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신학교 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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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4-11-08 ㅣ No.170

삶의 자리라고 신학교 강의 시간에 들은 말이 생각난다.

 

뭐 신학용어란 점을 차치하고 그동안 사랑받았던 신학교 매점이 사라졌다.

 

나뿐만 아니라 신학교 매점은 우리 모두에게 삶의 중요한 자리였다.

 

오늘 무심코 강의가 끝나고 옛매점 홀을 가보았다, 썰렁했다.

 

신학교때 책과 문구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빵도 먹고 축구하고 테니스하고 음료수 사먹고

 

처음으로 나보다 나이많은 여성을 언니라고 부르고 어색해 했던 곳! (매점언니)

 

선배들이 새학기면 이책을 읽어야 한다며 한권씩 사준것에 가슴벅차했던 곳!

 

그래서 내가 선배가 되면 이것을 또 사야 한다며 으시대던 곳!

 

사실 도서관보다 더 많이 갔던 곳!

 

이제 그곳은 모두 치워져서 공간만이 텅 남아있었다.

 

십수년간 그곳에서 있었던 나와 선후배들의 모습이 영화의 필름처럼 돌아갔다.

 

단풍도 들어 풍성한 어머니의 가슴같은 신학교!

 

늘 난 언제 신부되어서 나가보나 늘 손꼽아 기다렸는데..........

 

신부가 되니 언제나 외롭고 힘들면 힘이 되어주었던 그 시절의 추억들!

 

오늘 따라 볼을 차는 후배들의 패기어린 소리가 정답다.

 

야 매점없어져서 너희 어떻게 하니? 

 

"하지만 매일 외출도 되서요!  괞찮아요!.........."

 

없어져 보니 그곳이 나의 깊은 삶의 자리였던것같다.

 

후배들이 만나면 학교에서 나에게 그런다.

 

"의정부 신부님 화이팅! 분위기 좋다는 소리 많이 듣습니다."

 

 괜히 내가 의정부 교구라고 해서 축하한다고 세미나 우리반 부제들이 저번주에 맥주까지 대접해 주었다.

 

신학교는 변한것이 없다.

 

아직도 이기명 신부님은 작업복에 신학교를 둘러보시고

 

수녀님들은 경동시장가서 먹거리 사서 오시고

 

수위아저씨는 만연의 미소로 인사하시고 ..........

 

신부가 되려고 가출(?)한지 내년이 15년이 되는 해이다. 이젠 조금 철이 들었는지 난 가출이 아닌 출가한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면 비로소 나의 집이 바로 성전이고 나의 마음의 고향이 신학교라는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매점이 없어져서 하여간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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