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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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5-06-12 ㅣ No.209


나는 그동안
나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심지어 숭배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런 것만을 위해 평생 살아온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나의 생각은 참으로 다르다
다만,
나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함께 있으면 위로를 얻고,
현실 속에서 단지 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전자는 늘 나의 살을 깍는 노력과
주변 것을 채워가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면,

후자는 추구하던 방향에서 돌아서서
서서히 버려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버리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어리석다는 증거이다.
내가 소유하려 들던 그것이. 바로
나를 괴롭히던 삶의 짐이었다는 것을 모른다는 증거이다.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할 뿐이다.
무언가 내가 해야겠다고 욕심부리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작품을 만들어내는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 하나로 작품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존재한다는 그 이유만으로..
가슴 벅차게 아름다운 내가 된다는 것...
그것은 곧 하느님의 형상을 닮는 일이다.

그것은
바로 순간 순간,
비우고 비워,
자유롭고 자유롭게
비상하는 일일 뿐이다.


/유김별선, 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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