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제3주일 (가해) 루카 24,13-35; ’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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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4-14 ㅣ No.5364

부활 제3주일 (가해) 루카 24,13-35; ’23/04/23

 

 

 

 

 

 

여러분의 인생 속에서 실패했다고 느끼신 적이 있습니까?

그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다시 일어나실 수 있었습니까?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이고, 자신들은 그분의 왕좌로 인하여 곧 국무총리나 도지사는 되어 세상을 통치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유다인들에 의해 십자가에서 허망하게 돌아가신 후 끈 떨어진 연을 바라보듯이 허망해 했습니다. 그래서 뿔뿔이 흩어져 낙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 마을로 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요한 24,13.14)

 

그중 두 명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타나십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15)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살아생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부활하신 후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셨기 때문에 제자들은 예수님을 제 때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16) 예수님께선 제자들의 그런 반응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 마음 안으로 들어가 물으십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17) 그러자 제자들은 기가 차고 답답한 마음으로 걸음을 멈춥니다.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17) 그리고는 어처구니 없다는 식으로 반문합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18)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19)라고 물으시자, 그들은 그제서야 그간의 이야기를 말씀해 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예수님의 살아생전의 지침을 알아듣지 못하고 슬퍼하며 허둥대는 제자들을 바라보시면서 실망스럽고 애가 탈 만도 하신데, 전혀 나무라지 않으시고, 성경을 통해 주님 자신에 대해 설명해 주십니다. “그 때에 예수님께서 …… 성경 전체에 걸쳐 ……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25-27) 예수님의 설명을 다시 듣던 제자들은 날이 저물고 묵을 때가 되자 에수님께 자신들과 함께 조금 더 머물러 달라고 청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29)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29)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청을 따라 숙소 안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30) 예수님께서 빵을 나누어 자신들에게 나눠주시는 모습을 바라본 제자들은 그제서야 자신들 앞에 앉아 있는 분이 예수님이시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31) 마치 기도중에 주님을 뵈옵는 찰나와도 같은 순간처럼,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보는 순간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31)

 

기억과 재현의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을 알아뵈옵고 생전의 신비스러운 가르침들을 깨우치게 된 제자들은 감격해 합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32) 그렇게 예수님의 부활을 되새기게 되면서 그들은 그분의 사명이 무엇이고 왜 돌아가셔야 했는지를 완전히 깨닫게 됩니다. 이윽고 제자들은 다시 신앙의 확신을 가지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의 발현사건에서 신앙의 신비에 눈을 뜨게 됩니다.

첫째, 우리는 이 기사에서 우리에게 대한 주님의 지극한 사랑을 느낍니다. 주님은 동틀 무렵 여자들에게 나타나신 후, 바로 이어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당신 자신을 성경의 말씀과 연관시켜 설명해 주시고 빵의 나눔을 통해 깨닫도록 하십니다.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루 종일, 제자들을 직접 가르쳐주시고 먹여주시면서 키우시느라 애쓰십니다. 똑같이 우리는 오늘 십자가상 제사를 기억하고 재현하는 미사 성제를 통해 이 사랑의 절정과 완성을 봅니다. 미사 역시 주님의 십자가상 제사를 전례의 형식으로 기념하고 재현함으로써, 오늘 미사를 봉헌하는 바로 여기서 다시 주님 구원이 계속됩니다.

 

둘째, 제자들은 주님께서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실 때, 눈이 열려 주님을 알아봅니다. 주님은 빵의 나눔이라는 표징을 통해 자신을 알아보도록 계시하십니다. 우리는 지금 미사 성제(성체성사)를 통해 주님을 만납니다. 이러한 깨달음과 만남이 바로 미사에서 얻게 되는 생명의 양식입니다. 이 생명의 양식이 우리의 힘입니다. 우리는 그 힘으로 세상 속에 살면서도 세상의 흐름에 휘말리지 않고 주님의 가르침을 지키고 따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거듭 생명의 양식을 얻기 위하여 깨어 기도하면서 미사에 참례함으로써, 우리 삶의 방향과 방법을 교정하고 주님의 안배하심과 보호하심과 이끄심 안에서 주님과 점점 일치되어 갑니다.

 

셋째, 우리가 주님을 만난다는 표현은 주님을 알아보게 되었다는 사실적인 현상,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았다.”(31)에 그치지 않고 주님께 대한 기억이 나고’, ‘생각이 나며’, ‘느낌이 들고’,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또한 우리가 미사 중에 주님을 만난다!”는 표현 역시 주님과 주님께 대한 직접적인 대면만을 의미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 자신의 현실,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14)을 일어난 사건과 현상 그대로만 알고 있는 우리가,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18) 그 사건과 현상 너머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미사의 독서와 강론을 통해 알게 되었을 뿐더러, “이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25-27) 그 깨달음을 지식이나 지적인 흥분에 그치지 않고, 받아들이며, 믿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며 살 수 있도록 성체성사를 영함으로써 확고히 심게 됩니다.

 

성체성사는 바로 십자가상의 제사로서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주님의 말씀이 그대로 주님을 통해 이루어진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미사가 우리 생명의 양식인 것입니다. 이는 바로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이, ‘주님께서 십자가상 제사를 바치심으로써명백히 드러났고 또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성령께서 성체성사(미사)를 통해 일러주시고 심어주셔서 우리를 살리시는생명의 양식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우리 생명의 양식을 얻게 됨으로써 우리는 신앙의 신비를 살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가 받아들인 만큼밖에 숨쉬지 못하지만, 지속되는 우리의 활동과 미사 참례를 통해 교정되고 다시 심화된 우리의 활동 속에서 완전해집니다. “내가 아이였을 때에는 아이처럼 말하고 아이처럼 생각하고 아이처럼 헤아렸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1코린 13,11-12)

 

그러므로 미사는 우리가 주님과 만나고 주님으로부터 힘을 얻는 신앙의 원천이며, 주님은 미사를 통해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변화시키는 일을 함께하자고 우리를 부르시고 파견하십니다. 오늘 현실이라는 커다란 벽에 가로막혀 실패하고 좌절하여 엠마오로 떠나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성령의 힘으로 우리의 눈을 열어주셔서, 우리가 읽고 듣는 복음의 말씀을 깨우치게 해주시고, 부활하시는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새 생명의 힘으로 복음 말씀을 실현할 수 있게 해 주심으로써, 우리가 선교와 복음화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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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일 꽃꽂이

https://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5&id=191994&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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