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82. 미사7-성변화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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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09-27 ㅣ No.130

 

 

 

  나와 함께 낙원에

 

 

 

  82. 미사7-성변화22

 

 

  우리는 지금까지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반하고, 저버린 이들을 보아왔다. 그런데 예수님을 이해한 이는 없었을까? 우리는 예수님 죽음의 의미를 발견한 사람들도 본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린 죄수가 모욕하는 것을 말린 다른 죄수(루가 23, 40-42 참조). 그리고 "이 사람이야말로 죄없는 사람이었구나!"한 로마인의 백인대장(47절) 또한 "구경을 하러 나왔던 군중도 이 모든 광경을 보고는 가슴을 치며 집으로 돌아갔다."(48절) "예수의 친지들과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를 따라 다니던 여자들도 모두 멀리 서서 이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49절) 그리고 "예수를 죽이려던 의회의 결정과 행동에 찬동을 한 일이 없었고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며 살다가 예수의 시체를 장사지내기 위해 빌라도에게 청했던 의회 의원 중에 요셉이라는 사람"(50-53절)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에게 주님은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43절)라고 응답해 주셨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주님 앞에 선 인간의 기본자세와 처지가 어떠해야 하는지 발견할 수 있다. 미사의 기도문 안에서도 이런 청원의 자세를 본다. "저희 죄를 헤아리지 마시고 교회의 믿음을 보시어 주님의 뜻대로 교회를 평화롭게 하시고 하나 되게 하소서. 주님은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평화의 기도 중에서)

 

  그런데 우리가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선발되었다는 것은 잘 알면서도, 사랑은커녕 사랑의 전제라 할 수 있는 용서가 왜 그리 어려운지? 용서하자니 억울하고 내 감정이 허락하지 않고 내 마음도 편치 않다.

 

  내가 한가할 때나 기도할 때마다 나타나서 나를 괴롭히고 나를 잡고 있는 사람과 사건, 상황들. 내가 용서해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잡혀 있는 셈이다. 나의 미움이라는 감정 속에 사로잡혀, 주님께로 나아가지 못하고 갇혀 있는 내 모습 안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라도 용서해야 한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악에게 굴복하지 말고 선으로써 악을 이겨내십시오."(로마 12, 17. 21) 원수 갚는 일은 주님의 몫이니까 말이다(19절 참조).

 

  베드로 사도 역시 불공평한 세상을 탓하며 억울해하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떤 이들은 주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미루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러분을 위해서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주님께서 오래 참으시는 것도 모든 사람에게 구원받을 기회를 주시려는 것이라고 생각하십시오."(2베드 3, 9. 15)

 

  한편 우리 죄의 사함을 받기 위해서 구약성서 기자는 다른 사람의 죄에 대한 용서와 관용을 전제로 제시한다. "이웃의 잘못을 용서해 주어라. 그러면 네가 기도할 때에 네 죄도 사해질 것이다."(집회 28, 2) 또한 주님께서도 주님의 기도를 통해 용서를 명하신다(마태 6, 12. 14-15 참조).

 

  실천적인 면에서 사제가 성작을 들고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시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하면서 성혈을 축성할 때, 내가 용서할 수 없고 내 마음 속에 얹힌 것처럼 맺혀있는 가련하고 한 서린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당신도 나를 용서해 주십시오."하면서 용서합시다. 그리고 성체를 영하자. 우리 안에 주님의 사랑이 다시 회복되도록.

 

  그리고 우리가 그 회복된 사랑으로 용서할 수 있도록 한 명씩 빌면서. 마지막으로 용서의 대명사인 주님 앞에서 나의 용서를 청하자. "주님, 저를 용서해 주시고 저를 받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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