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나중에 다시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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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향미 [urimiya] 쪽지 캡슐

2009-02-23 ㅣ No.1007

몇년 전 교황님 선종하셨을때가 생각납니다.

선종하신 날 밤에 술먹고 거리에서 엉엉 울었드랬지요.

친구들은 아직까지도 술김에 그리 울어댔냐고 놀리고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술먹고 그날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엉엉 울면서 하느님께 기도한 것을요.

그만큼 저에게 그 선하신 교황님의 선종은 너무너무 슬펐습니다.

 

월요일 저녁에

아무생각없이 인터넷을 하다가 속보로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 전부터 위독하시다더니, 오늘 돌아가셨구나...'

별 생각 없었습니다.  '그래도 교황님 선종하실때보단 덜 슬프네...'

그리곤 다음날 부터 혼자있을 땐 미친듯이 울어댔습니다.

아마 월요일에는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이 믿기지 않았나 봅니다.

주님께 원망도 했습니다.

왜 지금이냐고... 요즘 보험도 100살까지 보장이 되는데, 앞으로 추기경님 100살 되시려면 13년이 더 남았는데..

 

친구들이, 가족들이 너는 성당 안가냐고 물어보더군요.

내가 왜 가냐고 비아냥 거렸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진심이 아닙니다.

김수환 이라는 세 글자만 봐도 눈물이 글썽이는걸요.

비록 몸은 가지 못하더라도 제 마음은 명동성당에 죽치고 앉아있었습니다.

장례미사를 tv로 보면서도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이제야... 일주일이 지난 이제야 조금씩 실감이 됩니다.

 

한번도 뵙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얼마나 훌륭한 분이고, 얼마나 내가 존경하고 있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내가 무지하게 원망한 주님께서는 이미 오래전에 추기경님을 이곳에 한국을 위하여,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큰 일꾼으로 보내실 계획을 세워두고 계셨던 것을 알고 그나마 진정이 되려고 합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그 선하신 분을 우리에게 보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린다고 기도드렸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한번도 뵙지 못했지만,

훗날 주님께서 저를 부르시는 그날에는 꼭 주님곁에 계시는 추기경님을 뵈올거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착하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저에게는 천국에 가서 추기경님을 뵈야하는 목적이 하나 더 생겼거든요.

 

추기경님의 그 미소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그 미소 저도 닮기 위해서 거울보며 웃는 연습도 합니다.

나중에 뵈오면 저에게도 그렇게 웃어주세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추기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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