 그냥 나에게 떠맡긴 것이라면, 또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면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하는 일마다 되지 않을 것이고….

 

  그러나 그것이 인간을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의 뜻이라면, 교회를 통해서 들려 오는 하느님의 선물이고 부르심이라면, 우리 부족한 것과 관계없이 하느님께서 그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은총을 주실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없이 나를 부르신 대로 봉헌하고 주님께 맡기면 된다. 그 외에, 오히려 우리가 내세우는 조건들은 주님의 부르심에 대한 거부의 형식으로 드러날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의 경험이 우리에게 그렇다고 고백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고백하는 베드로에게 주님은 직책을 주신다. 교회 즉 주님의 나라와 주님의 백성을 베드로에게 맡기신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18절) 주님이 인간을 바탕으로 당신 교회를 세우시려 한다. 영광스럽고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그것만해도 벅찬데 하늘 나라의 열쇠를 줄 테니까 땅에서 열면 열리고, 땅에서 닫으면 하늘에서도 닫게 된다고 하시다니. 고해성사의 사죄권을 포함한 하느님 권능의 위임은 정말 조심스럽다 못해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주님을 따르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전폭적인 신뢰와 사랑 그리고 당신 전능의 위임에 감사한다.

 

  이 성서 구절과 연관하여 1열왕 19, 1-18(엘리야가 호렙산으로 들어가 하느님을 만나다.), 루가 4, 16-30(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소식)을 보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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