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66. 혼인 성사 생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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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06-05 ㅣ No.113

 

 

 

  다 좋은데, 그 점만 고치면

 

 

 

  66. 혼인 성사 생활1

 

 

 

  아내들은 남편들에게 이야기한다."제발 일찍 좀 들어오세요! 늦으면 전화라도 하고요! 기다리는 사람 생각 좀 해주시고요! 그리고 술 좀 작작 드세요!" 또한 남편들은 아내들에게 말한다."집 좀 지켜 집 좀! 매일 어딜 그렇게 쏘다니는 거야? 집에서 청소도 하고, 맨날 방구석이 이게 뭐야, 이게 사람 사는 집이야? 돼지 우리지!"

 

  답답하다! 답답할 것이다! 게다가 요란스럽게 여기 저기서 부딪히고 걸리적거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그런 배우자의 모습을 보면 정말 짜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나는 누구와 결혼했는가? 나는 내 마음 속에서 그리워 왔고, 아직도 (변화되어 새 사람으로 내 앞에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내 마음 속의 배우자와 결혼한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매일 술만 먹고 늦게 귀가하는 남편과 결혼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이, 매일 집을 비우고 쏘다니는 아내와 결혼했다. 어처구니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난 지금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점을 간직한 그 사람이, 좋아서 결혼했다. 이점만은 사실이다. 그렇지 않은가?

 

  "다 좋은데 그 점만 조금 고치면…."하고 말할지 모르지만, 내가 내 배우자가 변화되기를 기대하고 바라는 '그 점만', 그리고 '조금'이라고 하는 그 부분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남편된 사람들도 자기 아내를 제 몸같이 사랑해야 합니다.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에페 5, 28) 자신의 취향과 자신의 희망사항을 채워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참사랑이라기보다는 이기주의에 가깝다. 우리가 배우자에게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화를 내는 점은 어떤 면에서는 내가 그 점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배우자의 그 점을 포용할 여유가 없는, 배우자가 내 한계를 넘어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거기서 불만과 불안감이 생겨난다.

 

  그렇게 본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아주 적절한 배우자를 점지해 주셨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나를 완성시키기 위해 나의 부족한 점을 배우자가 채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배우자가 신경에 거슬리고, 나를 화나게 할 때마다, 하느님과 배우자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 배우자는 나를 사랑해서, 나의 한계를 깨뜨리고 성숙시켜 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몸을 바치신 것처럼 자기 아내를 사랑하십시오."(에페 5, 25)

 

  "사람이 부모를 떠나 자기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룬다."(에페 5, 31)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사랑하여 결혼하기 전까지, 그 동안 서로 다른 가문과 서로 다른 환경, 다른 문화, 다른 성장과정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결혼하였다고 해서, 아니 결혼한 부부라고 해서, 자기와 같은 마음과 같은 행동을 기대한다는 것은 욕심이다. 아니 처음부터 어리석은 기대였을 것이다. 서로 같을 수 있다면 하나 된다고 하지 않는다. 서로 같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고민과 걱정도 없을 것이다. 같으니까.

 

  하나 된다!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은 서로 같다는 의미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완성에 이른다는 것일 수 있다. 또한 그렇게 보완하여 하나의 모습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부모라는 한 모습으로, 이웃과 친지들에게 한 가정으로서의 모습을…. 각자 대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하나의 결정과 하나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또 함께 그것을 이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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