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사랑하는 벗들에게-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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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LUCAS0] 쪽지 캡슐

1999-01-27 ㅣ No.176

찬미 예수님!

 

박정일 주교님과 사랑하는 벗들에게 괌에서 답장을 드립니다.

 

 

박정일 주교님,

보내주신 전자 메일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직 초보자인데, 차차 배우게 되겠지요.

부디 건강하십시오.

 

 

채인화 노엘라야.

여기는 괌이다. 아름다운 常夏의 나라, 푸르고 맑은 바다,

얼마나 깨끗한지 물속의 고기가 다 보인단다.

그러나 내일이면 여기를 떠나야 돼.

잘 지내거라.

 

 

안현주 소화데레사에게

'목동'에서 만났다고?

그래 나도 기억해.

창세기 연수 봉사를 위해서 그렇게 힘쓴다니 정말 고맙구나.

고찬근 신부님을 안다고?

내가 돌아가면은 문안 전해주마.

 

 

안소연 비비안나야.

너도 그렇게 봉사를 많이 한다고?

그런데 감기 때문에 고생한다니 마음 아프구나.

빨리 낫기를 바란다.

그런데 비비안나, 너의 이름이 왜 비비안난지 아니?

이다음에 시간이 날 때 말해주마.

 

 

송 파스칼리나 수녀에게

감기처방, 그것 진짜 듯냐?

정말 고맙다. 이다음에 내가 감기 걸릴 때

그 생각 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 안녕히, 건강하게 본당 일 부지런히 해요.

 

 

이재웅 마르셀리노 PD 에게

IMF 시대에 많은 방송사가 쓰러지고 있다는데

우리 평화 방송이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이재웅 PD의 말대로 주님의 도우심이요,

또 평화 방송 직원 모두의 희생과 봉사 정신이겠지요.

특히 사장 신부님의 공이 크다고 봅니다.

이다음에 무슨 프로일지 알수 없지만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괌에서 대한 항공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부탁, 참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꼭 기도하겠습니다. 안녕히...

 

 

작은 천사 장지인 쁘리실라에게

쁠리실라야, 잘 있냐?

할아버지가 지금은 무섭지 않다고?

야 정말 고맙구나.

그래, 주일학교 교리 시험은 잘 쳤냐, 그리고 알로 피아노 공부도 잘하고?

그런데, 성당에서 성가 반주를 하고 있다고.

야 대단하구나.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겠구나.

피아노에 관한한 너는 나보다 훨씬 높은 사람이야.

그런 높은 너를 내가 감히 만나 뵈올 수 있겠냐?

그래 이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보자.

하지만 쁘리실라, 너무 밤 늦게 까지 컴퓨터 치면 안돼요.

그런데 너 너무 겸손하구나.

그럼 안녕!

 

 

양기석 루치오에게

보내준 전자 메일에 감사해요.

그런데 직업상 나를 가끔 보았다는데 그 직업이 뭐죠?

기자인가요, 아니면 TV 카메라맨인가요?

아무튼 지금 잘 보아주니까 고마워요.

더구나 나를 주님의 뜻과 같이 사랑한다니

너무나 고마워요. 안녕히...

 

 

김대철 대철베드로에게

정말 장합니다. IMF에서 실직했다가 그 시련을

극복하고 현직에 다시 새로운 직장을 가지게 되었다니

참으로 장하군요. 그리고 그게 김포공항에서 승객을

지키는 파수꾼이라니...

28일 아침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가는데

우리 비행기도 대철 베드로가 지켜 주고 있겠군요.

그런데 나는 1청사로 가지않고 2청사로 갈 것 같네요.

아쉽습니다.

그런데 장가를 아직 못간 모양인데,

여기 괌에서 수입해 갈까?

아직 늦지않았어. 대철 베드로면은 능히 훌륭한 규수감들이

줄지어 섰을 거야,

한 트럭하고도 하나가 뒤따라 가고 있을 거야. 안심해.

 

 

박정하 마리나에게

아이구, 정말 부러워요.

주일학교에서 교사로 봉사하면서 아이 안에 계시는 아기 예수님을

발견한다니, 참으로 놀랍군요.

그래요. 우리 모두 어린이 같이 하늘나라에 간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셨지요.

나는 정하 마리나가 반드시 그런 사람이 되리라고 믿어요.

때로는 신부님, 수녀님의 충고, 학생들의 입장, 어른들의 생각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고 고민도 하는 모양인데,

그럴때는 하느님께 어린이처럼 다 말씀드리고 하느님의 응답을 기다려요.

안녕히...

 

 

김정식 군에게

사이판을 다녀갔다고?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정식 군의 말대로 그 푸른 바다, 푸른 하늘,

맑은 공기, 너무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이제 사이판, 괌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떠나야 한답니다.

종로성당 주일학교에서 열심히 봉사한다니 감사하고 주일하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빌어요. 안녕히...

 

 

김윤신 헤레나에게

전자 메일로 보내준 편지 고맙게 또 기쁘게 읽었어요.

참으로 아름다운 꿈을 지녔군요.

미술학원에다 복지시설을 갖춰서 버려진 아이와 몸이 불편한 아이,

상처받은 아이, 그 모두를 감싸앉고 싶다니

그게 바로 예수님의 마음이에요.

