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21/05/26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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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5-14 ㅣ No.4666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21/05/26 수요일

 

필립보 네리 성인은 1515년 이탈리아의 중부 도시 피렌체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성인은 한때 사업가의 꿈도 가지셨지만, 수도 생활을 바라며 로마에서 살았습니다. 그곳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활동을 많이 펼치신 필립보 네리 성인은 특히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형제회를 조직하기도 하셨습니다. 성인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36세에 사제가 되어 영성 지도와 고해 신부로 활동하면서 많은 이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동료 사제들과 함께 오라토리오 수도회를 설립한 그는 1595년 선종하셨고, 1622년 시성되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한동안 예수님과 함께하면서 자랑스럽고 행복하기도 하였지만, 예수님을 싫어하고 예수님을 제거하려는 유다인들의 움직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예수님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에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 서서 가고 계셨다. 그들은 놀라워하고 또 뒤따르는 이들은 두려워하였다.”(마르 10,32)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눈치채시고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언질을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당하고 마치 그런 일을 겪으러 오신 것이기나 한처럼, 예수님이 당할 수난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열두 제자를 데리고 가시며, 당신께 닥칠 일들을 그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거기에서 사람의 아들은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넘겨질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사람의 아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를 다른 민족 사람들에게 넘겨 조롱하고 침 뱉고 채찍질하고 나서 죽이게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32-34)

 

그런데 이런 예수님의 수난 사명을 이야기해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과 극성스러운 부모들은 예수님께 다가와 엉뚱한 청을 합니다.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다가와, ’스승님, 저희가 스승님께 청하는 대로 저희에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하였다.”(35) 어쩌면 죽으러 가는 길인지도 모를 예수님께 인사청탁을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이때 예수님께서 얼마나 실망스럽고 허망하셨을까 하는 감이 다가옵니다. 예수님의 마음 한구석에서 내가 이토록 이들에게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 계획에 관해 설명을 하고 또 했건만 이들은 하느님의 소명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먹고 살 일만 챙기려 하는구나!’ 하는 자괴감과 아픔이 전해집니다.

 

그러면서도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화를 내시거나 나무라지 않고 하문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36) 그들은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37) 라고 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38) 하고 물으십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진정 예수님께 청하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나 알고서 청하는 것일까 싶습니다. 제대로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는 제자들은 자리를 탐하는 마음에 그저 의욕만 앞서서 할 수 있습니다.”(39) 라고 대답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냉정하고도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세상 구원을 위한 수난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영광은 아버지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임을 설명하십니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도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쪽이나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정해진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39-40)

 

그런데 다른 열 제자도 그동안 차마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속으로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가 봅니다. “다른 열 제자가 이 말을 듣고 야고보와 요한을 불쾌하게 여기기 시작하였다.”(41)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 예수님을 따르는 지도자들의 면모가 어떠해야 하는지 이르십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42-44)

 

예수님도 기적을 베풀 때마다 백성들이 달려들어 왕으로 모시려는 시도를 피해 도망가셔야 했던 것을 상기시켜 주시며, 다시 한번 예수님 사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자들의 머리에 각인시켜 주십니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45)

 

예수님께 자리를 달라는 제자들과 그 부모의 청에 대한 응답을 들은 제베대오의 두 아들이 부끄러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며, 문득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께 다다라 예수님의 소명을 수행하기 위한 청원보다 자신과 자신에게 맡겨진 공동체의 안위와 축복을 더 청하는 내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하는 고백과 반성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매일을 사는 데 필요한 영육의 양식도 부끄럼 없이, 주저 없이 주님께 청해야 하겠지만, 주님께서 주시는 양식을 먹고 살면서, 주님의 소명을 수행하기 위한 더 큰 청을 드리며,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우리의 내일을 맡기며 묵묵히 주님의 소명을 이루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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