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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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5-27 ㅣ No.5418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23/06/14

 

미국에서 성당을 지을 때 일이었습니다. 얼마나 고지식한 성전건축위원이셨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하나 하나 다 말을 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관청과 건축업자 사이에서 비용과 절차가 더 늘어나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때로는 그냥 모른 채 넘어가도 될 터인데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주위에서 꼭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적당히 넘어갑시다.”라고 말렸지만, 그분은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게 하려면, 지금 세세히 하나하나 다 점검하고 채워야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라고 하시면서 꾸준히 그렇게 하나하나 꼬치꼬치 다 채워나가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마태 5,19)

 

어떻게 집을 짓던 다 지어집니다. 또 세세히 하나하나 다 챙기고 따져서 짓는다고 해서 가장 좋은 집을 짓는 것만도 아닐 수 있습니다. 기획하고 행동하는 사람의 경험과 지식, 기술의 정도 이상으로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식과 기술 그리고 경험의 수준에 따라 지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집을 짓는 사람의 마음이 다르고 그로 인한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정성과 노력을 다 기울이지 않은 사람은 그만큼 그 집에 대한 애정이 적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정성껏 관리하지도 않을지 모릅니다. 자신이 주거하는 집이라기보다는, 경우에 따라서 사업의 담보로 잡을 소유물로 여길 수도 있고, 여차하면 팔아버리고 말 상품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집을 짓는 만큼이나 우리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얼마만큼 두고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내 오늘의 하루가 내 인격을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가?

내 오늘의 하루가 내 삶의 질을 어느 정도 굳건하게 자리 잡게 하는가?

내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는 내 삶이 나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설사 현세에서는 주위와 비교해 볼 때 슬퍼하거나 후회스러울지 몰라도, 마지막 날, 세상 사람들이 평가하는 잣대가 아닌 주 에수님께서 나를 바라보시는 관점에서 나는 슬퍼하거나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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