그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 헤레나에게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랑을 가득히 내려 주시기를 빌어요.

그래서 그 꿈이 실현되기를...

헤레나의 소원대로 집안 모두가 주님을 알고 믿음으로써

함께 성당에 나가게 되기를 나도 함께 기도하지요.

헤레나도 건강하고, 안녕하기를...

 

 

박선영 베로니카에게

베로니카야, 나를 추기경 할아버지라 불러도 좋을 뿐아니라

그렇게 불러 주기를 더 바래요.

그래 베로니카, 수녀원에 가고 싶었는데, 요즈음은 좀 게을러 졌다고

나도 좀 그래. 나도 좀 변덕스럽거든.

열심해졋다가 게을러졌다가.

할아버지가 그러니까 손녀딸도 그렇겠지.

수녀가 되어도 수녀원에서 공부를 시켜주는냐는 질문은

수녀원에 먼저 들어가고 나서 수녀원의 어른 장상하고 상의해 보아야 할 일 같아요.

요즈음에도 수녀원에서 많은 이들을 공부시키고 있는것 같으니까

베로니카의 경우에도 가능할 거에요.

성녀 베로니카처럼 수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늘 마음에, 수건에 간직하고 있기를 기도한다.

잘 있거라.

 

 

정윤영 그레이스에게

그레이스, 유명한 영화배우 이름같다.

모나코 공주가 된 영화배우 이름 같군요.

그레이스는 은총이라는 뜻이니까.

그런데 내가 대교구장 직을 내놓고 섭섭하면서도

홀가분하지 않냐고 물었는데,

전혀 아니라고 할 수 없을지는 모른지만

그레이스가 상상하듯이 그만큼 섭섭하거나 소외된 기분은 들지 않아요.

오히려 더 마음이 자유로워졌다고 할 수 있지요.

그레이스가 '동백아가씨'를 참 잘 불러줬다고?

그 유행가를 다시 듣고 싶군요.

나도 요새 배운 노래는 '사랑을 위하여'인데,

옆에 있으면 불러 주겠는데 그렇지 못하니 아쉽군.

재작년에 나도 상해에 간일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도시였고

특별히 동방명주라는 탑은 인상적이었어요.

그럼 그레이스, 건강하기를 빌어요.

 

 

박정우 신부에게

친애하는 박신부, 1월 25일에 보내준 전자 메일, 괌에서 읽었네.

진심으로 감사하며 바쁜 가운데도

그렇게 편지까지 보내주니 정말 고맙네.

그런데 감기는 어떻게 됐나? 한 주일이나 고생을 했다니...

좀 좋아졌는가?

제발 완쾌되었기를 바라고 다시금 공부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라네.

그리고 뉴욕에 있는 김인성 신부님을 비롯한 모든 신부님들에게

문안 전해주게.

내일이면 다시 서울에 있을 거네.

다시금 건강하기를 빌며...

 

 

임마쿨라타 수녀에게

임마쿨라타 수녀님,

여러가지 본당 일에다 첫영성체 준비에 몹시 바쁘겠군요.

그래도 순진한 어린이들과 함께 있는 기쁨은 클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예수님은 어린이들을 사랑하시고 그들과 함께 계시니까요.

올해가 가회동 본당 50주년이라니, 마음으로 축하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신자들이 신구약 성경을 모두 쓰고 있다니,

또 그것을 타임캡슐에 넣어서 본당 창립 100주년 되는 해에 개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니, 참으로 놀랍군요.

아무튼 성경 말씀과 함께하는 가회동 본당 교우들은

누구보다도 2000년 대희년 준비를 잘 하고 있는 본당 같습니다.

임마쿨라타 수녀님,

'님'짜를 붙여야 되는지 안붙여야 되는지 그것을 잘 모르겠네요?

임마쿨라타가 어쩐지 딸과 같이 느껴지니까 말이야.

그래, 아무튼 아름다운 가회골에서 언제나 건강하게 기쁘게 살기를 바래요.

 

 

박성기 아모스에게

야, 너 예비신학생이라고?

반갑다. 여기 마음으로 악수 한번 더 하고 싶다.

그런데 그 나이에 벌써 서울 대교구 전산화 프로젝트 자원 봉사에 참여하면서

봉사를 밤 늦게 까지 했다니, 정말 놀랍구나.

12월달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인터넷으로 보냈다구?

내가 다시 가서 체크해 봐야 되겠다. 여기는 괌이야.

내일 다시 서울 가지만,

지금은 이곳 괌 한인성당 본당신부님인 이승훈 신부님 컴퓨터를 빌려서 편지를 쓰는거야.

네가 봉사하는 유니텔 가톨릭 통신 동우회 게시판이 꽉 차기를 바란다.

그런데 나는 별로 도움이 안될거야.

그럼 안녕히...

 

 

<추신>

  이 긴 편지를 네가 직접 썼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마침 모라토리움 나온 부산 교구 신학생 김두진 가브리엘군이  

  내가 부르는 데로 타이프를 쳐 주어서 쓴 것이랍니다.

  가브리엘군에게 감사하고, 이 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이에게도 감사합니다.

    

                                  1999년 1월 27일

                               괌에서 추기경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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