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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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9-12 ㅣ No.2284

참으로 오랜만에 묵상글을 올립니다. 그동안의 외도(?)를 반성하며 이 묵상글에 충실할 것을 다시 한 번 결심해봅니다. 또 비가 오고 있네요. 참으로 징하게 비가 옵니다. 또 매미라는 태풍 소식도 들립니다. 모쪼록 아무 사고 없이 통과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좋은 시간들 보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가족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함뿍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루가 복음 6,39-42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셨다. "소경이 어떻게 소경의 길잡이가 될 수 있겠느냐? 그러면 둘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제자가 스승보다 더 높을 수는 없다. 제자는 다 배우고 나도 스승만큼밖에는 되지 못한다.너는 형제의 눈 속에 든 티는 보면서도 어째서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도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더러 ’네 눈의 티를 빼내 주겠다.’고 하겠느냐? 이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눈이 잘 보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꺼낼 수 있다."

 

저는 신학교는 천사들만 사는 곳이라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믿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천사의 모습을 지니려고 많이 노력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신학교는 천사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결점 투성이인 사람이 모여서 천사의 모습을 지니려고 노력하는 곳이었습니다.

 

신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 당시 저는 신학교 1학년 대표를 맡고 있었고 원감 신부님이 맡기신 일을 다른 신학생들에게 전하고 실행해야 했고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어린 친구들의 모범이 되어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을 실행함에 있어서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들의 모습, 뺀질대며 빠지는 친구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의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학생이 어쩌면 저럴 수가 있을까? 남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고 어떻게 자기만 생각할 수 있을까? 저래가지고 신부가 되면 뭐 할까? 신부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하는 데. 하면서 다른 친구들의 흠을 잡기가 일수 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를 잘 따르는 신학생에게 저의 그동안의 감정에 대하여 열을 올려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한 사람 이름을 호명하며 그들을 욕하였습니다. 그렇게 저의 말을 듣고 있던 그 친구가 저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방에서 성서를 가지고 나와 오늘 복음의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때 저는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커다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제가 제 눈속의 들보는 보지 못 하고 다른 친구들의 눈속에 있는 티를 보면서 욕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친구들의 잘못을 찾아내는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보기 보다는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만에 가득찬 신학교 생활도 여유로와질 수 있었습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들이 자주 범하는 잘못 중에 하나가 바로 다른 사람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입니다. 그리고 그 비판에는 자주 자신의 사견이 들어감도 당연합니다. 친한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은 쉽게 용서가 되도 나랑 조금이라도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은 쉽게 용서가 안 됩니다. 바로 사감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다른 이들을 사랑하라고 부르셨지 판단하고 심판하라고 부르시지 않았습니다.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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