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67. 혼인 성사 생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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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06-13 ㅣ No.114

 

 

 

  내 앞에서 한 약속을 무르익히라

 

 

 

  67. 혼인 성사 생활2

 

 

 

  주님은 혼인성사를 통해 "내 앞에서 한 약속을 무르익히라!"고 우리를 부르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물로 씻는 예식과 말씀으로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려고 당신의 몸을 바치셨습니다."(에페 5, 26) 부부가 하나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몸을 바쳐 우리를 키우시고 살리시듯이 우리도 서로를 위해 몸을 바쳐야 한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볼 때, 우리의 부족하고 불완전한 결합을, 주님께서 성사로 들어 올려 주시고 축복해 주셨다는 것에 우리는 감사드릴 뿐이다.

 

  우리 역시 우리의 혼인 서약에 충실해야 하겠다. 서약이란, 서로가 좋을 때뿐 아니라, 어렵고 심지어는 헤어지고 싶고 떠나고 싶을 때까지도 포함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하나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아한다는 사랑의 감정을 떠나, 무엇보다도 부부간의 용서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용서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배신과 배반의 외도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다가 지쳐 마지막에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까지 용서해 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실천해야 하겠다.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받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받을 큰 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옛 예언자들도 너희에 앞서 같은 박해를 받았다."(마태 5, 11-12)

 

  설사 살아서 나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이더라도, 또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더라도, 주님을 기억하며 주님의 자녀가 걸어나갈 길을 포기하지 말라. 한평생 외도로 아내를 괴롭혀온 한 남편이 죽어 가면서, 차마 자기 아내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친구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나는 죽어서 아내의 가슴에 묻히겠습니다!"

 

  우리의 처지 안에서, 오히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셔서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호소를 들어 보라. 주님께서는 가난한 이웃을 우리 주변에 살도록 하심으로써, 우리에게 가난한 이웃을 맡기셨다는 것을 깨닫게 하신다. 그와 같이 우리의 인격적인 완성을 위해, 내 배우자를 나에게 맡기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아니 오히려 나에게 사명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려야 하겠다.

 

  지금까지 자신과 인생을 나누어 온 배우자를, 이제 자기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이 자기를 속인다는 말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남편은, 변천하는 사회사의 흐름 속에서 꾸준히 변화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을 가정과 친척들 안에서 보내야 하는 아내는, 남편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과거에 비해 너무나 변화된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멀어졌다고 느낄 수도 있다.

 

  또한 남편은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잡기 위해 일에 매달리다시피 하여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아이들은 다 커서 자신들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아내는 어떤가? 아내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느라 자신의 친정과 친구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꿈과 문화 그리고 자기 계발의 순간을 다 놓쳐 버렸다. 어느덧 나이만 덜렁 들어 버린 자신을 발견하고서는, 허전해하고 억울해하는 아내의 방황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나와 가정을 위해 자신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애써 일해 온 서로를 기억하면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 지난 순간들을 기억하면서, "나 밖에 돌볼 사람이 없어서, 나밖에 맡아 줄 사람이 없어서 나에게 이 배우자를 보내셨다!"는 다짐을, 혼인 서약의 충실성과 책임감과 함께 가져보자. 어쩌면 이제부터 서로의 인격을 완성시킬 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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