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예식과 연도-old

천주교의 장례예식과 유교의 예식비교

인쇄

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9-28 ㅣ No.6

5. 천주교의 장례예식과 유교의 예식비교- 토착화 요소중심

 

천주교 성교예규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내용상 크게 2권으로 편집되었다. 1권은 임종자를 위한 기도와 선종자를 위한 기도와 예식, 2권은 임종 후 상장 규칙과 임종과 초상등의 각 절차 때의 기도, 그리고 어린이 장사예절과 상례문답으로 구성된다. 천주교의 장례예식은 천주성교예규(1864년)의 상장규구의 총 23항과 상례문답의 56항의 세칙에 의해 이루어진다. 다음은 유교의 전통예식과 천주교의 장례 두 예식의 비교이다.

 

가. 영혼이 육신을 떠나면 바로 종후축문이란 기도를 받친다. 임종하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무릎을 꿇고 조용히 기도를 한다. "성인들이여 천사들이여 오셔서 이 교우를 하느님께 바쳐 주십시오. 주님,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십시오." 하고 간절한 애원의 기도를 올린다. 이후 연도를 바친다.

 연도는 크게 5가지로 구성된다.

1. 죄의 용서와 자비를 구하는 2편의 시편을 교대로 합송한다. (시편 129, 50편

2. 성인 호칭기도를 통하여 성인들의 통공을 간구한다.

3. 자녀들의 기도 -상주(喪主)가 죽은 부모를 위해 기도를 받친다. 1988년 이후 주교회에 상정한 상장례 예식서에는 위령기도는 신앙공동체의 기도이므로 자녀가 없이 임종한 이를 위해 친구나 이웃이 임종자의 구원을 위해 기도할 수 있도록 일반기도(문상객의 기도),자녀의 기도, 친구의 기도를 첨가하였다.

4. 찬미기도- 하느님의 구원사업의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는 교리이며, 함축적인 노래로 교송으로 부른다. 이 기도는 연도를 바치는 믿는 이들에게는 교리 교육적이며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선교의 시간이 될 수 있다.

5. 주님의 기도

6. 마침기도 - 성부를 향한 기도이며 성자의 수난 공로와 성인들의 통공을 통하여 임종자가 영원한 안식과 기쁨을 누리길 간구하며 살아있는 모든 신앙인들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 연도는 세례를 받지 않은 비신자을 위해서도 바칠 수 있다.

 유교에서는 임종자의 코에 햇솜을 대보아 움직이지 않으면 운명했다고 일단 보고서 가슴을 치며 우나, 이런 물리적 판단으로는 죽음을 단정하지 않고 사자(死者)를 소생시키기 위해 다시 하늘에 비는 종교적 의식을 행하는 데 이것이 복(復)이다. 복은 죽은 사람이 평소에 입던 웃옷을 가지고 지붕 가운데 올라가서 왼손으로 목을 잡고 오른손으로 허리를 잡고 북쪽을 바라보고 "아무개 돌아오라."고 3번 외치는 초혼복백(招魂復魄)의 의식이다. 유교에서는 사람의 죽음을 혼과 백의 갈림으로 생각하는데 죽은 후 혼(魂)은 하늘로 올라가고 백(魄)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본다. 그래서 복은 떠난 혼을 불러들여 백에 복귀하도록 기원하는 행위이다.

 연도를 받치기 전에 교우는 상가에 와 시신에 성수를 뿌리며 "망자 평안함에 쉬어지이다. 아멘"하고 기도한다. 여기서 죽음관이 다름을 볼 수가 있다. 장례의 시작이 유교에서는 다시 혼을 부르는 소생에 대한 염원의 표현으로, 천주교에서는 영혼의 안식을 기리는 정화의 의미로 시작된다. 그러나 한국 천주교에서도 입관 전에는 망자(亡者) 입관 이후에는 연령(煉靈)으로 시신을 구분하는데 망자(亡者)라는 단어에는 시신에 대한 애석함이 담겨져 있기에 이 단어를 천주교에서 수용하므로써 죽음에 대한 애석함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유교의 시신에 대한 입장이 죽은 부모의 혼과 백이 분리되어 자연으로 돌아간 부모의 것으로 인식하지만 천주교에서는 시신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시신은 하느님께 은총을 받은 몸이며, 성체를 영한 그리스도의 지체이며 성령의 궁전이며 세말에는 부활의 영광을 얻어 영혼과 한가지로 영복을 누릴 소중한 것이다.

