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32. 인류 구원을 위한 희생 제사 - 최후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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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1-03-03 ㅣ No.60

 

  없던 것으로 합시다(01/03/04)

 

 

  32. 인류 구원을 위한 희생 제사 - 최후의 만찬

 

  언젠가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 "예전에 보증을 섰었는데, 나중에 부도가 났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도망가서 나 몰라라 하고, 갚지도 않아서 내가 옴팍 뒤집어썼지요. 그 친구는 보기도 싫었고 정말 죽이고만 싶었어요. 그러다가 내 마음에 평화가 없어진 것을 알았어요. 그 친구 때문에 아니 그 친구를 향한 내 미움과 원망 때문에 살 수가 없었던 거에요. 그래서 하루는 그 친구를 불러서 말했어요. '없던 것으로 합시다.' 그리고 나서야 발뻗고 잘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친구하고도 다시 만나서 전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용서해야 해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 16ㄴ)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이 이쁘다고, 하느님께서는 죄많은 우리를 사랑해주신다. 자식이 속 썩이고 안 들어오면 그 부모가 언제 들어오나 하고 애간장을 태우며 기다린다. 잘못은 자식이 하지만, 아픈 것은 부모다. 사랑은 어쩌면 대신 아파하는 것이다. 버릴 수 없고, 내칠 수 없는 그래서 없던 것으로 해주고 더 나아가 대신 아파하고 기워 갚아 주는 사랑.

 

  구약에서 하느님께서는 '어린양'을 제물로 받으심으로써 이스라엘인들의 맏아들과 맏배(첫 새끼)들을 죽음에서 구해 주셨다. 그것을 우리는 과월절(해방절-파스카)이라고 부르고, 노예살이에서 자유인으로 해방시켜 주신 해방절 제사로 기억한다.

 

  주님께서는 최후 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몸과 피로 상징되는 빵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먹으라고 내어 주심으로써 성체 성사를 제정하셨다. 이 만찬은 십자가상에서 예수님께서 죽는 이유와 그 죽음의 의미를 미리 알려 준 것이다. "이것은 나의 피다.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마태 26, 28)

 

  우리는 이 성사를 통해 주님을 우리 안에 모심으로써, 주님의 자녀로 살아갈 힘을 받는다. 우리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또 하나의 성체로 세상에 파견되어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밀씨가 된다.

 

  주님께서는 인류 구원을 위해 생명을 바치셨다. 우리는 이것을 십자가상 제사라고 부른다. 이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는 인간의 모습이요, 인간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희생이다.

 

  주님께서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들을 용서해 주시고, 아버지께 대신 용서를 청해주신다.

 

  우리는 우리를 구하시기 위해 대신 내주신 주님의 생명을 먹고산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미사를 봉헌하며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기억하고, 현실에서 다시 이룩(재현)한다. 미사는 예수님의 십자가상 제사를, 최후 만찬의 형식인 빵과 포도주의 축성을 통해 재현하는 제사이다. 그러므로 미사를 통해 인류 구원의 제사가 매번 다시 거행된다.

 

  성체성사를 모신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세상 안에서 살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세상에서 바라는 대로 살지 않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산다. 우리는 주님께 속해 있기 때문에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산다.

 

  사제는 제대에서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며 성체 성사(미사)를 드린다. 우리는 우리의 책상을 제대로, 또 우리의 땀과 노력을 책과 함께 제물로 봉헌하며, 성체 성사의 삶을 산다. 성체성사를 기억하여 우리는 설거지대를 제대로, 물과 손과 내 노력을 제물로 그리고 책상과 작업대를 제대로, 서류와 재료를 제물로 바치고 있다.

 

  이는 바로 예수님의 수난을 통한 인류 구원의 성사와, 또 하나의 성체 성사인 우리 자신의 삶이다.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루가 2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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