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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와 '여호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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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1-04-13 ㅣ No.67

 

 

야훼와 여호와

 

 

 

생활성서 2001년 4월호 21쪽 임승필 신부

 

 

  가톨릭용 <공동번역 성서>의 출애굽기 3장 15절을 보면, "나를 너희에게 보내신 이는 너희 선조들의 하느님 야훼시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개신교 성서에는 이 하느님의 이름이 '야훼'가 아니라 '여호와'로 되어 있습니다. 같은 히브리 말을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로 읽는 셈입니다.

 

  구약성서를 기록하는 데 쓰인 히브리 말은 특이하게도 자음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야훼' 또는 '여호와'를 영어 알파벳으로 쓸 경우 보통 'YHWH'라고 표기합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이 예수님이 태어나기 수백 년 전부터 일상어로 아람 말을 쓰기 시작하면서, 히브리 말은 성서의 글로 한정되어 일반 사람들은 모르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더구나 지존하신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 때문에 이 존함을 성서에 계속 쓰기는 하면서도 읽지는 않았습니다. 이 단어가 나오면 우물우물 넘어가거나, 주로 '(나의) 주님'이라는 뜻을 지닌 '아도나이'로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기원후 750-1000년에 유다인 성서 전문가들이 히브리 말 모음 체계를 확립하여 성서 본문에 모음 부호를 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혹시라고 실수로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지나 않을까 하여, 주로 '아도나이'의 모음인 '아'와 '오'와 '아'를 붙여버렸습니다. 이것을 그대로 읽으면 '야호봐'나 '야호와'가 됩니다. 그러나 '야'자가 하느님의 존함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아'를 히브리 말 반모음인 '어'로 바꾸었습니다.

 

  유다인들이 하느님 이름의 원발음에 관심을 갖지 않다 보니 정확한 발음도 잊혀져갔습니다. 나중에 그리스도인들은 히브리 말로 된 성서를 보고 하느님의 이름을 '여호봐'(Jehovah)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어식으로 하면, 'Y + 어 = 여'와 'H + 오 = 호'와 'W + 아 + H = 와'가 된 것입니다. 이 발음을 널리 퍼뜨린 사람은 16세기 초반 레오 10세 교황의 고해신부였던 갈라티누스입니다.

 

  옛날 이스라엘인들이 하느님의 이름을 정확히 어떻게 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야붸(Jahweh/Jahveh)' 또는 '야웨(Yahweh)'가 원발음에 가장 가깝다는 데에는 개신교와 가톨릭교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학자가 동의합니다. '야훼'는 서양 말의 v(독일 말의 w)를 'ㅎ'으로 옮긴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여호봐/여호아'는 잘못된 발음입니다. 우리나라 개신교의 전통은 1901년의 '미국 표준 번역 성서'(American Standard Version)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번역본의 공식 수정판인 1952년의 '개정 표준 번역 성서'(Revised Standard Version)부터는 하느님의 이름을 'Jehovah'로 옮긴다는 잘못된 원칙을 버리고 '주님(Lord)'으로만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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