즉 유교에서는 부모의 시신은 효의 대상이지만 천주교의 시신은 그리스도의 지체이며 성령의 궁전인 구원의 대상으로서의 육신이다. 천주교에서는 유교의 문상접대와는 달리 "장사식장에서는 술과 음식을 많이 벌리지 않음이 아름답고 다행한 일이다"고 말한다.

 

나. 수시(收屍)를 하여 준다. 시신을 올바르게 수습하여 주는 것을 말한다. 얼굴을 아름답고 화사하게 만들어 준다. 시신을 시상판(屍床板)에 올려 놓아 몸이 곧게 수습하여 준다.

 

다. 염습과 입관

 

 사망 후, 24시간이 지난 후에 입관 시간이 잡히면 염습을 한다. 죽은 이의 시신을 깨끗이 씻긴 후 정갈한 옷이나 삼베옷을 수의로 입히는 것을 염습(斂襲) 또는 염(斂)이라고 한다. 수의는 벼로 된 옷이나 평상복(한복,양복)이나 특수복(사제, 수도자등)을 입히어 얼굴을 싸메지 않고 관에 넣는다.

염습할 때, 염습 기도문을 바치고, 시신에 성수를 뿌리고 시작한다. 가족은 촛불을 켜들고 있다. 천주교회에서 염습을 중요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입관을 중요시하였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유교의 염습은 죽은자를 살리려고 애쓰면서 죽음을 인정하는 과정으로써 시신의 씻김인 습(襲), 시신을 베로 싸서 묶어 관에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소렴(小殮)과 시신을 베로 싸서 입관하는 대렴(大斂), 유가족들이 상복을 입는 성복(成服) 등을 엄격히 구분되어 정성을 드렸고 의식으로 정하여 엄격히 지켜왔다. 이렇게 입관보다는 염습을 중요시 한 이유는 사람이 죽었어도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살리려는 정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살리려는 노력은 머리를 동쪽으로 두며 지붕에 올라가 초혼과 고복을 한다든지 손톱, 발톱, 머리카락 등을 5낭(囊)에 모으는 것과 죽은 자를 깨끗이 씻기고 손톱과 발톱을 깍는 것, 사자(死者)의 입에 쌀과 조가비(貝) 또는 구슬(玉)을 넣어주는 의식인 반함(飯含)을 하여 다시 살기를 바라는 복생희구(復生希求)는 죽은 이에 대한 정성과 효의 표시이며 소생을 희망하는 살아있는 자의 심정의 표이다. 이것은 유교가 현세적 종교임을 드러내는 예식이다. 즉 유교에서는 생과 사를 별개의 차원으로 보지 않고 인간의 양면적 측면내지 일통지사(一統之事)로 본다.

 반면 한국 천주교의 염습예식은 입관 예식과 분리 되어있지 않다. 한국 천주교회의 염습과 입관예식은 예수의 무덤 안장 사건을 재현하는 권고문과 임종자의 영혼이 하느님의 인도와 자비로 천상낙원으로 인도 되길 바라는 내용의 시편으로  하나로 구성 되어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제자들은 그 시신에 향료를 바르고 고운베로 싸서 경건하게 무덤에 안장하였습니다. 오늘 우리도 같은 예를 갖추어 거룩한 성사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룬 고인을 염하여 입관합니다. 우리는 부활의 희망을 가지고 자애로우신 하느님께 고인을 위하여 기도하며 경건한 예식에 참여합시다.(염습예식 중 주례자의 권고)"

 한국 천주교는 예수님의 무덤안장 사건을 염습예식 및 입관 예식으로 재현하므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임종자의 죽음을 동일화하는 동시에 부활의 희망을 가지고 죽음을 부활을 향한 문으로 인식한 신앙교리의 토착화된 예식의 단면을 볼수 있다. 또한 한국 천주교는 반함(飯含)을 하지 않고 생전에 임종자가 사용하던 묵주를 임종자의 손에 쥐게 한다. 이것은 성모마리아의 전구를 간구하는 행위이다. 현행 풍습은 입관후에 문상을 했으나 오늘에 와서는 수시(收屍) 후에 문상을 받는다.

