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고독한 외길.....그리고 무덤에서 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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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7-06-22 ㅣ No.419

가톨릭 신자도 아니면서,
 성당에 다니는 신자의 초대로 미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날은 그 성당에서 부제(副際)로 있던 쌍둥이 형제가 사제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하는 날이었다.

 성당은 보통 때도 이렇게 신자가 많을까 싶을 만큼 사람들로 붐볐고 ,
 분위기는 엄숙하면서도 무슨 축제날처럼 조금 들떠 있었다.
 얼굴이 너무도 닮은 쌍둥이 형제는 진지한 모습으로
 그들의 첫 미사를 봉헌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정결한 두 손을 들어 신자들의 머리 위에 축복을 내렸다.

 미사가 끝나자 사제로서 첫출발을 하는 이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하는 순서가 있었다.
 먼저 나이 어린소녀들이 수줍은 몸짓으로
 조그마한 선물들을 이들에게 증정했다.
 싱그러운 꽃다발을 꽃보다 더 싱그러워 보이는 이들에게
 한 아름씩 안겨 주는 이도 있었다.
 또 그냥 제자리에 앉아 바라보고만 있는 신자들은
 미소로써 이들에게 영광이 있기를 축원했다.

 신자들의 축하 순서가 끝나자
 이날의 주인공들은 각기 고마움에 대한 답사를 했다.
 형이 되는 신부의 말은 지금 잘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어려운 말로 진지하게 사제로서의 마음 가짐을 피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동생이 한 짤막한 말 한 마디는 아직까지도 내 감동 속에서 새롭다.

 " 제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지금 입고 있는 이 옷차림으로 훗날 관 속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어린 티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이 신부는
 두 손을 얌전히 모아 쥐고 이렇게 말했다.
 젊은 나이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스스로도 조금은 성급하게 생각 되어서였을까.

 나는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꼈다.
 그 젊은 신부가 늙어 죽는 시간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먼 거리인가.
 그리고 그 길을 혼자 묵묵히 걸어가는 동안
 그는 얼마나 끈질기게 자신에게 달라붙는 고독과 싸워야 할 것인가.

 신부가 된 순간부터,
 아니 신부가 되고자 하는 뜻을 세운 그 순간부터
 인간으로서의 그의 동반자는 어쩌면 신이 아닌 고독이었을지도 모른다.
 신부가 될 아이였기 때문에,
 그는 어렸을때는 친구들과 마음놓고 뛰놀지도 못했을 것이다.
 
 신부가 될 자식이었기 때문에,
 그의 부모는 분명 그를 다른 형제들과는 다르게 대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신부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미처 알기 전에,
 그는 고독 속에 홀로 있는 연습부터 해야 했을지 모른다.
 그러다가 그는 신학교를 가고 마침내 신부가 되었다. 그러나
 
 서품식(敍品式)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던 가족앞으로 다가갔을 때,
 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평생 그 몸에서 떼어버릴 수 없는 고독,
 바로 그것이었다.

 아들 둘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신께 바친 그들의 가난한 부모님께
 그는 진정 축하의 말씀이라도 올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신부가 됨으로써, 그의 부모는
 그들의 높고 고결한 소원을 마침내 땅위에서 이루지 않았는가.
 그가 이렇게 신부가 됨으로써,
 그의 부모는 하늘이 맡겨 주신 보석을
 주인께 돌려드리는 겸손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가 그들에게 다가가 거칠고 주름진 두 손을 잡으려 했을 때,
 그들은 서둘러 그의 앞에 무릎을 끓었다.
 이제는 아들이 아니라 사제로서 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이들에게,
 그는 어쩔 수 없이 아들로서가 아니라 사제로서
 그들의 머리위에 첫강복(降福)의 손을 얹어야만 했다.
 신과의 소통이 늘 손에 잡히지 않는 고독이 었다면 ,
 육친과의 이 눈에 보이는 거리는 그에게 좀더 생생하게 감지되는 외로움,
 그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사제로서 첫미사를 집전한 그 자리에서,
 그는 다시 한번 그 고독과 정면으로 맞서 나갈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인생으로서 한창인 세월의 굽이굽이를 넘길 때마다
 그도 많은 세속적 갈등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다가오는그 숱한 유혹의 손길은
 또 얼마나 그를 혼란에 빠뜨리게 할 것인가
 한사람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희생한 대신
 여러 사람을 고루 사랑하고자 굳게 서원(誓願)했건만,
 인간이기에 때로는 어느 한 사람을 뜨겁게 사랑하고 싶은
 욕구를 왜 그라고 느끼지 않겠는가.

 그 젊은 사제가 그의 소망처럼 신부복을 입고
 관 속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참으로 길고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무수한 변수(變數)가 숨어 있어서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려 가기도 하고,
 또 때로는 자신을 지킬 수 없을 만큼 강한 어떤 유혹적인 요소와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이 사회는 시인이 펜대를 버리고
 정치인이 될 수 밖에 없는 변칙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교수가 교단을 버리고 권력에 아부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여 주는 것이다.

 시인이 끝까지 시인으로서 걸어가는 외길,
 학자가 끝까지 학자로서 양심을 지켜가는 외길,
 신부가 끝까지 신부로서 생을 마치는 외길.
 그것은 어쩌면 고독한 길이기에
 또한 아름다운 길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하얀 진달래-수필집에서..

 

 



 

무덤속에서 본 하늘이다.

이 사진을 본 순간
우리 모두도 죽으면 저 땅 속에 뭍히겠지...
그리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겠지...
저 자리에 눕게 되는 그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다 가야 하리라...
그런 생각으로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 보게 된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께서
이 민족의 청년들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 난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저 하늘 아래 거짓 없이 진실된 삶을 살다가
하늘이 부르시면
밝은 마음으로 그분 앞에 우리 모두가 설 수 있기를...
그런 바램을 가져 본다.

우리 모두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서로 사랑하며 그렇게....

 

 " 제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지금 입고 있는 이 옷차림으로 훗날 관 속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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