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23/06/27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6-14 ㅣ No.5431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23/06/27

 

오늘 독서를 보면, 아브람과 롯이 서로 번창하게 되자 그 종들이 자꾸 싸우게 됩니다. 양떼가 많아지고 소와 천막 등 재산이 많아지게 됨으로써, 조그만 땅에 함께 살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헤어지기로 결정하고 영역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브람은 내가 삼촌이니까 내가 좋은 곳을 택하고 그 다음에 네가 원하는 것을 가져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위 바위 보를 해서 결정짓지도 않습니다. 아브람은 롯에게 말합니다. “온 땅이 네 앞에 펼쳐져 있지 않느냐? 내게서 갈라져 나가라. 네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창세 13,9) 아브람이 택한 평화로운 공존의 방법은 선택의 공을 롯에게 넘긴 것입니다. 롯이 먼저 원하는 곳을 선택하고 나면, 그 반대쪽에 정착하여 살겠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 예수님 말씀처럼 양보하고 희생하는 길이 그 당시엔 남보다 뒤처지는 것 같지만, 최후에 그 결과를 보면 처음 계획하고 생각할 때처럼 성공과 안녕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 듯합니다.

 

롯이 고른 좋아 보이는 소돔 땅은 너무 좋아서 그런지, 소돔은 악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고 주님께 큰 죄인들의 땅이어서, 훗날 유황불꽃으로 태워지고 마치 화산재로 인한 것처럼 잿빛 소금 기둥으로 굳어버리는 벌을 받게 됩니다. 사람들의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이 결국 사람들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안겨줍니다.

 

그런가하면, 아브람이 고른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의 참나무 곁 땅은 척박해 보였지만, 훗날 새 민족을 일구는 땅이 됩니다. “눈을 들어 네가 있는 곳에서 북쪽과 남쪽을, 또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아라. 네가 보는 땅을 모두 너와 네 후손에게 영원히 주겠다. 내가 너의 후손을 땅의 먼지처럼 많게 할 것이니, 땅의 먼지를 셀 수 있는 자라야 네 후손도 셀 수 있을 것이다.”(창세 13,14-16) 이 땅은 마치 오늘날 아무도 찾지 않고 걸으려 하지 않는, 그러나 참 가치를 가진 생명의 길입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얼마나 좁고 또 그 길은 얼마나 비좁은지, 그리로 찾아드는 이들이 적다.”(마태 7,13-14)

 

주 예수님께서 펼쳐주시고 일러주시는 다소 좁고 외로워 보이는 길에서 참 생명을 얻어 누리시기를 빕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