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77. 미사5-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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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08-23 ㅣ No.125

 

 

 

  빵을 바치오니 생명의 양식이 되게

 

 

 

  77. 미사5-봉헌

 

 

 

  엘리야 시대에 3년 동안 비가 한 방울도 안 내리자, 이스라엘은 난리가 났다. 엘리야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농사를 잘 짓게 해 준다고 믿는 신, 바알에게 기도해보라고 한다. 그러나 바알신의 예언자들이 아무리 기도해도 비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엘리야가 기도한다. "야훼여, 저에게 응답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이 백성으로 하여금 야훼께서 하느님이심을 깨닫고 그들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신 분이 당신이심을 알게 해주십시오."(1열왕 18, 37) 그러자 비가 쏟아 내린다.

 

  이 기적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봉헌과 연관하여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엘리야가 기우제를 준비시키는 가운데, "물을 네 동이씩 세 번 제물 위에 부어 제단 주위로 넘쳐흘러 옆 도랑에 가득 괼" 정도로 물을 제물 위에 부으라는 내용이 나온다. 자, 삼 년이나 가뭄이 계속되었는데 물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리고 남은 물이 설령 있다 하더라도 다시 비가 내릴 때까지 고이고이 신주 모시듯이 아끼고 아껴야 할 물을 제물 위에 부으라니!

 

  신약에서도 행실 나쁜 여인이 "매우 값진 순 나르드 향유 한 근을 가지고 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요한 12, 3) 주님은 주님을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이스라엘에게 필요한 것을 베풀어 주셨다. "마침내 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1열왕 18, 45)

 

  또 엘리야가 먹을 것을 달라고 하자, 가뭄 중에 먹을 것이 없던 과부는 먹을 것을 만들어 내 놓는다. "그리하여 엘리야와 과부 모자에게는 먹을 양식이 떨어지지 않았다."(1열왕 17, 15)

 

  그리고 우리는 "번제물을 사를 장작을 등에 지고"(창세 22, 6) 야훼이레로 올라가는 이사악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한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자기 스스로 제물이 되어 인류의 죄를 짊어지고 갈바리아 산으로 올라가시는 주님의 모습!

 

  인간에게는 사랑하는 자기 아들을 제물로 바치지 않도록 하셨던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하시기 위해서는 당신의 아들을 십자가상의 제물로 삼으시기까지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 이것이 봉헌을 가능케하고 이루는 주님의 사랑이시다.

 

  예수님은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루가 22, 42)하면서 자신의 목숨을 바치셨다.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신 예수님의 봉헌.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23, 34ㄱ) 하느님 아버지께 향한 아들 예수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 그리고 그에 따른 희생 제사는 우리를 구원하셨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매일 드리는 '미사' 라는 희생 제사이며, 미사 봉헌의 의미이며 본질이다. 그리고 이 봉헌은 그냥 죽음으로 그치지 않는, 아니 그칠 수도 없는 부활의 영광을 향한 희생 제사이며 구원의 십자가이다.

 

  우리는 어떻게 할까? 세상의 문제들을 우리가 다 감당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 눈앞에 닥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 하나도 제대로 응답하지 않고, 또 우리가 섣불리 응답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에 스스로 알아서 살아 나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합리적인 이성을 앞세워 강변하며, 엄두도 나지 않고 또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오늘도 부담 속에서 자신을 애써 합리화하며 지나치려는가?(요한 6, 7; 마태 14, 15 참조)

 

  아니면, 매일 나와 우리 한 가족 먹을 것조차 넉넉지 못하지만 "이것이라도 써 주십시오." 하며 바치겠는가?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 주님께 다시 드리오니 써주십시오."하는 마음으로 바치는 우리의 봉헌은 하늘 나라를 이룬다(요한 6, 9. 11. 1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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