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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베드로의 둘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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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3-02-12 ㅣ No.89

 

 

신약 베드로의 둘째 편지 해제

 

 

-진 토마스,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신약성서12 야고보서 베드로 전 후서 유다서, 분도출판사, 1987

 

 

 

Ⅰ. 내용과 목적

  인사말에(1,1-2)이어 필자는 독자들에게 하느님이 그들에게 내리신 고귀한 선물들을 상기시키며, 사라지고 말 덧없는 일들을 멀리하고 그리스도께 대한 올바른 인식을 얻어 그분의 왕국에 들어가도록 힘쓰라고 권고한다(1,3-11). 그리고 필자는 죽음을 앞둔 베드로의 유언의 형식으로, 주님의 내림이 확실히 이루어지리라고 강조한다.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림의 영광을 미리 보여 준 그분의 변모를 목격했다는 것과 구약의 예언들이 믿을 만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1,12-21). 2,1-3에서는 이단자들이 나타나서 날뛴다는 것과 그들이 받을 심판을 예고한다. 그 심판이 틀림없이 내린다는 것을 확신시키기 위해 구약의 세 가지 예화(천사들이 받은 벌, 노아 시대의 대홍수,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를 든다(2,4-10). 이어서 필자는 이단자들의 그릇된 가르침과 분열 조장을 공박하고, 그들이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인정하지 않고 돈만 탐내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퇴폐 상을 신랄히 규탄한다(2,11-2).

  3,1-4에서 필자는 본서를 쓴 목적을 밝힌다. 즉, 그리스도의 내림 설을 비웃으며 "초롱을 일삼는 자들"이 나타나서 신도들을 현혹시키기 때문에, 신도들에게 예언자들의 말씀과 사도들의 가르침을 상기시켜 내림에 대한 확신을 박아 주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말한다. 3,5-7에서는 이단자들의 허무 맹랑한 조롱을 반박하기 위해 이 세상이 전에 이미 한 번 심판을 받았음을 상기시키고 하느님은 참을성 있는 분이시기에 인간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시려고 주님의 내림과 심판을 미루고 계시다고 한다(3,8-9). 그리고 결론적인 훈계를 한다. "주님의 날"이 오면 모든 것은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 확실하니, 신도들은 언제 닥칠는지 모를 그 날에 대비하여 거룩하게 살도록 노력하라고 한다(3,10-13). 끝으로 필자는 바울로의 서간에 언급하여 신도들이 주님의 내림과 심판의 날을 기다리며 충실한 생활을 할 것을 다시 한번 권고하고, 그리스도께 올리는 찬송으로 편지를 끝맺는다(3,14-18).

 

2. 정경성

 초기 교회의 2세기 동안 베드로 후서에 언급하거나 그 본문을 인용한 문헌은 하나도 없다. 초기의 호교가들, 예컨대 이레네오, 떼르뚤리아누스, 치쁘리아누스 등의 글에도 말이 없고, 무라또리 경전목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처음으로 본서에 언급한 사람은 오리게네스(185-254)이다. 그는 베드로 전서에 대해서는 공적인 인정을 받은 경전으로서 언급하고 있지만 후서는 의심스러운 서간으로 알고 있다. 에우세비오스(265-339)는 그의 교회사 Ⅲ,3에서 베드로 전서는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후서에 관해서는 "우리는 이 서간이 성경에 속하지 않는다고 배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서간에 풍부한 교훈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쓰고 있다. 그래서 에우세비오스는 그의 교회사Ⅲ,25,3에서 베드로 후서를 "외경"(外經, 안티레고메나)가운데 배열했다. 하여간 4세기까지 이 서간을 몰랐던 교부들이 많았다. 그리고 알고 있던 사람들 중에도 그 친서성을 부인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암브로시우스와 아우구스티누수가 본서의 정경성을 주장했을 때부터 교회는 결정적으로 본서를 정경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3. 필자와 집필 연대

본서의 필자는 명백히 자신을 사도 베드로로 소개하고 있다(1,1). 그리고 1,16-18에서는 자신이 예수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목격하였다고 말하고, 3,1에서는 본서가 "두번째 편지"라고 말하면서 베드로 전서도 자신의 글임을 시사한다. 그뿐 아니라 3,15-16에서는 "우리의 사랑하는 형제 바울로"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이 바울로와 같은 사도적 사명을 띠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도 일찍부터 이 편지의 베드로 친서성을 부인하는 견해가 있었거니와, 특히 오늘에 와서는 본서의 필자를 사도 베드로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신약학계의 통설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필자는 유다서, 즉 사도 아닌 사람이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겨 썼다. 이 사실 자체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는 못하지만, 유다서가 사도 시대 이후에 집필된 문서이니(유다서 해제Ⅳ를 보라)본서도 사도 시대 이후에 씌어진 문서이다(해제Ⅳ 베드로 후서와 유다서의 상호관계 참조).