 

라. 출관(出棺)

 

출관(出棺)이란 상가에서 운구하여 나오는 것을 말한다. 미사와 고별식을 마치고 묘지로 떠난다. 천주교의 출관 방법은 신자인 경우 발을 앞세우는 데 이는 제단을 향하기 위함이며 하느님의 은총을 구하기 위함이다.

 

바. 곡(哭)의 의미과 상여소리와 연도

유교에서는 죽은 부모를 애도하는 표현으로 곡(哭)을 하고 천주교에서는 연도를 한다. 천주교에서도 곡을 한다. 하지만 유교의 곡에 비해 매우 자제를 강조한다."체모를 잊지말고 미치게 부르짖는 소리와 원망하는 말을 내지말고, 발을 구르며 가슴을 두드리는 거동을 말지니라." 이는 부활을 희망하는 죽음관 때문이다. "외교인의 죽음은 더 간절히 울음이 마땅하니 대개 이 무리는 죽으며 곧 지옥에 삼킨바 되어 영원한 불의 무한한 벌을 받을 지라 그런고로 마땅히 더욱 서러워하고 아파하려니와 교우의 죽음은 도리어 가히 즐거워하고 경하할 것이라, 어찌 몹시 서러워 통곡하리요? 그러나 만일 본성의 눈물을 금치 못하면 멀리 이별한 연고로 가히 울것이로되, 아주 영원히 잃은 줄로 울진 못할지니 대개 장래에 우리 다시 서로 만나 서로 즐길 바람이 있음일새니라."

 연도는 이를 바치는 주체가 둘로 나뉘어 한쪽이 부르고 나머지는 ’망자(공의회이후 세례명을)를 위하여 비소서’라는 구절을 반복함으로써 교환창 내지는 선후창의 형식을 지닌다. 이러한 선후창은 우리나라의 상여소리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형식으로 연도가 민속적 전통 위에서 창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연도를 구지 소리를 높여 노래함으로 유교적 전통으로는 자칫 즐거워하는 모양같아서 조상의 예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상례문답은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그렇지 아니 하니 이 비록 노래없이 거저 경을 외워도 족하나 경을 노래하여 외움이 그 연고 있으니 하나는 노래하는 소리 더욱 내 생각을 들어 주께로 향케하고 더욱 내마음을 수렴케 하고 더욱 우리 마음의 큰 원을 드러냄이요, 둘은 거룩한 노래의 소리 만일 법대로 하고 정성된 마음으로 하면 능히 마귀를 쫓으니, 대개 마귀 항상 마귀 근심하여 신락의 소리를 듣고 견디지 못함이요, 셋은 장사때에 교우의 하는 소리는 또한 슬퍼하고 근심하는 소리니 그러나 과도히 못할지라, 대개 우리 근심은 바람 없는 무리의 근심과 다르니라." 즉 통공을 통하여 죽은이가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얻기를 바라는 공동체의 원의의 크기를 소리로서 나타내기 때문에 ’소리높여’ 기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연도의 가락은 묵상을 하기 보다는 힘찬 청원기도의 분위기이다.

 

마. 묘지에서

 

무덤 축복후 즈가리야의 노래, 유가족을 위한 기도를 봉헌한다.

 

바. 매장이 아닌 경우- 매장 중심의 천주교회 장묘문화에서 화장과 납골 형태로 확산됨에 따라 화장과 납골과 산골시의 예식이 마련되었다.

 

사. 장례이후

천주교의 장례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미사이다. 장례와 관련된 미사를 위령미사라고 하는 데 이는 다시 장례미사와 기일미사, 연미사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민속과 관련하여 지적할수 있는 것은 탈상과 관련하여 장례후 절차에서 보이는 연미사의 봉헌시기이다. 가톨릭에서는 장례미사후에 3일,7일,30일 등 죽은 이를 위한 연미사를 봉헌할 것을 권장하는데, 이외 우리의 민속적 전통에 따라 삼우제나 사십구재, 백일재를 대신하여 죽은이를 위한 미사가 봉헌되기도 한다.

