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선물

겨울나무가 된 수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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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7-06-07 ㅣ No.1613

 
      ''겨울 나무가 된 수녀들''


      6·25 사변 때 일입니다.
      공산군들이 어느 수녀원에 쳐들어와
      모든 수녀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고
      총칼로 위협하며 소리쳤습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수녀복을 벗고
      우리가 주는 군복으로 갈아입어라.
      그리고 우리를 도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수녀들은 이를 거절하였습니다.

      화가 난 공산군들은
      강제로 수녀들의 옷을 벗기고
      군복을 입으라고 강요했습니다.

      그래도 수녀들은 알몸인 채로 서 있을 뿐
      누구 한 사람 갈아입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좋다. 너희들을 모조리 얼어 죽도록 하겠다.”

      공산군들은 열두 명의 수녀들을
      성당 마당으로 끌어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불러내어
      발가벗은 수녀들을 구경시켰습니다.

      세찬 겨울 바람이 몰아치고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였습니다.

      그러나 발가벗은 열두 명의 수녀들은
      꼼짝 않고 서 있었습니다.
      수녀들의 몸은 어느새 파랗게 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수녀들이 서로 손을 꼭 잡고
      성가를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여 임하소서 내 마음에
      암흑에 헤매는 한 마리 양을
      태양과 같으신 사랑의 빛으로
      오소서, 오 주여, 찾아오소서.”

      성가는 눈보라 속에 더욱 크고
      선명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공산군들은 노래를 그치라고 외치며
      총을 쏘아댔습니다.
      그래도 수녀들의 노래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숨을 죽이며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도 수녀들을 따라
      성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내 피요 살이요 생명이요
      내 사랑 전체여 나의 예수여
      당신의 사랑에 영원히 살리라
      오 내 주 천주여, 받아주소서.”

      눈보라 속에 알몸으로 서 있는
      열두 명의 수녀들과 마을 사람들이
      부르는 성가는 하늘 높이 올랐습니다.

      수녀들의 모습은 마치 겨울 나무들 같았습니다.

      무성하던 잎들을 모두 떨구고 서 있는
      헐벗은 겨울 나무들!

      그러나 나무들은 조금도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성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노랫소리는
      산과 들로 멀리 퍼져나갔습니다.

      추위와 눈보라도
      이들의 성가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공산군들이
      오히려 당황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겁에 질려
      모두 물러가고 말았습니다.


      -당신을 바꿀 100가지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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