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64. 고해 성사 생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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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05-24 ㅣ No.109

 

 

 

  나처럼 사랑을 완전히 이루라

 

 

 

  64. 고해 성사 생활2

 

 

 

  주님은 고해성사를 통해 "나처럼 사랑을 완전히 이루라!"고 우리를 부르신다.

 

  세상 어느 누구도 사랑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런데 사랑할 줄 모르거나, 자신의 사랑을 남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사랑이 남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안타까워하고 망설이기까지 한다

 

  미움이 결심이 아니라 생겨나는 감정인 것처럼 사랑도 우리에게 생겨나고, 차곡차곡 스며드는 감정이다. 사람을 자주 보면 그가 반가워지고 정들기 시작하고, 안보이면 기다려지고 걱정하게 된다. 이미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사랑이 심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단지 그 사랑을 키워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사랑의 감정이 생겨나지 않고, 사랑은커녕 미움만 앞서는데…. 차라리 남이라면 주님이나 교회의 명령에 따라서 하겠지만 누구보다도 사랑해야 할 가족인데도 그러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는 십자가상의 주님을 바라본다. 그분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사랑은커녕 배신을 당해 십자가형에 처해졌다. 그런데도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루가 23, 34) 용서를 청한 이가 그중에 하나라도 있었는가를 고려하기보다, 주님은 사람들의 무지에 대해 말씀하셨다. 예수를 죽이는 이들이,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며 주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죽이려고 했을리가 있었겠는가?

 

  우리는, 우리 행위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하는 행위가 남에게 어떤 부담을 주는지 모른다. 또한 우리는 우리 행동의 의미를 고려하여 행동하기보다는, 습관적으로 특별한 의미도 없이 행동한다. 가령 그 행동이 남에게 비판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 자신은 그 행동이 그렇게 문제된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다. 나에게 부담을 주는 상대도 그렇게 행동한다. 그러니 그도 모르고 한 짓이다. "여러분은 서로 너그럽게 따뜻하게 대해 주며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 32)

 

  우리가 사랑하기 위해 용서하는, 아니 용서라는 그 사랑은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상으로 베풀어 준 것이고, 심어 준 것이다. 그 사랑은 또한 우리에게 생명이라는 형태로 사랑을 주시고, 매일 아침 우리 눈을 뜨게 하여 우리를 살리시는 하느님 사랑, 바로 그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이를테면 알코올, 도박, 마약 중독은 일종의 병이다. 그것은 결심하고, 강한 의지로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병이다. 암환자를 미워할 수 있는가? 단지 아프고 괴로운 감정이 들뿐이다. 그리고 그 아픔 앞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감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계 앞에서, 주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다. 주님께서 그를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시기를!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다른 모든 지체도 함께 아파하지 않겠습니까?"(1고린 12, 26ㄱ)

 

  상대를 보라. 상대의 상태와 현실을! 그러면 미움보다는, 같은 감정(동정)과 감싸주고 싶은 사랑만이 자신의 가슴 전체에 메아리 칠 것이다. "그러니, 따뜻한 동정심과 친절한 마음과 겸손과 온유와 인내로 새롭게 하여 서로 도와주고 피차에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해야 합니다."(골로 3, 12ㄴ-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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