삼우제는 유교에서 사십구재와 백일재는 불교에서 유래된 의례이다. 삼우제(三虞祭)란 원래 세 번째 虞祭라는 말로 이는 갓 돌아가신 영혼을 위로하는 제사이다. 여기서 우(虞)는 형체가 땅밑으로 돌아간 이후에, 안정을 찾지 못하고 불안에 싸여 방황하고 있을 혼령을 편안하게 해드린다는 安神을 뜻하며, 돌아가신 당일, 삼일째 지내는 것을 각각 초우제, 재우제, 삼우제라고 한다. 그런데 화장(火葬)을 기본으로 하는 불교식 장례에서는 이 삼우제가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포함되는 것이 보통이다. 장례일로부터 49일, 100일째 되는 날 올리는 사십구재나 백일재도 마찬가지이다. 사십구재는 원래 불교의식이었는데 유교에서도 지낸다. 보통고인이 생전에 다니던 절에서 거행하며,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뜻을 지닌다. 불교에서 사십구일은 칠칠일이라고도 한다. 사람이 죽은 후 7일의 7배의 기간으로 사람이 죽어서 49일간은 중유(中有)에 헤매어 아무대로도 전생(轉生)하지 않고 7대왕에게 그 살아서의 행적에 따라 심판을 받고 마지막 염라대왕을 만나는 날이 49일이다. 이때 추선공양을 절에서 해서 명복을 빌어 죽은 사람이 果保를 얻어 성불하도록 초칠일부터 7일마다 공양한다. 7의 7배인 49일로서 그 공양을 마친다. 이 기간을 중음(中陰)이라고 한다. 이렇게 49재나 삼우제는 다른 종교의 다른 신관과 죽음관에 의한 제례이다. 하지만 천주교의 일반신자들은 아직도 삼우제나 사십구재의 연미사라고 미사를 봉헌한다. 이것은 토착화라기 보다는 종교와 제례문화에 대한 혼선이라고 생각한다. 상례문답에서는 이러한 외인의 제례택일과는 다른 기도일을 지정하여 연미사와 연도를 받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문(問) :전해진 기약이 어느 날(장례 기도하는 날)이 어느 날이뇨? 답(答): 죽은 후 3일 7일 30일과 주년이요 추사이망 첨례날이니라."(상례문답30항)

"문(問):이날에 망자를 위하여 특별히 송경 기도함이 외인의 택일 사망과 같지 아니하냐? 답(答):그렇지 아니하니 대개 이 몇날은 다 특별한 뜻이 있어 정한 것이요, 연고없이 공연히 정한 것이 아니니, 제3일은 오주 예수 사후(死後) 제3일에 부활하사 무덤에서 나오심을 기억하여, 우리들이 망자 장래에 영광의 부활 얻기를 바라고 구함이요, 7일은 천주 천지를 개벽하실 때에 엿새 안에 만물을 조성하시고 이렛날에는 쉬사 다시 내지 아니심을 기억하며, 망자 일찍 영원히 쉼을 얻기를 바라고 구하는 뜻이요, 한 달만은 고교때에 모이세와 혹은 다른 두목을 위하여 기구하던 기한을 따름이요, 주년을 지킴은 예로부터 만국 풍속을 보건대 혹 대사를 당하면 그 주년을 지키는지라, 사람이 괴로운 세상에 나매 생일을 기억하여 오히려 정하거든 하물며 교우 이 괴로운 세상을 떠나고 영원히 즐길 세상에 나는 날을 어찌 더욱 기억하여 지키지 아니리요? 추사이망날은 특별히 성교회에서 정하여, 공번되게 모든 죽은 교우의 영혼을 위하여 기구하는 날이니 이날에 우리도 마땅히 우리 자모(성교회)를 본받아 우리의 기도를 성교회의 간절한 기도에 합하여 천주께 드려 써 우리 기도를 윤허하심을 얻게 할지니라."(상례문답32항)

 



1,086 1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