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86. 미사10-하느님의 어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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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10-23 ㅣ No.135

 

 

 

  하느님의 어린 양

 

 

 

  86. 미사10-하느님의 어린 양

 

 

 

  구약성서의 시대부터 사람들은 죄를 많이 지으면 죽게 된다고 생각해 왔다(로마 5, 12 참조). 그래서 사람의 외관적인 흉함이나 질병, 현세적이고도 물질적인 궁핍을 죄의 벌로 이해했다.

 

  이렇게 인간이 죄로 인해 불행을 겪는다는 사고방식 속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우리 인간의 구세주란 사실을 선선히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그렇기에 비참과 벌의 상징으로 죽음에 처해진 십자가상의 예수님과, 권능과 거룩함의 상징인 하느님이 인간의 편향된 사고 안에서는 서로 충돌과 긴장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런데 구약의 '고난받는 주님의 종'은 인간들의 속죄를 위한 속죄제물로서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기사는 한편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져서 바빌론에 노예로 끌려가 수난받는 이스라엘의 의인들을 그린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 모습 안에서 그리스도 수난의 신학적인 배경을 찾아볼 수 있다.

 

  "실상 그는 우리가 앓을 병을 앓아 주었으며, 우리가 받을 고통을 겪어 주었구나. 우리는 그가 천벌을 받은 줄로만 알았고 하느님께 매를 맞아 학대받는 줄로만 여겼다. 우리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며 제멋대로들 놀아났지만, 주님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구나. 우리의 반역죄를 쓰고 사형을 당하였다."(이사 53, 4. 6. 8ㄷ)

 

  이미 구약성서의 욥의 기사를 통해 선한 사람이 왜 고통을 받는가에 대해 질문을 제기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고난받는 주님의 종의 노래 안에서 하느님은 죄인들의 죄값을 선하고 죄없는 인간에게 대신 물으심으로써 죄인들의 죄를 씻고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신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이사 53, 10 참조).

 

  실제로 초대교회 공동체는 이러한 구약의 고난받는 주님의 종의 전승을 염두에 두고 예수님의 수난을 이해해 왔다. 요한 복음사가는 세례자 요한의 입을 빌어 속죄 제물이신 예수님에 대해 선포하도록 한다.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저기 오신다."(요한 1, 29ㄴ) 그분은 바로 하느님의 성령으로 오신 하느님의 아드님이다(요한 1, 33ㄴ-34; 사도 8, 26-40; 1베드 2, 24-25 참조).

 

  교회는 성서의 구세사적인 전망 안에서, 탄생에서부터 죽으심에까지 이르는 예수님의 전생애를 인간의 구원을 위한 희생제사로 그리고 있다(1베드 1, 20; 로마 5, 6 참조).

 

  그리고 구약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노예살이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이집트인들을 치던 하느님의 마지막 재앙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스라엘의 집 문설주에 바르던 양과, 예수님 죽음의 의미가 일치함을 제시하면서 예수님을 빠스카양에 비유한다.

 

  유다인들이 파스카 양을 잡던 과월절 준비일의 낮 12시경에 돌아가신 주님(요한 19, 14 참조). 인류를 죽음의 운명에서 해방시켜 영원한 생명의 길에 접어들도록 해주신 주님. 그분은 바로 인류를 죄악의 굴레에서 해방시키시는 속죄제물, 즉 구원을 위한 파스카의 어린양이시다.

 

  미사 때 우리는 성체성사를 들고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하며 외치는 사제의 함성 속에서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요한 3, 14)던 주님의 음성과 주님 수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듣는다.

 

  성금요일 십자가 경배예절 당시 사제가 외치는 구원의 선포, "보라 십자나무 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 그것은 바로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요한 3, 15)시기 위해, 영원한 생명 곧 구원의 식탁에로의 초대이며 은총의 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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