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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과거사 반성 문건 '쇄신과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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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0-12-01 ㅣ No.49

  주교회의 과거사 반성 문건 '쇄신과 화해' (전문)   

 

  대희년과 함께 새 천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가 맡겨진 사명에 충실하면서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을 정화하는 자세가 요청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과거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강화하도록 도와주는 정직하고 용기있는 행동"(제삼천년기 33항)이라고 하시면서 교회가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참회하는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완수하신 구원의 은혜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부름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 사명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 신비체 안에 신앙으로 결합된 형제 자매로서,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함께 고백하고 참회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참회를 바탕으로 자신을 쇄신하면서 민족과 화해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이들의 대열에 함께 하려 합니다.

 

  1. 우리 교회는, 세계 정세에 어둡던 박해 시대에, 외세에 힘입어 신앙의 자유를 얻고 교회를 지키고자 한 적도 있었으며,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문화적 갈등을 빚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고통과 상처를 준 여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외국의 부당한 압력에 편승하기도 하였습니다.

 

  2. 우리 교회는 열강의 침략과 일제의 식민 통치로 민족이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교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정교 분리를 이유로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제재하기도 하였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3. 우리 교회는 광복 이후 전개된 세계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빚어진 분단 상황의 극복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마음 아파합니다.

 

  4. 우리 교회는 우리 사회가 지닌 지역과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나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노력도 부족하였음을 반성합니다.

 

  5. 우리 교회는 집단 이기주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부패 등이 팽배한 사회 풍조 속에서 하느님께 창조된 모든 이가 올바른 가치와 도덕을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도록 이끄는 데에 미흡하였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올바른 양심으로 살아가도록 충분히 이끌지 못하였습니다.

 

  6. 우리 교회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마르 10, 45)고 하신 예수님의 모범을 그대로 따르지 못한 때가 많았습니다. 때때로 우리 성직자들도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귀감이 되지 못하고 권위주의에 빠지거나 외적성장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등 세상 풍조를 따르는 때가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7. 우리 교회는 다종교 사회인 우리 나라 안에서 다른 종교가 지닌 정신 문화적 가치와 사회 윤리적 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잘못도 고백합니다.

  우리는 이렇듯 예수님께서 명하신 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고백합니다. 아울러 교회의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잘못으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우리는 참회를 통하여 우리 자신을 새롭게 하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선의의 모든 사람과 더불어 더 나은 세상,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2000년 12월 3일, 대림 첫주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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