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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한국에 관심 왜? [매일경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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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욱 [best007] 쪽지 캡슐

2014-01-24 ㅣ No.11202

프란치스코 교황(78)이 지난해 3월 교황에 선출됐을 때 한국 가톨릭계는 기쁘면서도 난감했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만 평생 사목한 그를 직접 만나 볼 기회를 가진 한국인 사제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교황이 동아시아 첫 순방국으로 한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 22일 공식 확인됐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한국으로부터 8월 대전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초청을 받았다"며 "한국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과 스리랑카에서도 방문 요청이 있었지만 올해가 아닌 내년이라고 못 박았다.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찾은 지 25년 만의 교황 방한이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염수정 추기경 서임은 방한 전 선물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왜 한국일까. 바티칸은 18세기 `조선`이라는 존재 자체도 잘 몰라 선교사를 파견하지도 않았다. 중국과 일본에는 일찌감치 선교사 발길이 이어졌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230년 전 조선사회 지성인들이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위해 중국을 통해 서학을 받아들였고 이것이 신앙이 됐다.

바티칸이나 수도회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신앙을 스스로 일군 독특한 사례인 것이다. 제사를 거부한 탓에 유교적 전통 사회와 치열한 갈등을 겪었고, 순교와 박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2만명이다. 성인(聖人)도 103명으로 세계에서 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많다. 신자는 526만명으로 적지 않은 교세다. 바티칸에서 볼 때 한국은 기특한 나라이자, 자랑하고픈 성공사례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은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더구나 교황의 주교 서품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민족 신앙이 강해 외래 종교가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가톨릭 교세도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어떠한가. 서구 제국주의 식민지 역사를 통해 신앙을 받아들여 국교가 가톨릭이지만 딱히 내세울 만한 국력도, 자랑거리는 없다.

우리나라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점도 바티칸의 관심을 끈다.

교황이 왔을 때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아시아청년대회와 시복식이라는 행사는 표면적인 계기일 뿐 본질적으로 바티칸이 동반자로서 한국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순교의 붉은 피와 눈부신 교세 확장, 국력이라는 3박자가 어우러져 교황의 발길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 = 이향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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