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평화신문 생활교리2-하느님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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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0-07-12 ㅣ No.27

평화방송 생활교리2(2000/07/09)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잖아요?

 

 

2. 인생 안의 하느님 체험

 

 

  '하느님께서 계신가 안 계신가'하는 문제는 더 이상 문제 거리가 되지 않는 듯 하다. 그것은 단지 철학적인 개념상의 주제로만 보일뿐, 현실을 사는 이들에겐 '계시다'고 해도 손해 볼 것 없고 '안 계시다'고 해도 미찌는 것이 없는 듯한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한편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마치 신이 없는 듯한 삶을 산다는 말이다. 믿는 이나 안 믿는 이나 별 차이가 없고 인간 삶 속에 신의 영향은 없는 듯 하다는 말이다. 세상 곳곳까지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면서 주님의 부활을 증거해야 하는 신자들에겐 참으로 수치스러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오늘날엔 아예 하느님의 존재 여부가 실생활에 아무런 관계조차 없는 것 같다. 하느님은 이미 현대인의 관심 밖에 있는 듯하다. 언젠가 외국의 컴퓨터 대화용 프로그램에 접속해 종교를 주제로 대하하자고 했더니, 그 컴퓨터가 '그런 지루한 주제는 피하자'고 해서 당혹했던 적이 있다. 지루하다는 것이 그 프로그램을 만든 이의 느낌이었겠지만 말이다.

 

  과연 오늘 날 우리의 삶 속에 주님은 살아 계신가? 아니 이런 질문이 정확한 질문이 될 수 있겠다. '우리가 주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가?' 이사야 예언자는 말한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건져 주지 않았느냐?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사람이다. 나, 주님이 너의 하느님이다.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 내가 너를 구원하는 자다. 이집트를 주고 너를 되찾았고 에티오피아와 스바를 주고 너를 찾아왔다. 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염둥이, 나의 사랑이다. 그들은 내 백성이라고 불리는 것들, 나의 영광을 빛내려고 창조한 내 백성, 내 손으로 빚어 만든 나의 백성이다."(이사 43, 1. 3-4. 7)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계신다. 우리는 모든 일이 우연히 그리고 내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우리가 땅에 씨를 심고 물을 준다고 다 싹이 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가 씨에서 펜치로 싹을 끄집어낼 수는 없지 않는가? 땅에 씨를 심고 물을 주는 것은 인간의 역할이지만 그 씨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하느님의 역할이고 하느님의 영역이다. 우리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니 우리가 '아, 이것이 바로 하느님 사랑의 개입이구나!'하고 명확히 규정짓지 못하지만 우리의 기쁘고 슬펐던 지난 순간들 안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셨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 그 사랑의 개입들이 고리를 이어 오늘의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이루어 왔다. 마치 쌓이고 쌓인 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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