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하늘로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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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숙영 [cara48] 쪽지 캡슐

2009-02-24 ㅣ No.1033

김수환 추기경님,

추기경님의 어머니께서 그러하셨듯이  저 또한 제 아들이 신학생이 되어  신부의 길을 가기원하는 어미입니다

그런데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심으로  더, 큰 욕심을 갖게된 부족한 어미가 되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님과 같은 삶을 살수있는 훌륭한 신부님이 되거라 '  하며

추기경님의 사진을 코팅해서 아이 손에 쥐어 주었답니다

 첫 딸아이를 낳고 11년만에 낳은 18개월된 이아이는 저의 간절한 기도로 얻을수있었던

제겐 아주  특별한 아이입니다

처음 예비자가 되어 교리받는 내내

` 주님께서 주신다면 세례식 때 제 안에 새 생명을 품고 당신 앞에서 세례를 받고 싶습니다 '

하고 드렸던  간곡한 제 기도를 주님께서 들어 주신 것이죠

오랜 기다림 끝에 그것도 모태신앙 으로 낳을 수 있게된 이 특별한 아이를 잘 키워

다시 주님께 보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저 혼자 맘속에만 담고 늘 생각하며 기도 한답니다.    전 외짝 교우 거든요.

제 남편이 천주교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이라 언젠간 세례를 받을 것 이라 생각 하지만

아직 비 신자인 남편 앞에서 하나밖에 없는 늦둥이로 힘들게 낳은 아들을 신부님 만들꺼란 이야기  쉽지 않아서

 혼자만 가슴 속에 담고있는 소망 이랍니다

16일  6시15분이 좀 지났을 무렵 이 아이가 텔레비젼 앞에서더니

손가락으로 텔레비젼을 가리키며 `응  응'  하는게 아니겠어요

평소 중요한 방송 아니면 텔레비젼을 잘 켜지않는데 그날은 아이의 행동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텔레비젼을 켰다가

너무 놀랐습니다 .  우리들를 감싸주고 있던 울타리가 무너져 내린 느낌 이랄까 .....

그리고는 명동에 가봐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장시간 기다려야 한다길래 새벽 첫 전철을 타고 혼자 다녀올까 하는 생각도 잠시나마 했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우리 아이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될 추기경님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은 맘에 두아이를 모두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18개월 된 감기걸린 아기를 데리고 가야 한다는 사실,

날씨가 추워졌다는 , 그래서 힘들것 이라는 사실 ,

그런 걸림돌 들이 추기경님을 뵈어야 한다는 나의 열정에 비할 순 없었습니다

명동역에 도착하고 딸아이와 함께 힘을 모아 유모차를 들고 힘들게 지상으로 올라와 보니

어디가 그 끝인지 알수가 없는  추기경님을 향한 신자들의 그 뜨거운 사랑 !  과연 대단 했습니다

도착은 했어도 막막 했죠

이 아이를 데리고 끝을 찾아가 줄을 선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에

` 아기 때문에 앞에서 양보 해주지않을까? '  하신 어느 자매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어

유모차를 밀고 앞으로 앞으로 전진 했습니다

성당 입구까지 가서 봉사자님께 양해를 구해 보았더니 선뜻 ` 이리오세요 ' 하시지 않습니까   얼마나  감사한지.

` 어린아기 데리고 오느라 수고했다 ' 하고 하느님께서 말씀 하시듯 말입니다

몇시간 동안 추위 속에서 떨며 차례를 기다려 온 뒤에 계신 신자 분들께는 너무 죄송했지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하고 추기경님 뵙고 나오는데 그 느낌이  마치, 소원성취한 느낌 이랄까 .....

돌아오는 길에 딸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 딸아, 지금은 네가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이 다음에 커서 신앙심이 깊어지면 알게 될꺼야 ,

그 추운날 어린동생까지 데리고 힘들게 왜 꼭 그곳에 다녀 왔어야 하는지를,

엄마는 너희 둘 모두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고,  눈물 나도록 가고 싶었다.  그때까지 오늘을 꼭 기억 하거라 '

집에 돌아왔는데 조금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 이었다면 피곤하고 힘들어야 정상인 것을 힘들기는 커녕 행복했습니다

아들은 오히려 감기도 다 낳았답니다

추기경님, 당신께서 살아계실때 한번도 뵌적 없지만 왠지 제맘속에 믿음이자 편히기대고싶은 그런 존재 이셨습니다 

제가 세례명을 얻게 된것이 얼마 되지 않더라도 어려서 친정엄마의 믿음으로 성당을 다녔던지라

김수환 추기경님은 이전부터 제 맘속에 친근하신 분 이셨습니다

가까이 계시진 않지만 늘 가까이 계신것 같은 편안 하신분

그런 추기경님께 한가지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전 몰랐습니다   추기경님께서 입퇴원을 반복하시며 그리도 힘드셨는지를 ,

알았더라면  찾아뵈었을 것인데, 그렇게라도 한번 뵐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

그 기회조차 놓쳐버린 안타까움에 제 가슴을 칩니다

우리교회의 큰 어르신께서 병원에 계시다는 사실을 어떻게 모르고 살수있었나 내가 천주교 신자 맞나 싶어

죄송한 마음에 제 가슴을 치며 바보같은 눈물이 흐릅니다

몇일동안 추기경님 생각으로 눈을 뜨고

추기경님 뉴스에 귀기을이고

또 추기경님 생각으로 잠못 이룹니다

비가 내린다는 ,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않되는데 .....   않되는데 .....

새벽6시부터 밤12시까지 추운데 떨며 줄서계시는 신자분들은 어떻하며

장례미사 날 용인까지 편히 모셔야 하는데 어쩌나 .....

많이 걱정했는데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추기경님 ,  당신 보내드리는 마음이 못내 아쉬워 이렇게 안타깝고 가슴이 답답하기 까지합니다

분명 , 좋은 곳에 가시는데 왜 우리들은 이렇게 보내 드리고 싶지 않은 걸까요?

추기경님을 향한 이 애잔함을 어찌 해야 할가요?

살면서 추기경님 같은 분을 우리가 다시 만나뵐수 있을까요?

추기경님 , 우리들의 추기경님 ,
 
당신의 그 선하고 선하신 아기같은 얼굴을 다시는 뵐수 없겠지만 남겨주고 가시는 그 크신사랑 그 사랑으로 인해
 
이 땅이 아름다워 질수 있도록 두손모아 기도 드리겠습니다
 
평생을 주님의 뜻으로 살고 가시는 분
 
당신 덕분에 장기 기증자들이 날로 늘고있고 ,  많은 냉담자들이 다시 성당으로 발걸음 합니다
 
그리고   곧, 입교자도 늘겠지요
 
마지막 가시는 길에서도 우리를 위해 무언가 하시는 분
 
추기경님으로 인해 우리 교회가 , 이 사회가 변화되고 있습니다
 
종교를 떠나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당신의 삶을 존경하며 본 받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 라는 사실이 세삼 자랑스럽고 또 자랑스럽습니다
 
한 종교계의 대부가 돌아가심을 지상파 방송3사가 몇일 동안 특별방송을 하고 ,
 
교황님의 승격으로 장례마사를 드리고 ,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함께 슬퍼하며 국민장으로 모셨다는 사실 ,
 
그것은 분명 당신 평생의 삶에 대한 높은 가치성의 확인 이었습니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
 
당신은 분명  이 시대의 진정한 성인 이십니다.
 
이제 추기경님을 하느님 곁으로 보내 드리오니 부디 그 품에서 행복하십시요 . 
 
사랑합니다 .    그리고,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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