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삶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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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국 [hik] 쪽지 캡슐

2000-11-08 ㅣ No.3986

늦 가을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삶에 관한 글이 있어 띄웁니다.

 

              삶의 비밀

 

삶이란 무엇인가?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 길을 힘겹게 오를 때

저기 저 고갯마루까지만 오르면 내리막 길도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만 더 , 조금만 더 가보자,

자기자신을 달래면서 스스로를 때리며 페달을 밟는 발목에

한번 더 힘을 주는 것.

 

오래전에 받은 편지의 답장은 쓰지 못하고 있으면서

또 편지가 오지 않았나 궁금해서 우편함을 열어보는 것.

 

사과나무에 매달린 사과는 향기가 없으나

사과를 칼로 깎을 때 비로소 진한 향기가

코끝으로 스며드는 것처럼,

누구든 죽음을 목전에 두면 지을 수 없는

향기와 냄새를 남긴다는 사실을

어느날 문득 알게되는 것.

 

공중전화 부스에 말끔한 전화카드 한 장이 놓여 있으면

혹시라도 새 것인가 싶어 카드 투입구에

속는 셈치고 한번 밀어 넣어보는 것.

 

날마다 물을 주고 보살피며 들여다보던 꽃나무가

꽃을 화들짝 피워올렸을 때

마치 자신이 꽃을 피운 것처럼

머리속이 환해지는 것.

 

물구나무를 서야 바로 보이는 세상이 있는 것처럼

뒤집어 놓았을 때 진실이 보이기도 하는 것.

 

내가 한 바가지의 물을 쓰면 나 아닌 남이

그 한 바가지의 물을 쓰지 못하게 됨을 아는 것.

 

여름날 저녁에 온 식구가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인 뒤에

첫눈이 오는 겨울 저녁을 가다리는 즐거움으로 사는 것.

 

겨울밤, 가끔씩 서로 가려운 등를 긁어주느 것 ----- .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물어도 물어도 알 수 없어서 자꾸

삶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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