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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의 아픔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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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0-06-13 ㅣ No.130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TV를 켜고 오늘의 역사적인 사건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참으로 즐겁고 감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예상을 깨고 공항에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공식 명칭 좀 써 볼까요)이 직접 우리 대통령을 영접하는 모습은 앞으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회담이 이루어질 것 같은 희망적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제가 역삼동 성당 보좌로 있을 때 본당 신자이셨던 고모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고모 할머님께서도 이산가족이시라 가슴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결혼하시고 얼마 되지 않아 6.25가 발발하고, 할아버지는 인민군에게 끌려가셔서 그 뒤로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으시고....  그 뒤 할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태어난 아드님과 함께 지금까지 힘겹게 살아오셨으니 그 50년의 깊은 한을 누가 헤아릴 수 있겠습니다.

 

생신 때가 되면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생미사를 봉헌하시더니, 언젠가는 연미사를 봉헌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실 때는 참 눈물겨웠습니다. 물론 지금 생존해 계신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래도 고모 할머님을 포함한 수많은 이산가족들에게 남북 정상의 만남은 뉴스 그 이상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대희년의 축복이 우리 민족에게 오는 것 같습니다. 대희년의 기쁨이 한민족 모두에게, 특히 눈물과 서글픔으로 살아오신 모든 이산가족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조용히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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