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75. 미사3-대영광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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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08-09 ㅣ No.123

 

 

 

  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평화

 

 

 

  75. 미사3-대영광송

 

 

 

  가난하게 산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서 빨리 부자가 되는 길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자신들보다 더 가난하게 태어난 아기 예수는 오히려 기쁜 소식일 수 있다. 하느님도 우리와 같이 가난하게 오셨다. 아니 우리보다 더 어려운 처지로 오셔서 우리를 이해해 주시고 우리편이 되시어 우리를 구원해 주시리라는 공감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니까 말이다(필립 2, 6-7; 2고린 8, 9 참조).

 

  다른 한편 물질적인 여유 속에서 그저 자기 한 식구 잘 먹고 편하게 사는 것에만 치중하는 사람들,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존재 가치와 삶의 의미에 대한 감각조차 없이 물질적인 치장과 소유를 자기 생명의 담보로 삼고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인간적으로 꾸미고 그릴 수 있는 하느님다운(?) 권위와 외적인 힘을 모두 포기하시고, 오히려 보호를 받아야 할 연약한 아기로 오신 예수님은 인간 해방의 선언이다.

 

  또한 눈만 뜨면 다가오는 세상의 위협 속에서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야 하는 버거운 생을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참으로 인생의 여정에 지치고 지친 이들에게, 그저 주어진 삶을 마치는 것 외에 더 이상의 희망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버림받은 이들에게 그분은 위로와 희망으로 오신 것이다. 그분은 세상의 권력 싸움 속에서 그리고 세태의 변화 속에서, 결국 변절하고 쓰러지고 말 그런 한 세대의 풍운아요 영걸로 오신 것이 아니다(히브 5, 7-10 참조).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이 노래는 오늘 이 시대에도 울려 퍼지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요, 언어를 지닌 영장이라는 문구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타의 희생을 전제하고 요구하는 너무나도 배타적인 이기주의의 먹이사슬 속에서 포효하고 방황하는 동물이란 표현이 더 적절한 오늘의 인간 군상들.

 

  그러나 천사들의 말을 듣고 베틀레헴으로 달려 왔던 목동들에게서, 그리고 목동들의 말을 신기하게 받아들였던 사람들에게서, 자기 민족의 신심과 사상을 떠나 구세주를 찾아 온 동방박사들처럼 참 진리를 향한 제한과 편견 없는 행렬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구세주가 탄생하시리라는 천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마리아와 그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고 주님의 명을 따라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 나감으로써 주님의 평화 속에 있는 교회에서 하느님의 영광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서도 복음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영혼과 그 삶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이 이 땅에서 하늘 높은 곳으로 울려 퍼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신부님, 구역반 미사를 저희 집에서 지내게 되어 얼마나 큰 영광인 줄 모르겠습니다."

 

  영광을 자신의 출세나 입신양명에서 찾지 않고, 인간의 힘과 지배가 불가능한 저 너머의 진정으로 거룩한 분과 그분과의 연관관계 안에서 찾는 이들에게서 하느님의 영광은 오늘도 드러나고 있다. 하느님을 소유하고 조종하려 하지 않고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그 영광을 빛내는 이들에게서. 이들은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 안에서 평화를 사는 사람들이다. 즉 십자가의 길을 강요받았음에도 거부하지 못하고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이요, 또 한편 기꺼이 십자가의 길을 선택하여 걸음으로써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성탄 밤 천사와 함께 하늘의 군대가 부른 이 노래는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 가난해지도록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가난한 사람들이 외치는 기쁨의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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