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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에 불자들에게 보내는 경축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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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05-02 ㅣ No.108

 

 

 

  부처님 오신 날에 불자들에게 보내는 경축 메시지

 

 

 

  친애하는 불자 여러분,

 

  1.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올해도 저는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를 대표하여 여러분에게 진심 어린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세계의 모든 불자 여러분들이 기쁘고 행복한 축일 맞이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2. 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드리면서 저는 지난 해 9월 11일에 발생했던 저 비극적인 사건을 회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때 이후로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새로운 두려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두려움의 와중에서, 보다 평화로운 미래 세계를 위해, 희망을 고무하고 또한 이 희망에 기초한 하나의 문화를 건설하는 일은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과 불자들이, 선의의 모든 사람과 더불어 앞장서 해야 할 중요한 의무가 아니겠습니까?

 

  3. 우리는 위대한 기술 진보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진보는 또한 인간적인 가치의 증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바로 이점에 대해 저는 여러분과 몇 가지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가장 중요한 인간적 가치 가운데 하나는 의심할 여지없이 생명에 대한 권리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생명은 수태의 순간부터 자연적인 죽음의 순간까지 보호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생명에 대한 권리가 바로 오늘날의 고도로 발달된 기술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역설은 하나의 "죽음의 문화"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죽음의 문화 안에서 낙태와 안락사 나아가서 인간 생명 자체에 대한 유전학적 실험 등이 이미 그 합법적 지위를 획득했거나 바야흐로 그러한 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가장 순진무구한 생명, 방어 능력이 전혀 없는 생명, 그리고 중병에 시달리고 있는 인간 생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 죽음의 문화와,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무참하게 학살된 9.11과 같은 테러 공격을 서로 연관시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 양자가 공히 인간 생명에 대한 경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해야만 할 것입니다.

 

  4. 불교의 가르침과 전통은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비록 그것이 아무리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존중하라고 지시합니다. 만일 외견상 보잘것없는 한 생물에게조차 그러한 존중이 주어진다면, 하물며 인간에 대해서야 얼마나 더 큰 존경이 주어지겠습니까? 이 인간을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존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간 존재의 존엄성 및 이 존엄성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권리는 분명히 현대 가톨릭 신자들의 가장 우선적인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바로 이 인간 존재에 대한 공통된 존경 위에 우리 그리스도인과 불자들은 하나의 "생명의 문화"를 건설해야 합니다. 이 생명의 문화는 생명에 대한 권리가 수태에서부터 자연적인 죽음의 순간까지 온전히 보호되며,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모든 조건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죽음의 문화에 대항하고 나아가서 그것을 극복하는 하나의 길이 될 것입니다.

 

  5. 인간 생명에 대한 존경이란 그것이 하나의 사회적 실재가 되기 전에 먼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거처를 정한다는 것이 또한 우리의 공통된 믿음입니다. 여기서 저는 젊은이들에 대해 각별한 언급을 하고자 합니다. 아마도 젊은이들의 마음은 그들이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작금의 비극적 사건들에 의해서 악영향을 받고 또한 고통받고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존경을 가르치는 교육은 우리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각기 자신들의 종교 공동체와 기관들을 통해 젊은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고유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으며, 이로써 생명에 대한 강한 윤리적 신념 내지 하나의 생명 문화가 젊은이들 안에 퍼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로지 하나의 생명의 윤리, 생명의 문화가 사회 전체에 퍼지는 정도에 따라서만, 생명에 대한 존경의 원칙이 사회 전반의 태도와 법제도 안에 제대로 반영되기를 우리는 희망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친애하는 불자 여러분, 이상이 제가 올해 여러분과 같이 나누고 싶은 생각들입니다. 우리 함께 희망을 갖고 미래를 바라봅시다. 또한 이 미래가 보다 평화롭고 번영되 세계를 모든 이에게 가져다 주시기를 기대합시다. 부디 행복한 축일 지내십시오.

 

2002년 5월 19일

부처님 오신 날,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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