  2) 이단자들이 "그분의 내림에 관한 약속이 어떻게 되었느냐? 사실 조상들이 잠든 후로 모든 것은 창세 이래 그대로 있지 않느냐?"고(3,4) 했다는데, 베드로 생존시에는 이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잠든 조상들"이란 초창기 교회의 두서너 세대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본서 외에 그리스도의 재림을 부정하는 말이 나오는 최초의 문헌은 95년경 기록된 클레멘스의 첫째 편지이다(23,3 이하).

  3) 3,15-16에서 필자는 "우리의 사랑하는 형제 바울로"의 서간들에 언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서간들을 성경과 같은 권위를 가진 것으로 말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집필 연대는 2세기 초 이전은 아닐 것으로 추측된다. 바울로의 서간들이 전교회에 알려지고 권위 있는 경전으로 인정을 받기까지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필자는 누구일까? 필자는 충실한 신도로서 자기가 아는 교회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좌시할 수 없어 도와주려고 본서를 쓰고, 수신인들이 자기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도록 사도 베드로의 이름을 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필자는 가명작품의 기법을 충분히 활용한 셈이다. 유다서의 집필 연대를 100년경으로 추정하면, 본서의 집필연대는 아마 125년 이후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다(가명작품에 관해서는 사목서간 해제 16면을 보라).

 

4. 베드로 후서와 유다서의 상호관계

본서 2장과 유다서는 그 내용과 표현에 있어서 거의 일치한다. 특히 본서 2,1-18은 유다 4-16절과 병행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그밖에 본서 3,3은 유다 18절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고, 3,7은 유다6-7절에 의거했다. 3,14는 유다 21절 및 23절과 비슷하고, 3,17은 유다 24절과 비슷하다. 여기서 두 서간의 문학적 의존관계가 문제가 된다. 두 필자가 같은 문서전승을 출전으로 사용한 증거는 찾아 볼 수 없다. 학계에서 유다서를 베드로 후서 2장의 전거(典據)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베드로 후서 2장의 내용을 보면 유다서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수록하고 그밖에 그리스도의 재림에 관한 이야기 등 새로운 내용도 첨가하고 있다. 그러니까 베드로 후서의 필자가 짧은 유다서를 자기 글에 삽입하고 그 앞뒤에 1장과 3장을 덧붙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만약 유다서가 베드로 후서의 초록이라면 그 필자가 왜 1장과 3장을 빼 버렸는지 해명할 길이 없다.

  2) 두 서간의 필자는 각기 구약의 고사(故事)에서 예를 들어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예가 유다 5-7절에서는 이스라엘이 에집트에서 나온 뒤 광양에서 방랑하던 중 받은 벌, 그 다음 천사들이 받은 벌, 그리고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이야기 순서로 기록되어 있고, 또한 벌을 받았다는 사실만 강조하고 있다. 한편 베드로 후서에는 천사들이 받은 벌, 대홍수와 노아,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그리고 롯의 구원 순서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이 구약성서 안에서의 배열 순서와 일치한다. 따라서 베드로 후서의 필자가 유다서의 순서를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밖에, 베드로 후서는 전체적으로(특히 3,14-18 참조) 징벌의 예뿐 아니라 구원의 예까지 들고 있는데, 이것은 필자가 유다서를 옮겨 쓰면서 자기 나름대로 구원문제를 덧붙였다고 볼 수 있다.

  3) 유다서를 모르면 베드로 후서의 여러 대목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2베드 2,11=유다 9; 2베드 2,4=유다 6 비교; 2베드 2,17=유다 12와 13).

  4) 위경을 인용한 묘사들을 비교해 보면 유다서의 묘사가 베드로 후서보다 더 상세하다. 예컨대, 유다 6에서는 천사들의 타락을 위경 에녹서에 따라 2베드 2,4보다 더 구체적으로 묘사했고, 유다 9에서는 위경「모세의 승천」에 따라 모세의 시체를 에워싼 대천사 미카엘과 사탄의 논쟁을 묘사하고 있는데, 베드로 후서는 이 이야기를 옮기지 않았다. 그리고 유다 13-15에서 이단자들을 "떠돌이 별"이라고 한 말이나 에녹서의 인용 구절이 2베드 2,7에는 없다. 요컨대, 베드로 후서의 필자는 유다서의 필자가 거리낌없이 인용한 위경의 구절들을 의심스러운 것으로 보고 생략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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