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70. 성사적 표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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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07-04 ㅣ No.118

 

 

 

  말씀 나누기와 기도

 

 

 

  70. 성사적 표징1

 

 

 

  신자들끼리 모여 공식행사를 시작하려면, 늘 말씀의 전례를 한다. 주님을 모시고 주님의 말씀을 우리 가운데 듣고 우리 모임의 좌표와 길을 삼기 위해서이다.

 

  주님은 우리 아버지 하느님의 말씀이시고, 주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주님을 만나게 해주는 성사적인 표지다. 성서에 기록된 주님의 말씀은 첫째 주님을 알게 해주고, 둘째 주님의 뜻을 깨닫게 해주며, 셋째 우리의 구체적인 상황에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길을 제시해 준다.

 

  교회의 소공동체에서 하는 '(복음)말씀 나누기'는 참으로 성사적이다. 본당의 소공동체인 구역·반에서는 형제·자매들이 함께 모여, 주님의 말씀을 자신의 삶과 일상생활에 비추어 나눈다.

 

  이러한 나눔 속에서, 공동체의 일원들은 다른 형제의 발표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또한 주님을 모신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삶을 복음에 비추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식별하고, 용기와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우리는 교회의 소공동체 모임에서, 말씀을 기준으로 자신들의 신앙생활과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를 바라본다. 어떻게 하면 신앙생활과 지역사회를 더욱더 복음화할 수 있는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주님의 길을 찾는다.

 

  우선 자신이나 본당의 신앙생활과 지역사회 속에서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 다음에 주님께서는 그것을 어떻게 개선하기를 원하시는지 성서에서 찾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찾은 주님의 뜻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 가능하게 할 것인지 방법을 계획하고, 단계적으로 실천한다.

 

 

그리고 기도도 빼놓을 수 없는 성사적인 표지다.

 

  우리는 '빵 한 조각을 식탁 위에 놓고 기도하는 노인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겸허하고 감사하는 자세로 살아야겠다는 응답이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성당에서 기도하는 수도자들의 모습에서, 평온한 얼굴로 두눈을 감고 묵주를 돌리며 기도하는 신자들의 모습 속에서 경건한 부르심을 느낀다. 기도하는 신앙인의 모습은 주인이신 주님께 자신을 바치고 맡기는 봉헌의 자세이며, 거룩해지라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의 구체적인 행동 중의 하나이다.

 

  자신의 뜻을 버리고 주님의 뜻을 찾는 기도자들의 모습은, 자신들뿐 아니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하나의 성사적인 표지가 된다. 또한 우리가 자주 바치는 '묵주의 9일 기도'는, 주님의 일생을 묵상하며 주님께서 내려 주신 은총에 대해 감사드리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을 주님의 뜻 안에서 풀어 나가려는 사도들의 연구인 동시에, 우리의 삶 속에 주님께서 왕하셔서 우리를 당신의 도구로 써 달라는 기본적인 응답이다.

 

  주님을 기리며, 주님의 뜻을 찾는 우리의 기도는, 홀로 하더라도 공동체의 기도가 된다. 우리를 회심으로 이끌고, 공동체의 관심사와 현안을 주님께 봉헌하며,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임하시기를 비는 '시간경(성무일도)'은 그 시간에 기도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고리를 이루어 교회의 기도가 된다.

 

  기도하는 신앙인의 삶, 곧 기도생활은 주님을 우리의 구체적인 생활 안에 모시고, 자기가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을 버리고 주님의 도구로서 주님의 뜻대로, 이웃과 함께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살고자 하는 교회의 삶이며, 그러기에 성사적인 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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