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소주 다섯병 먹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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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3-11-11 ㅣ No.160

어제 소주 다섯병을 마셨다. 원래 난 소주를 잘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는 술이 달았다. 소주가.

 

 

 

  새로 개업한듯 보이는 작은 횟집에 갔다. 레지오 간부 어르신들 몇분과

 

 

 

 거기서 신앙과 믿음에 대해 어르신네들이 말씀하고 계시는데 갑자기 한 젊은 아저씨가

 

 

 

 사복 입고 있는 나에게 "허신부님 이십니까?"하고 물어왔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었다. "저를 아십니까?"

 

 

 

 

 

 그는 용기를 내어 나를 불렀다고 한다.

 

 

 

 

 

 같이 오신 비신자분은 어느 신부님의 친구분이며 오늘이 생신이라고 하셨다.

 

 

 

 그분은 자신을 냉담자라고 소개하였다.

 

 

 

  참으로 우연 아닌 우연으로 만난 이분을 소개하고 싶다.

 

 

 

나의 대자집은 큰 냉면 재료 도매상을 한다. 그래서 난 늘 여름이면 맛있는 냉면을 실컷먹고 몇 박스씩 아들(?=대자)놈 빽으로 사람들에게 선물한다. 말이 선물이지 퍼주는 것이지 뭐! 그러던 올 여름 난 냉면 먹다 설사가 난적이 있었다.

 

 

 

우리성물방에는 늘 밝은 미소를 지으시면서 자녀들과 함께 열심히 성당에 나오시며 성물방에서 봉사하시는 한 자매가 있다.

 

 

 

알고 봤더니 나의 선배신부님의 제수씨가 되시는 분이시다. 그런데 그분의 평생소원이 있단다. 바로 남편이 냉담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당에 다시 다니는 것이란다. 신부님 동생분의 냉담!

 

 

 

  남편께 들이라며  냉면육수와 냉면을 한아름드리며 "지금 하느님에 대한 마음이 이 냉면 육수처럼 냉하시니 이번 여름에 제가드린  냉면을 먹고 냉담자 생활 청산하시고 성당 좀 나오라 하십시오!"라고 하였다.

 

 

 

그분의 형님은 바로 나의 선배신부님이셨다. 그래서 난 그분이 다시 돌아오시길 바랬다. 한번도 뵌적이 없던 그분을....

 

 

 

누차 자매님에게  남편을 나오시게 노력하시라 말했지만 자매는 쓴 웃음을 지을뿐 가망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 냉담을 푸는 것은 가까운 부부도 어려운가 보지요? 신부님이 준 냉면은 먹고 아직도 성당에 나오시지 않는것 보면 ......언제 마음이 따뜻해 지실까요?"

 

 

 

이말씀에 자매님은 고개를 숙이셨다. 내가 너무 무안함을 드린것 같아서 "제가 한번 기도해 보겠습니다."하였다.

 

 

 

"그래요 신부님! 제가 아무리 기도해도 신부님이 나오라고 하신다고 해도 자꾸 미루기만 하네요!

 

 

 

그리고 난 더이상 기도도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저 신부님의 동생도 냉담을 하시는 구나하는 호기심반 걱정반의 추억으로 끝나는 줄알았다.

 

 

 

그러던 그 신부님의 동생분을 우연히 만난것이다.

 

 

 

"허신부님이십니까? 제가 그 냉담자입니다. 신부님 냉면먹은 ...."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였다.

 

 

 

우린 더이상 많은 이야기가 필요치 않았다. 악수한 손을 오래동안 놓지 않고 체온을 느끼면서 차가운 소주잔을 연거푸 비우며 웃기시작했다.

 

 

 

"신부님 제가 마음이 차서가 사연이 있어서 못갔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가리라 했습니다.

 

저 그렇게 찬사람 아닙니다........"

 

 

 

이말을 듣는 순간 오히려 내가 찬말을 해서 사연도 모르고 결례를 한것 같아 너무나 미안했다.

 

 

 

"제가 용기를 내어서 아는 체를 했습니다. 피차 얼굴을 모르니 저는 신부님 일행이신줄 알지만 그냥 가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냉면을 통해 우린 서로의 얼굴도 몰랐고 대화도 없었지만 많은 마음의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신부님 동생의 냉담!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얼굴도 모르는 나에게 냉면을 주신 신부님은 또 누구실까? 우린 이렇게 서로 궁금해 하였다.

 

 

 

참 이상하였다. 소주를 그렇게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릴텐데 오히려 머리가 맑고 기분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음날인 오늘 함께 새벽에 생미사 지향으로 미사를 드리자고 했다. 그분의 성함을 적어와 김오석 신부님과 함께 오늘 냉담푼 것을 기념해 새벽미사를 함께 봉헌하였다.

 

 

 

미사가 끝나고 사연을 들은 주임신부님은 나와 함께 기쁘게 그분의 가족들과도 악수를 나누었다.

 

 

 

..

 

우린 그렇게 맛있는 소주를 먹었던 것이다. 소주 5병을 먹고 모두 아침미사를 나왔다.

 

 

 

난 이제 내 사전에서 냉담자란 말을 없애겠다. 올해의 냉면은 가을에 좋은 열매를 맺었다.

 

 

 

어제는 소주 5병으로 기념식수를 한것 같다. 성당앞에 단풍나무가 참 든든해 보였다.

 

 

 

사실 우리 집안에도 냉담자가 친척중에 계신다. 그리고 동생도 그런말을 한적이 있다.

 

 

 

형이 신부님이라는 것이 힘들때가 있다며 .......

 

 

 

인간적으로 나의 동생 그리고 신부님인 형인 내가 서로 서로에게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를 못기다려준일이 많았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신부인 내가 나의 형제와 친척에게 내가 신부라는 이유로 더 무관심하고 기도하지 않고 그저 기도와 사랑만을 받는 존재가 아닌가? 신부님들의 가족들은 모두 성인은 아니다. 정말 몸이 맑다. 기분이 좋아서인가? 가끔 술 마시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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