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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7-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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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0-08-11 ㅣ No.32

 

 

평화 교리 7(2000/08/13)

 

 

나 말고 너, 네 탓이야

 

 

 

  7. 죄

 

  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고것만 해결하면 다 될 텐데…' 그런데 실제로 한 문제가 해결되면 전혀 예기치 않던 또 다른 문제가 생겨 더 꼬이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가 하면 노래 가사에도 나오듯이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하며 알면서도 범하고 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자신은 하고 싶지 않은데도 마치 귀신에 씌운 것처럼 자꾸만 반복하는 범죄도 있다. 이름하여 '중독'이다. 알코올, 도박, 성, 돈(소유), 힘(지배), 명예 등. 악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긴 채, 자기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하지 못할 악의 노예가 되버린 것이다.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고 만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뱀의 꾐과 인간 내면에 공통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욕망의 합작으로 일을 저질렀다. 그 결과 지금보다 더 나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진 것마저 빼앗긴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계획한 대로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창세 3, 5) 알고 벌린 일인데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앞을 가렸다."(7절) 하느님처럼 된 것이 아니라, 수치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신들이 누리던 평화와 행복마저 잃게 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만드실 때 하느님의 모상(하느님의 생각, 마음, 사랑)을 심어주셨다. 그런데 인간이 하느님에게서 떠날 때 인간성을 잃어버린다. 인간성이란 결국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심어준 하느님성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이 하느님 성(인간성, 품위, 존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죄다.

 

  인간은 자기 것을 찾으려고 했다지만, 하느님과 이웃과 자연과 공유해야할 자신과의 관계를 스스로 단절시키게 됨으로써 고립되어 버린다. 또 범죄 행위의 원인을 남에게 전가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심지어는 사회 전체에 그 책임을 돌리고 원망한다. 그러기에 스스로도 떳떳이 설 수 없고 편치 않다. 자기에게 실망하고 생애를 포기하기까지 한다. 창세기는 이러한 부정적인 상황의 계속을 죽음으로 판정했다. 그래서 죄가 질병과 죽음을 가져온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자승자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인간의 범죄, 원죄의 결과는 유전(?)한다. 인간은 이미 자신의 인생에 대해 거의 많은 부분이 결정되어 있는 세상 안에서 태어난다. 선택할 수 없는 부모와 가정, 민족. 그리고 삶의 순간 순간 이 원죄의 상황 안에서 긴장하고 갈등하게 된다. 부모님의 질병과 불화 그리고 우울한 가정과 이어지는 자녀들의 가출…. 마치 사회의 굴레처럼.

 

  그러나 하느님께서 죄를 지은 인간을 저버리지 않으시고 구원의 희망을 주신다. "너(악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구세주)에게 머리를 밟히리라."(창세 3, 15) 원죄를 지은 인간에게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원복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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