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84. 미사8-성변화후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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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10-12 ㅣ No.133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84. 미사8-성변화후 환호

 

 

 

  "성당에 가면 밥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돈이 생기기는커녕 내야 한다. 이렇게 손해인데도 성당 일에 매달리는 사람마저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라도 다 하고 다 될 것 같은 사회 안에서 이런 일이 생겨난다는 것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우리는 이 신비를 요한 복음 6장에 나오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 본다. 곧 한 소년이 내어놓은 보리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주님께서는 빵의 기적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다. 내 것을 내어놓으면 나는 죽을 텐데 죽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먹고도 남았다는 것이다. 신비가 아닐 수가 없다.

 

  그럼 이 기적을 돈 내고 돈 먹기 또는 돈 나눠 먹기(?)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 복음서 저자가 이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루가 9, 23-24)임을 알리고자 함이다.

 

  인간이 여기서 '나'라고 이야기하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께 의지함으로써, 자신이 살아왔던 방법과 처세적인 습관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면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기적을 통해 우리가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 예수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생명의 양식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요한 6, 54)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을 걸머지고 있는 그리스도 예수, 우리가 먹고 마시며 우리 생명의 주님으로 모시는 그분은 누구인가? 실패한 듯 보이면서도 그분은 죽음의 세력을 쳐부수시고 부활하셨다(마태 28, 5-6 참조). 그리고 부활하신 그분은 우리의 주님이 되셨다(마태 28, 18 참조).

 

  복음서 저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가 예수님의 뜻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또 그렇기에 예수님은 당신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여 십자가를 짊어지셨다고 말하고 있다(루가 22, 42; 마태 26, 42; 마르 14, 36 참조).

 

  우리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우리의 주님으로 선포하고자 하고, 십자가가 우리 신앙의 본모습이라고 외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부활은 열매이지만, 십자가는 부활의 과정이요 전제조건이다. 부활은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의 하느님 나라이지만, 십자가는 오늘 여기서 십자가를 짊어진 주님의 자녀들에게서 이미 드러나기 시작한 하늘나라의 문이요 그 열쇠이다. 그리고 그 십자가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구원의 길이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다(요한 17, 17-19 참조).

 

  그러므로 십자가 앞에서, 그것도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희생해야 할 순간에 "안절부절 못하고 의심을 품"(루가 24, 38)을 것이 아니라 기꺼이 짊어지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십자가를 우리의 자랑이요 권리로 여길 수 있어야겠다. "누구든지 자랑하려거든 주님을 자랑하십시오."(1고린 2, 31) 그러면 우리가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우리가 바로 주님의 은총으로 회개했다는 것을 알 것이며, 우리를 통해 주님을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주님은 그들도 회개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루가 24, 46-48).

 

  그때 비로소 십자가가 주님을 사랑함으로써 짊어지는, 주님 사랑에 대한 우리의 신앙고백이요 응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요한 2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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